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beTimes
#기술

AI 데이터센터 전쟁, 한국은 승인율 2%에 갇혔다

류근웅류근웅 기자· 2026/8/23 15:02:02· Updated 2026/8/23 16:42:15

AI 패권 경쟁의 승부처가 옮겨가고 있다. GPU 성능이나 파운드리 미세공정이 아니라, 변전소를 얼마나 빨리 지을 수 있느냐가 다음 몇 년의 순위를 가른다. 미국과 중국은 이미 발전소를 다시 켜고 국토를 재배치하며 전력을 확보하는 중인데, 반도체 강국을 자부하는 한국은 신청서 서랍 속에서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미국, 꺼진 발전소를 다시 켠다

미국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 비중은 2023년 전체 전력의 4.4% 수준이었지만 2028년에는 6.7~12%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2030년까지 필요한 추가 전력량은 약 240TWh, 2024년 대비 130% 늘어난 규모다. 이를 메우기 위해 가스발전소 폐쇄 시점을 늦추고 원전 수명 연장과 소형모듈원자로(SMR) 도입을 검토하며, 마이크로소프트 등 일부 기업은 자체 발전소 건설까지 논의하고 있다. 규제가 아니라 공급 자체를 늘리는 쪽으로 움직이는 셈이다.

중국, 서쪽으로 옮기고 재생에너지로 채운다

중국은 2030년까지 데이터센터 전력수요가 약 175TWh, 현재 대비 170% 늘어날 것으로 본다. 이에 맞춰 전력 여력이 풍부한 서부로 데이터센터를 분산 배치하는 '동수서산' 정책을 밀어붙이고, '데이터센터 녹색 개발 행동계획'을 통해 재생에너지 사용 비중을 매년 10% 이상 늘리도록 유도한다. 일부 신규 데이터센터는 재생에너지 사용량이 85%를 넘는다. 방향은 다르지만 결론은 같다 — 수요를 억제하지 않고 공급을 끌어온다.

한국, 병목은 전력이 아니라 서류다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데이터센터 전력수요가 2025년 4,461MW에서 2028년 6,175MW로 연평균 11%씩 늘 것으로 본다. 문제는 규모가 아니라 절차다. 2024년 8월부터 2025년 6월까지 수도권 전력계통영향평가에 195건이 신청됐지만 최종 승인은 4건, 승인률 2.1%에 그쳤다.

구분수치
수도권 전력계통영향평가 신청(2024.8~2025.6)195건
최종 승인4건 (2.1%)
2030년까지 신규 신청 전력9.36GW
기존 수도권 수전용량 대비약 4.7배

시장은 준비됐는데 인허가가 막는다

한국 데이터센터 입지의 60%, 전력수요의 70%가 수도권에 몰려 있다는 사실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자본과 인력이 몰리는 곳에 수요가 몰리는 건 시장의 정상적 반응이다. 문제는 그 수요에 응답할 송전망 증설과 인허가 속도가 시장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데 있다. 2.1%라는 승인률은 신중한 심사의 결과라기보다, 절차 자체가 병목이 됐다는 신호에 가깝다.

균형을 위한 반론

수도권 집중을 그대로 뚫어주는 게 능사는 아니다. 송전망 여유 없이 승인을 남발하면 정전이나 전력 품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고, 이는 데이터센터뿐 아니라 인근 산업·가정 전체의 리스크가 된다. 승인 지연의 상당 부분은 계통 안정성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검토 시간이라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다만 이 반론이 성립하려면 '심사'와 '지연'을 구분할 수 있는 절차 개선이 함께 있어야 한다.

전력주권 없이 기술주권 없다

HBM과 파운드리에서 한국이 앞서 있다는 사실은 전력이 없으면 의미가 줄어든다. 원전 신규 건설과 SMR 실증, 지방 분산 유인책을 서두르지 않으면 신청 대기 줄만 길어진다. 미국과 중국이 공급을 늘리는 속도로 움직이는 지금, 한국의 다음 선택지는 규제를 유지한 채 순서를 기다리는 쪽과 절차를 걷어내고 먼저 짓는 쪽, 둘 중 하나다.


분석 근거: 전기신문, 한국데이터경제신문, KB금융 리서치(kbthink.com), 벨퍼센터(하버드 케네디스쿨), 마켓스케일(marketscale.com). 공개 데이터·보도에 근거한 분석입니다.

쿠팡 파트너스 활동의 일환으로 일정 수수료를 제공받습니다

関連記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