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 미국에 조선소 짓는다…1500억 달러 '마스가'의 첫 베팅
세계에서 배를 가장 잘 짓는 나라의 조선사가, 바다 건너에서 배를 지을 땅을 사들이고 있다. HD현대는 지난 22일(현지시간) 미국 휴스턴에서 대형 시공사 키윗과 합작법인 'HD키윗조선' 설립 계약을 맺었다. 1500억 달러 규모 한·미 조선 협력 프로젝트 '마스가(MASGA)'가 처음 콘크리트와 철골의 형태를 갖춘 순간이다. 다만 이 베팅의 성패를 쥔 쪽은 울산이 아니라 워싱턴의 법과 노조다.
블록 공장부터, 조선소까지
HD키윗조선의 출발은 인수가 아니라 '그린필드'다. 백지상태 부지를 매입해 1단계로 선박용 블록과 대형 철골 구조물 생산 설비를 짓고, 2단계로 배를 직접 건조하는 조선소로 확장한다. 내년 착공에 2029년 본격 가동이 목표다. HD현대가 지분 50% 이상을 확보할 것으로 알려졌고, 디지털 트윈과 로봇 용접 등 '미래 조선소' 모델을 미국 땅에 처음 이식한다. 가동 시 현지 고용 약 3000명이 관측된다.
| 항목 | 내용 |
|---|---|
| 방식 | 백지 부지 매입 후 신축(그린필드) |
| 일정 | 2027년 착공 → 2029년 본격 가동 목표 |
| 지분 | HD현대 50% 이상 확보 전망 |
| 납품처 | 헌팅턴잉걸스(HII) 등 |
| 고용 | 현지 약 3000명 관측 |
마스가, 관세 카드가 낳은 1500억 달러
마스가는 '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의 머리글자다. 2025년 HD현대가 한국 조선업계의 미국 해양산업 투자안으로 1500억 달러 규모를 제안했고, 한국경제 보도에 따르면 한·미 관세협상 타결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았다. 키윗과의 이번 계약은 문서 수준에 머물던 숫자가 처음 땅 위로 내려온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무겁다.
두 겹의 벽: 존스법과 노조
길은 험하다. 1920년 제정된 존스법은 미국 내항 선박을 미국 조선소 건조·미국인 소유 선박으로 한정한다. 동맹국 조선사의 참여를 열려면 상선 동맹 파트너십법, 해군 준비 보장법, SHIPS for America법 등이 손질돼야 하는데, 지난해 8월 기준 진전을 본 법안은 하나뿐이었다. 미국 금속노조의 반대와 군함 무기체계를 외국 기업에 맡기는 데 따른 안보 우려도 넘어야 할 산이다.
한화의 전례: 약속은 뒤집힌다
선례는 이미 있다. 한화는 2024년 필리 조선소를 인수하고 2025년 8월 50억 달러 규모 인프라 투자를 공약했다. 같은 해 12월 트럼프 대통령은 트럼프급 전함을 필리에서 건조하겠다고 발표했지만, 2026년 5월 해군 수뇌부는 원자력 추진 때문에 뉴포트뉴스 조선소에서 지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을 바꿨다. 상선만 지어온 조선소에 방산 경험이 없다는 지적이 현실로 드러난 셈이다. 정치가 만든 약속은 정치가 흔든다.
| 시점 | 사건 |
|---|---|
| 2024년 | 한화, 미국 필리 조선소 인수 |
| 2025년 | HD현대, 1500억 달러 '마스가' 투자안 제안 |
| 2025년 8월 | 한화, 필리에 50억 달러 인프라 투자 공약 |
| 2025년 12월 | 트럼프급 전함, 필리 건조 발표 |
| 2026년 5월 | 전함 건조지, 뉴포트뉴스로 이동 유력 |
| 2026년 10월 | 'HD키윗조선' 설립 계약(휴스턴) |
그래서 한국은 무엇을 걸었나
미국 원양 상선은 2022년 기준 178척. 1940년대 2000척을 넘기던 함대가 잦아든 자리라 시장 자체는 넓다. HD현대의 선택은 국내 조선 인력난과 맞물린 계산이기도 하다. 반론은 분명하다. 핵심 기술과 일자리를 해외로 내보내는 것이 아니냐는 물음이다. 다만 존스법이 닫아둔 시장에는 현지 생산 거점 없이는 진입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게 기업 쪽 논리다. 법이 풀리고 2029년 조선소가 도는 날까지, 이 베팅은 정치 리스크의 크기를 재는 잣대가 될 것이다.
분석 근거: 한국경제(HD현대·키윗 합작 관련 보도), 위키백과 HD Hyundai·Trump-class battleship·United States Merchant Marine 항목. 공개 데이터·보도에 근거한 분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