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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폭력 보호 법안 32건 국회에서 잠들었다

모민철모민철 기자· 2026. 10. 18. AM 9:48:14· 수정 2026. 10. 18. AM 11:28:45

32건의 법안이 국회에서 잠들어 있다

가정폭력 참극이 반복될 때마다 국회는 대책을 촉구해 왔지만 정작 계류 중인 보호 법안은 32건에 달한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잇따른 가정폭력 사건을 계기로 경찰이 가해자 격리와 피해자 보호 강화 방안을 검토하고 있음에도, 국회에 제출된 관련 법안들은 상당 기간 처리되지 못한 채 방치돼 있다. 현행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은 사건 초기 단계에서 피해자를 보호하는 장치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오래 continued돼 왔다.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면 국회마다 분노와 대책 발언이 쏟아지지만, 회기가 끝나면 법안 심사는 뒷전으로 밀려나는 구조가 반복돼 온 것이다.

법안의 핵심 내용과 적용 대상

계류 중인 법안들은 크게 세 방향으로 정리된다. 첫째는 가해자를 피해자로부터 즉시 격리할 수 있는 '퇴거 명령'과 접근 금지 범위 확대다. 둘째는 피해자 보호시설 확충과 임시 주거 지원을 법적 의무로 명시하는 내용이다. 셋째는 재발 위험이 높은 가해자에 대한 전자발찌 부착 등 상시 감시 장치 도입이다. 적용 대상은 배우자를 비롯해 사실혼 관계, 직계 존비속 등 현행법의 '가정구성원' 정의에 포함되는 사람들이다. 일부 법안은 전 남녀친구 등 이별한 관계까지 보호 범위를 넓히는 안을 담고 있어 심사 과정에서 논쟁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법률 현장의 문제 제기도 구체적이다.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공동대표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가정 유지'가 법의 목적으로 받아들여지면서 현장에서 강한 개입이나 가해자 처벌을 주저하게 되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가정 유지를 목적으로 하는 부분은 삭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행법 제1조에 명시된 '가정의 평화와 안정 유지'라는 입법 목적이 오히려 피해자 보호보다 가구 보존을 우선시하는 근거로 작동해 왔다는 비판이다. 국제기구와 국내 연구에서도 가정폭력 대응 법제의 목적을 피해자 인권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권고가 반복적으로 나왔다.

찬반 논쟁의 구도

찬성 측은 사건 예방 효과를 근거로 든다. 보호 명령이 초기 개입과 연결되면 중대 사건으로 이어지는 비율을 낮출 수 있다는 게 통상의 분석이다. 반면 신중론은 가정 내 관계를 형사司法가 과도하게 개입할 경우 가해자로부터 무고한 사람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특히 접근 금지 확대와 전자감시 도입은 남용 가능성과 증거 기준 논쟁을 낳는다. 발의자와 소속 정당보다는 법안 내용 자체를 두고 법조계와 시민단체의 해석이 갈리는 국면이다.

전망과 과제

32건의 법안이 한꺼번에 처리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회는 통상 특정 사건이 여론화되면 관련 법안을 묶어 대표안을 구성한 뒤 법제사법위원회와 여성가족위원회 등 소관 위원회에서 심사한다. 이 과정에서 '가정 유지' 목적 조항의 삭제 여부가 최대 쟁점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송 대표의 지적처럼 목적 조항이 현장 집행의 방향을 좌우하는 만큼, 조항 수정 없이 절차 장치만 늘리는 입법은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결국 관건은 속도다. 다음 참극이 언론에 보도되기 전에 법안 심사가 정상 궤도에 오르는지 여부가 이 입법의 성패를 가를 것이다. 처리가 늦어지는 동안 피해는 통계가 아니라 이름 있는 사건으로 기록될 뿐이라는 점에서, 국회의 심사 일정 확정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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