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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 3%대에도 금리 오르는 이유, 물가 뒤에 정부 지갑

류근웅류근웅 기자· 10/25/2026, 5:09:04 PM· Updated 10/25/2026, 5:09:13 PM

한국 경제는 지금 두 개의 숫자를 마주하고 있다. 하나는 2017~2018년 이후 처음으로 가능해진 2년 연속 3%대 성장이고, 다른 하나는 석 달째 목표치(2%)를 웃도는 물가다. 한국은행은 후자를 골랐다. 7월과 8월에 이례적으로 연속 인상해 기준금리를 연 3.0%로 끌어올렸고, 10월 22일 금통위에서는 동결하되 "지금의 긴축 기조를 이어갈 필요가 있다"고 못박았다. 서울경제 서베이에서 전문가 20명 중 18명이 11월 추가 인상을 점쳤다.

물가가 그리는 인상의 그래프

기준금리는 지난 7월 16일 연 2.75%, 8월 27일 연 3.00%로 올랐다. 한국은행 홈페이지 기준금리 추이에 그대로 남은 기록이다. 물가를 나란히 놓으면 인상의 산수가 보인다. 소비자물가는 7월 2.8%, 8월 3.1%, 9월 2.9%로 석 달 연속 목표치 위다.

시점기준금리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 동월)
2026년 7월2.75% (7/16 인상)2.8%
2026년 8월3.00% (8/27 인상)3.1%
2026년 9월3.00%2.9%

한은은 올해 성장률 전망(3.3%)을 "상당폭" 웃돌 것으로 본다. 잘 돌아가는 경제에 금리를 올리는 건 이상해 보이지만, 과녁은 근원물가다. 시장은 근원물가가 3%에 근접했다고 판독하고, 금리 종착점을 3.5%로 보는 전망이 가장 많다.

물가 뒤에 정부의 지갑이 있다

재정의 물가 파급을 한은 총재가 수치로 공개했다. 신현송 총재는 10월 22일 기자간담회에서 내년도 예산안이 성장률을 0.5%포인트, 물가를 0.06%포인트 끌어올릴 것이라고 밝혔다. 규모는 작아 보여도 방향이 문제라고 그는 짚었다. "일시적 재원으로 지속적인 재정 지출 사업을 벌인다면 지속 가능성에 각별한 관심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 반도체 초과세수처럼 한 번 들어온 돈으로 구조화된 지출을 만들면 되돌리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석유 최고가격제도에 대해서도 "오래 지속할수록 가격 구조를 왜곡하고 장기적으로 재정에 문제를 유발한다"고 잘랐다.

금리의 청구서는 이미 배달됐다

인상의 비용은 기업 통계에 먼저 찍혔다. 한국은행이 10월 21일 발표한 기업경영분석에서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못 갚는 기업(이자보상비율 100% 미만) 비중은 42.9%로 2009년 이후 최고다. 평균 이자보상비율은 292.7%로 개선됐지만 중앙값은 194.0%로 4년 연속 하락했다. 소수 기업이 평균을 끌어올린 구조다.

지표이전 연도2025년
이자 못 갚는 기업 비중42.8%42.9% (2009년 이후 최고)
대기업 매출 영업이익률5.6%6.7%
중소기업 매출 영업이익률3.0%2.8%

대기업은 반도체 호황으로 벌었고 중소기업은 이자 부담에 내려앉았다. 회복이 특정 산업과 규모에 집중된 경제에 통화 긴축을 얹으면, 인상의 청구서는 차입 의존도가 높은 곳에 먼저 도착한다.

초과세수는 축포가 아니라 방어 재원이다

시장의 결론도 같은 방향이다. 국고채 금리가 급등하자 정부는 10월 발행 계획에서 5조 원을 줄였고, 전문가들은 11~12월에 5조~10조 원을 더 줄이는 안을 최다 전망으로 꼽았다. 초과세수를 지출 확대가 아니라 빚을 줄이는 데 쓰는 편이 장기 금리 안정에 직결된다는 계산이다. 3년물 국고채 금리는 3.840%, 미국 10년물은 최근 5% 문턱을 오갔다. 돈 값이 비싸진 시대의 흑자는 방어 재원이다.

반론도 분명히 해둔다. 한은 스스로 예산안의 물가 파급을 0.06%포인트로 추산했고, 이전지출 중심이라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재정이 내수 회복의 버팀목이었다는 해석도 성립한다. 다만 그 버팀목이 일시적 세수에 얹혀 있다면, 인상 사이클이 끝난 뒤 남는 것은 되돌릴 수 없는 구조 지출이다.

성장의 배당을 누가 가져가나

2년 연속 3%대 성장이 현실이 되어도 이자 못 갚는 기업이 42.9%인 경제의 성장 배당은 반쪽이다. 초과세수를 지출에 쓸지 빚을 줄이는 데 쓸지의 선택이 다음 성장의 지형을 정한다. 숫자는 이미 방향을 보여준다.


분석 근거: 한국은행(기준금리 추이·기업경영분석), 한국경제, 서울경제, Trading Economics(통계청 물가 통계 기반). 공개 데이터·보도에 근거한 분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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