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오를수록 커지는 미만율의 역설
최저임금은 해마다 오르지만, 그 돈조차 못 받는 근로자 수는 그보다 빠르게 늘어난다. 2027년 적용 최저임금이 시간당 1만700원으로 확정된 지금, 진짜 봐야 할 숫자는 인상 폭이 아니라 이 제도가 매년 더 넓혀온 사각지대의 크기다.
합의는 작년의 예외, 올해는 다시 표결
2026년 적용 최저임금(시간당 1만320원, 전년 대비 2.9% 인상)은 2008년 이후 17년 만에 노·사·공 표결 없는 합의로 결정됐다. 하지만 2027년 협상은 예년 패턴으로 돌아갔다. 노동계는 최초 요구안으로 16.3% 인상된 1만2000원을, 경영계는 동결 수준인 1만320원을 제시했고, 최저임금위원회는 7월 14일 제14차 전원회의에서 사용자위원안(15표)이 근로자위원안(11표)을 앞서면서 시간당 1만700원(3.7% 인상)으로 표결 확정했다. 지난해의 합의는 구조가 바뀐 결과라기보다, 정치적 이례성에 가까웠다는 뜻이다.
| 연도 | 시급 | 인상률 | 결정 방식 |
|---|---|---|---|
| 2026년 | 10,320원 | +2.9% | 노사공 합의(무표결) |
| 2027년 | 10,700원 | +3.7% | 표결(15 대 11) |
미만율 12.5%, 20여 년 만에 세 배
최저임금이 오를 때마다 정부와 노동계가 강조하는 건 인상 폭이지만, 정작 제도의 실효성을 보여주는 지표는 최저임금 미만율이다. 2024년 기준 법정 최저임금(시급 9,860원)조차 못 받는 근로자는 276만1000명, 전체 임금근로자의 12.5%에 달했다. 2001년 57만7000명(4.3%)과 비교하면 인원은 3.8배, 비율은 약 3배로 불어났다. 최저임금이 시장 임금의 바닥을 끌어올리는 장치가 아니라, 오히려 그 바닥 아래로 밀려나는 근로자를 계속 늘려온 셈이다.
| 연도 | 최저임금 미만 근로자 | 미만율 |
|---|---|---|
| 2001년 | 57.7만 명 | 4.3% |
| 2024년 | 276.1만 명 | 12.5% |
숙박·음식점업은 이미 시장 원리 밖에 있다
업종별로 보면 격차는 더 뚜렷하다. 2024년 미만율은 숙박·음식점업 33.9%, 농림어업 32.8%로 전체 평균의 두 배를 훌쩍 넘는다. 세 명 중 한 명이 법정 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을 받고 있다는 뜻이며, 이는 단속 강화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해당 업종의 지불 능력이 이미 최저임금 수준을 밑돈다는 신호에 가깝다. 인상률을 둘러싼 노사 공방이 매년 반복되는 사이, 정작 제도가 겨냥한 저임금 노동시장의 상당 부분은 이미 그 틀 밖에서 움직이고 있다.
노동계 반론: 물가가 임금을 앞질렀다
노동계 주장에도 근거는 있다. 최근 3년간 평균 최저임금 인상률은 2.37%로 같은 기간 평균 물가상승률 2.66%보다 낮았고, 노동계는 2025년 최저임금위원회 기준 생계비를 월 275만4000원으로 제시하며 최저임금 월 환산액(약 215만 원)이 이에 크게 못 미친다고 지적했다. 저임금 근로자의 실질구매력이 정체됐다는 지적 자체는 통계로 뒷받침되며, 미만율 확대를 오로지 '인상이 과했다'는 결과로만 읽는 것도 반쪽 설명이다.
숫자가 가리키는 곳
인상률 표결 결과에만 매년 이목이 쏠리는 사이, 최저임금이라는 제도 자체가 감당하지 못하는 업종과 인구가 계속 늘고 있다는 사실은 뒷전으로 밀린다. 업종별·지역별 차등 적용이나 사회보험료 부담 완화처럼 시장의 지불 능력을 반영하는 보완책 논의 없이 매년 숫자만 올리는 방식으로는, 미만율 그래프의 방향을 바꾸기 어렵다.
분석 근거: 전자신문, 뉴스1, 한국NGO신문, 머니투데이, 헤럴드경제, KDI 경제교육·정보센터 '2024년 최저임금 미만율 분석' 보도 및 공개 통계에 근거한 분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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