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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에 쌓인 가정폭력 보호법안 32건

모민철모민철 기자· 2026. 10. 19. AM 3:02:26· 수정 2026. 10. 19. AM 3:02:26

가정폭력 참극이 반복될 때마다 국회는 대책 마련을 약속했지만 정작 계류 중인 가정폭력 관련 보호법안은 32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자 격리와 보호를 강화하는 방안이 법안 형태로 여러 차례 발의됐음에도 처리되지 못한 채 방치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참극마다 반복된 입법 논의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잇따른 가정폭력 참극을 계기로 경찰이 가해자 격리와 피해자 보호를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국회에 계류된 가정폭력 관련 보호법안은 32건에 이르며 수년간 처리되지 않고 있다.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국정조사나 법안 발의가 논의됐지만, 여야 간 이견과 정치 일정을 이유로 심의 자체가 이뤄지지 않은 사례가 많았던 것이다.

현행 가정폭력처벌법은 임시조치와 접근금지 등 피해자 보호 장치를 두고 있으나, 사법 처리 이후의 보호 공백과 긴급 상황에서의 대응 한계가 반복적으로 문제돼 왔다. 발의된 법안들은 가해자에 대한 전자발찌 부착 확대, 접근금지 위반 시 처벌 강화, 피해자 보호시설 확충 등을 골자로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안이 멈춘 이유

32건의 법안이 방치된 배경에는 입법 우선순위 문제가 자리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여성가족위원회 등 관할 상임위원회에서 가정폭력 법안은 정치적 쟁점 법안에 밀려 의제화되지 못했다. 2026년 현재 국회의 주요 의제가 특검과 탄핵 등 정치 사법 문제에 집중되면서 사회 안전 관련 입법의 심의 여지가 더욱 줄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가정폭력 사건은 사건 발생 직후 대책 마련 여론이 높아졌다가 시간이 지나며 관심이 식는 패턴을 보여왔다. 입법 과정 역시 이런 여론 주기와 맞물려 발의 이후 속도를 내지 못한 채 폐기 직전까지 가는 법안이 다수 발생했다. 재발의 역시 같은 내용이 반복되는 경우가 많아 실질적 진전이 없었다는 지적이다.

참극을 막을 수 있었나

최근 참극 사건들에서 가해자가 사전에 보호조치 대상이었던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접근금지 등 임시조치가 실효적으로 작동하지 않으면 사건 예방이 불가능하다며, 처벌 강화보다 격리 조치의 이행 감시와 위반 시 즉각 대응 체계가 법률로 정리돼야 한다고 지적해 왔다.

경찰이 검토 중인 가해자 격리 강화 방안도 법적 근거 없이는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행정 지침 수준의 대응은 사후 책임 소재도 불분명해, 입법 뒷받침 없이는 실효성 있는 보호가 어렵다는 게 사법계의 중론이다.

입법 절차 전망

국회에서 법안을 처리하려면 상임위원회 심사와 법제사법위원회 체계·자구 심사, 본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현재 국회 일정이 특검 관련 법안과 감사 논의로 채워져 있는 상황에서 가정폭력 보호법안의 의제화 시점은 불투명하다. 다만 참극이 거듭되며 피해자 보호 입법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높아진 만큼, 여야가 쟁점 법안과 별도로 사회 안전 입법만큼은 협의 테이블에 올릴 가능성도 남아 있다.

32건의 계류 법안 중 내용이 중복되는 것을 통합 정리하고 합의 가능한 조항부터 우선 처리하는 단계적 접근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제시된다. 가정폭력 피해자 보호는 정파 간 이념 대립의 성격이 약한 사안인 만큼, 정치 일정과 무관하게 심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상임위원회 차원의 논의가 조속히 재개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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