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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모르게 30% 통째로 바꾸는 162조…821조 예산의 그림자

류근웅류근웅 기자· 2026/10/3 19:05:43· Updated 2026/10/3 19:05:51

내년 예산은 지금 두 개의 얼굴을 하고 있다. 겉으로는 총지출 820조 9,000억 원을 쓰고도 국가채무 비율을 51.6%에서 48.3%로 끌어내리는 '건전 재정'이다. 속을 열면 162조 원짜리 새 기금이 국회 의결 절차 일부를 건너뛰도록 설계돼 있다. 돈의 규모가 아니라 돈이 흐르는 통로가 문제다.

12.8% 증가 뒤에 숨은 회로

9월 1일 국무회의는 2027년도 예산안을 의결했다. 올해 본예산(727조 9,000억 원)보다 93조 원 많고, 증가율 12.8%는 역대 최대다. 정부는 관리재정수지 적자를 GDP 대비 -0.1%, 금액으로 3조 1,000억 원으로 잡아 전년보다 3.8%p 개선된다고 내놨다. 지출을 늘리면서도 살림은 아낀다는 그림이다. 다만 이 그림엔 재원이 어디서 와서 어느 계정으로 들어가는지가 빠져 있다.

30%를 건너뛴 기금

그 회로가 미래대응기금이다. 최근 10년 내국세 추세선을 넘는 추가세수 162조 3,000억 원을 재원으로 청년·성장동력·지방·교육인재 4개 계정을 묶은 기금이다. 쟁점은 한도다. 이 기금은 주요 항목 지출액의 30%까지 국회 의결 없이 바꿀 수 있다. 일반 기금에 적용되는 변경 한도 20%보다 넓다. 회계연도 중 초과세수가 생기면 추경을 편성하지 않고 기금으로 옮겼다가 사용 내역을 사후에 국회에 제출하면 된다. 세수 결손을 기금으로 메울 때는 변경 한도 규정이 아예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구분일반회계 확정예산미래대응기금
지출 변경추경 편성 + 국회 의결항목별 30% 이내 자체 변경
회계연도 중 이월심의 필요초과세수 선전입, 사후 보고
결손 보전국회 심의한도 규정 없음

그 162조의 주인은 반도체

추가세수의 정체는 추세선 초과분, 곧 반도체 호황이 몰고 온 돈이다. 뉴스1 보도에 따르면 기금을 포함한 재정에서 국회 심의가 느슨한 기금 비중이 전체의 38%까지 올랐고 기금 지출 증가율은 28%다. 세수 추계가 맞으면 국가채무는 내년 1,519조 8,000억 원으로 106조 원 늘어도 GDP 대비 비율은 떨어진다. 그러나 그 전망 전체가 반도체 세수 위에 서 있다. 반도체가 꺾이면 추가세수는 사라지고, 남는 건 늘어난 지출 구조와 2030년 1,734조 원으로 불어나는 국가채무(연합인포맥스)다.

항목2026년2027년(안)
총지출727.9조 원820.9조 원 (+12.8%)
국가채무1,413.8조 원1,519.8조 원
GDP 대비 채무비율51.6%48.3%

"쌈짓돈 아니라 저수지"라는 반론

정부 측 논리도 분명하다. 청와대는 8월 26일 "정부 쌈짓돈이 될 수 없다"고 밝혔다. 기금운용계획안을 국회에 제출해 심사받고, 변경 시 보고 의무가 있으며, 법이 정한 용도 밖에 쓸 수 없다는 것이다. GPU 가격이 급등하면 추경을 기다리는 대신 기금 계정을 조정하는 편이 빠르다는 것도 논거다. 여당은 기금을 경기 변동에 대비한 '재정 저수지'로 부른다. 그러나 범여권에서조차 8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통해 국회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왔다. 배재대 김현동 교수는 사전 심의가 없으면 커지는 것은 기획예산처의 자율권뿐이며, 필요하면 예산 편성이나 추경으로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48.3%가 지켜지는 조건

국가채무 비율 하락은 세수가 계속 맞을 때의 약속이다. 지출이 한번 821조로 자리 잡으면 줄이기 어렵고, 세수가 빠지면 그 차이는 국채로 메워진다. 민간 기업은 회계 기준과 외부 감사로 묶여 있는데, 정부 돈이 국회를 우회해 흐르면 그 묶음이 풀린다. 12월 국회가 기금 법안을 심사할 때 물어야 할 것은 162조의 용도가 아니라, 그 돈을 누가 언제 손댈 수 있는가다.


분석 근거: 경향신문(2026.8.26), 뉴스1(2026.9.1), 연합인포맥스(2026.9.1), 뉴스핌(2026.9.1), 정책브리핑 korea.kr(2026.9.1),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관련 보도(2026.8.24). 공개 데이터·보도에 근거한 분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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