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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유예'의 두 얼굴…14% 수익과 1190조 증발

류근웅류근웅 기자· 10/17/2026, 7:08:55 PM· Updated 10/17/2026, 7:09:04 PM

국민연금은 지금 두 개의 얼굴을 하고 있다. 한쪽에서는 "올해 수익률 14.84%"를 자랑하면서, 다른 한쪽에서는 급락장에서 주식을 팔아내며 '외국인 ATM'이라는 소리를 듣는다. 7월의 영광과 10월의 추락 사이에는 1월의 결정 하나가 놓여 있다.

1월의 유예, 10월의 청구서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올해 1월 국내주식 목표비중을 14.4%에서 14.9%로 올리면서 리밸런싱(자산비중 재조정)을 한시 유예했다. 5월에는 목표비중을 20.8%로 추가 상향하며 유예를 이어갔다가 6월 말 종료, 7월 1일부터 리밸런싱을 재개했다. 비중을 맞추려면 팔아야 할 주식을 고점에서 팔지 못하고 안고 가다가, 급락장에서 내놓게 된 셈이다. 연합뉴스TV는 16일 국민연금이 급락장에서 대량 매도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야당이 문제 삼는 지점은 시점이다. 유예 기간이 6·3 지방선거를 앞둔 시기와 겹쳤다는 것.

시점결정 내용
1월 기금운용위국내주식 목표비중 14.4% → 14.9%, 리밸런싱 한시 유예
5월목표비중 20.8%로 상향, 유예 연장
6월 말~7월 1일유예 종료, 리밸런싱 재개

숫자가 보여주는 추락의 크기

한국경제 보도 기준으로 코스피는 한때 9,000선을 돌파한 뒤 4개월 만에 5,500선까지 무너졌다. 국민의힘 박충권 수석대변인은 16일 "코스피 시가총액이 열흘 새 1,190조원 넘게 사라졌다"고 말했다. 유예가 이 손실을 직접 만들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규칙에서 벗어난 운용의 대가가 시장 전체의 청구서로 돌아왔다는 지적은 피하기 어렵다.

날짜코스피 종가등락
10월 13일6,035.35-348.89p (-5.46%)
10월 15일5,554.22-454.59p (-7.57%)

공단의 반박, 나름의 논리가 있다

국민연금 쪽 입장도 만만치 않다. 김성주 공단 이사장은 14일 국회 보건복지위 국감에서 "유예하지 않았다면 매일 8,000억원 이상, 코스피 거래대금의 10%를 넘는 주식을 팔아야 했다"며 "시장에 엄청난 충격을 줬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공단이 국감에 제출한 자료에도 올해 2~6월 유예 덕에 초과수익이 났다는 추정이 담겼고, 여당도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결정이라는 입장이다. 당시 기금운용위에 전임 정부가 추천한 전문가도 참여했고 표결 없이 의견이 모였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다만 그 초과수익 추정에는 공단 스스로 "주가·금리·환율에 민감하다"는 단서를 달았고, 하락장에서 잃은 기회비용은 계산에서 빠져 있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제때 리밸런싱했으면 폭락장에서 매수로 대응할 여력이 있었다"고 지적한 대목이 그 구멍이다.

회의록은 2030년에야 공개

쟁점은 투명성으로 모인다. 기금운용위는 리밸런싱 유예와 비중 상향을 다룬 회의록을 2030년에 공개하기로 의결했다. 여당의 해명은 국민연금법상 시장 안정 사안은 4년간 비공개할 수 있다는 규정이다. 서영석 민주당 의원은 "2013년 국회가 세운 원칙과 예외 규정"이라며 "공개 요구는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했다. 법대로라는 말 자체는 틀리지 않다. 그러나 법이 허용하는 비공개가 모두 정당한 것은 아니다. 야당은 김용범 전 청와대 정책실장 증인 채택과 회의록 제출을 요구하며 국정조사와 특검 카드를 꺼냈다.

연기금은 정부의 지갑이 아니다

이 사태가 남긴 교훈은 단순하다. 재량이 아니라 규칙이 연금을 지킨다. 이만희 복지위원장이 제안한 리밸런싱의 자동화·법제화와 기금운용위 구조 개편이 현실적인 답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시장이 국민연금 운용의 '의도'를 의심해야 한다면, 그 신뢰의 비용은 결국 가입자의 노후에서 나온다.


분석 근거: 아시아경제·데일리안·뉴스1·서울신문·한국경제 보도(2026년 10월 14~16일). 공개 데이터·보도에 근거한 분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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