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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정쟁 속에도 법안 714건 통과시켰다

모민철모민철 기자· 2026. 10. 12. PM 3:45:30

여야가 치열하게 싸우는 사이 국회는 조용히 법안 714건을 통과시켰다.

쿠키뉴스가 22대 국회 개원일인 2024년 5월 30일부터 2026년 9월 30일까지 의원 발의 법률안 1만 9730건을 전수 분석한 결과, 정치권이 특검과 논쟁적 사안으로 대립하는 동안에도 상당수 법안은 초당적 협력으로 처리된 것으로 나타났다. 쟁점 법안이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동안 실질 입법 성과는 뒷전에서 쌓이고 있었다는 뜻이다.

1만 9730건 발의, 714건 통과의 의미

발의된 법률안 가운데 국회 문턱을 넘은 것은 714건이다. 단순 계산하면 처리율은 3.6% 남짓이다. 숫자만 보면 낮아 보이지만, 국내외 경제·사회 환경이 급변하는 가운데 여야 합의로 이만한 물량을 소화했다는 점은 결코 적지 않다. 특히 이 기간은 이른바 '골프 특검안' 발의 공방, 한동훈 무소속 의원 관련 논란, 선관위 특검 등 정치적 갈등이 연일 이어진 시기와 겹친다.

분석 결과가 시사하는 바는 명확하다. 국회의 입법 기능이 마비된 것이 아니라, 쟁점 사안과 비쟁점 사안이 이중 트랙으로 갈라져 움직인다는 점이다. 정치적으로 불붙는 사안은 협상이 답보되지만, 산업·민생 관련 법안은 소통 채널이 유지되면서 실무적 타결이 이뤄지고 있다.

함께 통과된 산업·민생 법안들

대표적인 사례가 배달앱 수수료 상한제 논의다. 배달앱 플랫폼이 입점업체에 부과하는 수수료에 상한을 두거나 부담을 낮추는 법안은 국정감사 이후 여야가 함께 입법을 추진하는 흐름으로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배달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수수료율이 중소 자영업자 경영을 압박하는 요인으로 지적돼 왔기에 초당적 공감대가 형성됐다.

병역특례 축소와 예술인 병역 특례 폐지 법안도 같은 맥락에서 진행된다. 국방부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병역특례 축소 방침을 밝힌 가운데 관련 법안이 국회에 제출됐고, 공정성 시비가 있는 특례 제도를 정비하는 작업에 여야가 함께 나섰다. 이처럼 특정 정파의 이익과 직결되지 않은 제도 개선 안들은 정쟁의 소용돌이 밖에서 처리 속도를 내고 있다.

정쟁과 입법의 이중 트랙

물론 갈등의 축도 사라진 것은 아니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대구 상가건물 천장 붕괴 사고 당일 이재명 대통령의 골프장 방문 의혹과 관련해 '골프 특검안' 대표 발의를 예고했고, 대통령실 측은 이를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하며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한동훈 무소속 의원 딸의 논문 대필 의혹을 제기했고, 한 의원은 김민석 민주당 대표의 아들 관련 법안 발의를 수사 대상이라며 맞받았다.

이런 대립이 계속되는 와중에도 714건이 통과됐다는 사실은, 여야가 필요한 지점에서는 협력할 수 있는 체제를 유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쟁점 사안은 본회의 표결이나 정치 공방으로 가고, 민생 사안은 상임위원회 실무 협의로 간다는 구분이 실제로 작동하고 있는 셈이다.

남는 과제와 전망

과제도 분명하다. 3.6%의 처리율은 여전히 낮은 수준이며, 통과된 법안 가운데 상당수가 기한 만료를 앞둔 법안의 존속 결정처럼 형식적 심사에 가까운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노동입법 분야에서는 여야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미국 빅테크가 인력 감축으로 체질을 개선하는 동안 국내 기업은 파업과 노동 관련 입법 불확실성에 발목 잡힌다는 비교도 등장한다.

앞으로의 국정 일정을 보면 여야 협력의 지속 여부를 가늠할 수 있다. 선관위 특검팀은 이달 말 잠실 올림픽공원에서 투표용지 공개 검증을 조율 중이며, 특검 관련 사안들은 계속 정치적 긴장을 낳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배달앱 수수료 개편, 병역특례 정비처럼 산업과 민생에 직결된 입법 수요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법안 714건이라는 숫자는 국회가 소음 속에서도 제 본연의 기능을 잃지 않았다는 증거이며, 앞으로 이 이중 트랙이 얼마나 안정적으로 굴러가는지가 22대 국회 후반기 입법 성과를 결정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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