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beTimes
#기술

헬륨은 피했다, 희토류는 못 피한다

류근웅류근웅 기자· 2026/7/13 15:01:56· Updated 2026/7/13 16:31:01

중국의 자원 무기화는 지금 두 개의 얼굴을 하고 있다. 지난 10일 중국 상무부와 해관총서가 반도체·디스플레이 냉각용 핵심가스인 헬륨의 수출을 즉시 금지했을 때, 한국 정부는 "국내 업계 영향 없다"고 잘라 말했다. 실제로 한국무역협회 집계로 한국의 헬륨 대중 수입의존도는 1.7%에 불과하다. 하지만 같은 중국이 쥔 또 다른 카드, 희토류 앞에서는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한국의 희토류 대중 의존도는 79.8%에 달한다.

헬륨 쇼크, 한국이 웃을 수 있었던 이유

중국의 헬륨 수출 금지는 발표와 동시에 시행됐다. 헬륨은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와 소재를 냉각하는 데 쓰이는 산업가스로, 공급이 끊기면 생산라인 가동에 차질이 생길 수 있는 품목이다. 그런데 한국은 이미 이 리스크를 한 차례 겪은 적이 있다. 중동 정세 불안으로 카타르발 헬륨 공급이 흔들리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평소보다 비싼 값을 치르더라도 미국 등으로 구매처를 넓혀 놓은 상태였다. 결과적으로 중국발 헬륨 쇼크는 한국 반도체 업계를 비껴갔다.

진짜 약점은 따로 있다

중국이 지난해 말 공개한 '2026년도 이중용도 품목 및 기술 목록'에는 화학제품·재료가공장비·전자·항공우주·핵 분야 등 10여 개 카테고리에 걸쳐 846개 품목이 담겼다. 텅스텐, 흑연, 갈륨, 게르마늄, 안티몬 같은 전략광물이 대거 포함됐고, 희토류는 이 목록의 핵심 축이다. 헬륨과 달리 희토류는 대체 공급선을 단기간에 구축하기 어려운 품목이다. 79.8%라는 의존도는 계약처 몇 곳을 바꾼다고 해결되는 숫자가 아니라, 채굴·정제·가공 전 공정이 중국에 쏠려 있다는 구조적 신호다.

총구는 일본을 겨눴지만

중국 상무부는 지난 1월 6일 '일본에 대한 이중용도 물자 수출통제 강화 고시'를 내고 일본의 군사 사용자와 군사력 강화에 기여할 수 있는 물자의 수출을 즉각 금지했다. 여기에 제3국을 통한 우회수출까지 차단하겠다는 방침도 함께 명시됐다. 표면적 타깃은 일본이지만, 우회수출 차단 조항은 한국을 포함한 주변국 공급망에도 그림자를 드리운다. 특정 국가를 겨눈 조치라도 공급망이 촘촘히 얽힌 동아시아에서는 표적국이 아닌 나라의 조달 비용과 물류 경로까지 흔들 수 있다.

정부 낙관론에 담긴 절반의 진실

청와대와 정부가 "영향 없다"고 밝힌 근거는 틀리지 않는다. 헬륨만 놓고 보면 한국은 이미 공급선을 분산해 놓았고, 이번 조치로 당장 생산라인이 멈출 일은 없다. 다만 이 낙관론을 희토류나 갈륨·게르마늄 같은 다른 전략광물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 품목마다 의존도와 대체 가능성이 다르기 때문에, 헬륨에서 통했던 성공 방정식이 희토류에서도 통한다고 단정할 근거는 없다.

품목한국의 대중 수입의존도최근 조치
헬륨1.7%2026.7.10 수출 즉시 금지, 한국 영향 제한적
희토류79.8%2026년 이중용도 품목 목록 포함
갈륨·게르마늄·흑연·안티몬자료 미확인이중용도 목록 846개 품목에 포함

헬륨 사례가 보여준 교훈은 단순하다. 공급선을 미리 분산해 놓은 품목은 무기화 시도가 와도 비껴간다는 것이다. 문제는 희토류처럼 분산이 구조적으로 어려운 품목이 반도체·배터리·전기차 공급망 곳곳에 걸쳐 있다는 점이다. 중국이 이중용도 목록을 매년 확대하는 흐름을 감안하면, 다음 표적이 어떤 품목이 될지는 예측의 영역이 아니라 대비의 영역으로 다뤄야 한다.


분석 근거: 한국경제, 파이낸셜뉴스, 서울경제, 아주경제, YTN, 경향신문, 한국일보, 관세무역개발원 보도 및 자료. 공개 데이터·보도에 근거한 분석입니다.

쿠팡 파트너스 활동의 일환으로 일정 수수료를 제공받습니다

関連記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