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은 역대 흑자, 맥주는 27년 만에 최저…벌어지는 두 얼굴
한국 경제는 지금 두 개의 얼굴을 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8일 발표한 8월 경상수지는 461억1000만달러 흑자로 월간 기준 역대 2위다. 같은 주, 국세청 국세통계에는 호프주점 사업자가 1년 새 1894곳 줄어 19,507곳, 처음으로 2만 곳 아래로 떨어진 기록이 담겼다. 반도체가 쌓는 흑자와 내수에서 사라지는 자릿수가 같은 주에 갱신됐다.
수출의 숫자, 사라지는 건 발밑의 가게
경상수지 흑자의 규모 자체는 이례적이다. 역대 최대인 지난 6월(497억3000만달러)에 이어 두 달 연속 역대급을 찍는 구간이다. 한국은행은 올해 연간 흑자가 전망치인 4500억달러에 도달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흑자는 특정 업종과 대기업에 집중된 성적표다. 흑자의 규모가 커질수록 동네 가게의 공동화와 온차가 벌어진다.
| 지표 | 수치 | 성격 |
|---|---|---|
| 8월 경상수지 | 461억1000만달러 흑자 | 월간 역대 2위 |
| 호프주점 사업자 | 19,507곳 | 1년 새 8.9% 감소 |
| 주류 출고량 | 298만7726kL | 1998년 이후 최저 |
| 소비자물가(지난달) | +2.9% | 전년 동월 대비 |
27년 만에 최저 출고량, 불경기 탓만은 아니다
농림축산식품부·aT의 주류산업정보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주류 출고량은 298만7726kL로 전년보다 5.2% 줄었고, 집계 시작 후 최저다. 출고금액도 9조6952억원으로 3.6% 감소했다. 1998년 외환위기 이후 27년 만의 최저치다. 월평균 음주 빈도는 9.0일에서 8.8일로 내려왔다. 회식 2차 문화의 소멸, 고령화와 인구 감소가 겹친 구조 변화라는 게 실태조사의 진단이다.
물가 2.9% 시대, 가계는 잔을 내려놓는다
국가데이터처 집계로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보다 2.9% 올랐다. 도미노피자는 12일부터 평균 4.4%, 배스킨라빈스는 5.9% 인상하며 3~4년 만에 가격표를 고친다. 뚜레쥬르 8.2%, 해태제과 7.8%, 던킨 6.5%도 줄을 섰고, 일부 제품은 가격을 동결하는 대신 중량을 줄였다.
| 품목 | 인상폭 | 시점 |
|---|---|---|
| 뚜레쥬르 베이커리 | 평균 8.2% | 7월 31일 |
| 해태제과 과자 25종 | 평균 7.8% | 10월 1일 |
| 배스킨라빈스 46종 | 평균 5.9% | 10월 12일 |
| 도미노피자 | 평균 4.4% | 10월 12일 |
천원 단위 인상이 겹치는 동안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답은 소비 자체를 줄이는 것뿐이다. 가계가 잔을 내려놓으면 그 지출로 숨 쉬던 가게가 문을 닫는 순서다.
세수는 반도체에 쏠리고, 세금은 가게로 향한다
재정 구조도 같은 방향으로 기울어 있다. 국세청 통계로 매출 상위 1% 기업(1만865곳)이 전체 법인세 부담액 72조1714억원 가운데 77.8%를 낸다. 내년 법인세 수입은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사상 처음 200조원을 넘어 216조7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세수의 체급이 특정 산업의 경기에 매인 상태에서, 정부는 162조3000억원 규모 미래대응기금의 재원을 여기에 기대한다. 반면 소상공인에게 닥친 세금 일정은 정반대다. 생맥주 주세 20% 경감은 올해 말 종료된다. 소상공인연합회는 가격을 못 올리는 영세 주점이 비용을 그대로 흡수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론: 절주는 세계적 흐름이고, 사회 비용을 줄인다
이 그림을 한국만의 위기로 읽는 건 과도하다. 국제주류시장연구소(IWSR) 집계로 2024년 세계 주류 소비량도 전년보다 1% 줄었고, 절주와 건강 관리는 되돌릴 수 없는 추세다. 음주 축소는 알코올 관련 사회 비용을 낮추는 긍정면도 분명하다. 다만 폐업의 충격이 자영업자와 상권이라는 특정 층위에 집중된다는 점은 세계 평균으로 지워지지 않는다.
수출 흑자가 커질수록 평균치는 좋아 보이고 내수의 바닥 온도는 보이지 않게 된다. 반도체 경기가 꺾이는 시점에 대규모 기금 지출이 고정되면, 세수 쏠림과 내수 침체는 한 몸으로 청구서를 받게 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흑자 숫자가 아니라 소비의 분포를 들여다보는 정책 시선이다.
분석 근거: 한국은행 8월 국제수지 발표(한국경제 보도), 국세청 국세통계 및 농림축산식품부·aT 주류산업정보 실태조사(서울경제 보도), 국가데이터처 소비자물가통계 및 한국경제 프라이스&. 공개 데이터·보도에 근거한 분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