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석 한 개 살리려 용혜인 장관 겸직 고수
용혜인은 장관이 돼도 의원직을 놓지 않겠다고 못박았다.
성평등가족부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30대 워킹맘으로서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런데 청문회를 앞두고 더 큰 파장을 만든 것은 소감이 아니라 의원직 유지 선언 쪽이었다. 그는 이유까지 공개적으로 설명했다. 사퇴하는 순간 기본소득당이 원외정당으로 밀려난다는 것이다.
"장관이 되더라도 의원직은 유지한다. 사퇴하면 기본소득당이 원외정당이 된다."
의석 한 개의 무게
기본소득당이 원내에 보유한 의석은 용혜인의 것 한 개가 전부다. 그가 장관 임명에 따라 의원직을 내려놓으면 정당은 하루아침에 국회 밖으로 나간다. 원외정당으로 분류되면 정당보조금 배분 계산이 크게 불리해진다. 국가가 지원하는 정책 연구 인력도 줄어든다. 선거 국마다 원내정당에 배정되는 방송 활동 시간의 혜택 역시 사라진다. 창당 이후 일궈온 정당의 명맥이 개인 한 사람의 진로 하나에 매달려 있는 셈이다.
합법성 논란은 성립하지 않는다. 현행 제도상 국무위원은 국회의원을 겸할 수 있으며 과거에도 현직 의원 신분으로 장관에 올라 의원직을 그대로 유지한 사례가 있었다. 2020년 박범계 법무부장관이 대표적 예다. 따라서 승부처는 법이 아니라 형폙의 감각이다. 청문회를 통과해 장관이 되는 동시에 소속 정당의 원내 지위까지 보존되는 구조가 국민 정서에 어떻게 비칠지가 관건이다.
'2030 특혜' 공세의 설계
국민의힘은 겸직을 세대 프레임으로 묶어 공격한다. 그 같은 혜택을 이해해 줄 2030 세대가 있겠느냐는 것이다. 논리의 골자는 이렇다. 정부가 젊은 층 지지 확대를 겨냥해 30대 여성을 장관에 앉혔다 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특정 정당에 돌아가는 이득은 특혜라는 것. 청문회에서 이 논리를 주력 축으로 삼아 집중 포화를 펼칠 태세다.
박지원은 정면 반박에 나섰다. 30대 여성 장관은 신선한 선택 아니냐고 되물었다. 내각의 세대와 성별 구성이 갖는 상징성을 먼저 평가하자는 주문이다. 인선의 의미와 겸직의 득실을 나눠 볼 것이냐 하나로 묶어 치겠느냐의 대립이 청문회를 앞두고 이미 가열된 양상이다.
연대 지형이 흔들린다
이번 인사의 파장은 인적 사안에 그치지 않는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민주·진보정당 연대에 속도를 내겠다는 구상을 이미 밝힌 바 있다. 그 연장선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지명 카드 한 장이 다음 선거를 겨냥한 기본소득당과의 협력 지렛대 확보용 포석이라는 해석이 힘을 얻는다. 원내 1석이라는 숫자는 작아도 법안 연석 발의와 표 결집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결코 작지 않다.
조국혁신당의 온도는 다르다. 제비 한 마리 날았다고 봄이 오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인사 한 건으로 연대가 저절로 성숙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흡수 통합에 대한 경계와 대등한 연합에 대한 기대가 진보 진영 안에 공존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인준이 끝난 뒤에도 협상 테이블의 온도차는 쉽게 좁혀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청문회와 그 이후
관전 포인트는 크게 세 갈래로 모인다. 청문사 과정에서 겸직이 검증의 중심에 앉는 것이 첫째다. 국민의힘이 세대 프레임을 유지하는 만큼 정당 지위 유지의 당위성을 두고 공방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둘째는 연대 협상의 속도다. 인준이 순조롭게 마무리되면 민주당과 소수 정당 사이 협력의 골격이 더 빨리 다듬어질 것이다. 마지막은 2030 세대 여론의 향방이다. 특혜라는 이름표가 남을지 다양성 인사라는 평가가 남을지가 향후 정치 지형의 변수로 자리할 것이다.
논란의 본질은 결국 한 사람의 두 자리가 아니다. 겸직을 풀면 정당이 사라지고 정당을 지키면 특혜 시비를 감수해야 하는 구조 자체가 소수 정당의 생존 조건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제비 한 마리로 봄이 오지 않는다면 다음 새들이 날아올 수 있는 하늘을 만드는 일이 정부와 진보 진영 모두의 과제로 남는다.
데일리 브리핑 구독
매일 아침 핵심 뉴스를 이메일로 받아보세요. 무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