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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le: "가정폭력 법안 32건 국회에 쌓여만 간다"
author: "VibeTimes"
published: "2026-10-18T10:23:11.357Z"
section: "politics"
language: "en"
url: "https://vibetimes.co.kr/en/news/cmvdoep1senjtjxq93rmdonp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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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정폭력 법안 32건 국회에 쌓여만 간다

가정폭력 관련 법안 32건이 국회에 제출된 채 처리되지 못하고 있다.

가정폭력 참극이 벌어질 때마다 국회는 뒤늦은 대책을 다짐해 왔지만, 정작 피해자 보호를 위한 입법은 자동차만 밟지 않은 셈이다. 사건이 발생하면 "제도를 고치겠다"는 목소리가 쏟아지고, 여야가 다투어 대책 법안을 발의하지만 여론이 식면 계류 상태로 남는 패턴이 반복돼 왔다. 국회 입법조사처 등에 따르면 최근 수년간 발의된 가정폭력 방지 및 피해자 보호 관련 법안만 32건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 쌓여만 가는 법안, 멈춰 있는 입법

32건의 법안은 가정폭력처벌법과 가정폭력방지법, 아동학대처벌법 등을 손질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피해자 보호명령의 실효성 강화, 가해자 접근 금지 범위 확대, 보호시설 확충 등이 골자다. 그러나 상당수가 법사위원회나 소관 상임위원회에 계류된 지 수개월에서 수년에 이른다. 발의 의원들이 임기를 달리하는 개헌 없이 재발의되는 경우도 적지 않아, 실질적으로 처리된 법안은 전체의 극히 일부에 그친다.

입법이 지지부진한 배경에는 여야 간 처벌 수위를 둘러싼 이견이 자리한다. 보호명령 위반 시 형량 상한을 높이는 안건들은 범죄 구성 요건을 지나치게 넓힌다는 반대에 부딪혔다. 반대로 피해자 중심의 접근을 강조하는 안건들은 예산과 인력 뒷받침 문제로 논의가 좀처럼 진전되지 않았다.

## 참극은 되풀이되는데 제도는 제자리

문제는 입법 공백 기간 동안 유사 사건이 잇따랐다는 점이다. 가정폭력 신고 건수는 해마다 증가 추세를 보이지만, 현행법상 임시조치와 보호명령은 사후 대응에 치우쳐 있다는 지적이 오래됐다. 피해자가 신고를 꺼리는 구조적 이유, 가해자가 보호조치를 우회하는 실태에 대한 실효적 통제 장치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법안의 양이 아니라 처리의 질이 문제라고 짚는다. 32건 가운데 내용이 서로 중복되거나 충돌하는 안건도 있어, 여야가 우선순위를 정해 통합안을 만드는 것이 빠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계류 법안을 방치하는 것 자체가 입법부의 책임을 방기하는 일이라는 비판도 힘을 얻고 있다.

## 정치 일정과 입법의 간극

국정감사와 예산 시즌을 앞두고 여야는 저마다 민생 입법을 강조해 왔다. 그러나 가정폭력 법안은 선거에 직접 영향을 주는 이슈로 분류되지 않으면서 정치적 우선순위에서 밀려나는 경향을 보였다. 사건 의존적 입법 풍토, 다시 말해 참사가 일어나야 움직이는 국회의 관성이 근본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제도는 결국 사람의 안전을 위해 존재한다. 건물이 아니라 국민이 국가의 힘이라는 말을 입법에 비추면, 32건의 법안은 숫자가 아니라 그 뒤에 있는 잠재적 피해자의 수로 읽어야 한다.

다만 흐름이 바뀔 조짐도 있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부천 공장 화재 순직 소방관 조문과 관련해 "고인의 희생을 영원히 기억하겠다"며 안전 대책 점검과 처우 개선을 약속한 것처럼, 안전과 보호 영역에 대한 정부 차원의 관심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국무회의에서 "할 말은 다 한다"는 강조와 반대 의견 존중 발언도 입법 논의의 폭을 넓힐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런 흐름이 가정폭력 법안 처리로 이어질지가 관건이다. 여야가 32건의 계류 법안 가운데 보호명령 실효성 강화와 피해자 지원 예산 확보 등 합의 가능한 부분부터 패키지로 묶는다면, 사건 이후에야 움직이는 악순환을 끊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정치 일정에 밀려 계류가 이어진다면, 다음 참극 이후 또다시 같은 문구의 대책 논의가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중론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