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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52시간 예외에 새 법 대신 시행령 수정 검토

모민철모민철 기자· 2026. 10. 23. PM 7:20:27· 수정 2026. 10. 23. PM 7:20:27

반도체 클러스터에 주 52시간 근무 제한을 예외 적용하는 문제를 두고 정부가 새 입법 대신 기존 제도의 시행령 수정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23일 오후 청와대에서 주요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전남 광주 반도체 클러스터 지원을 위해 초광역특별경제구역법, 이른바 메가특구법에 주 52시간 예외를 담는 안과 관련해 "기존 제도 시행령을 수정하거나 절차를 쉽게 하는 방법이 있는지도 서로 깊이 논의해 보라"고 지시했다. 이는 반도체 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한 노동시간 유연화 논의가 새 법안 만들기가 아닌 하위법령 정비로 풀릴 가능성을 시사한다.

왜 다시 쟁점이 됐나

주 52시간제는 근로기준법에 따라 주당 최대 52시간까지만 일할 수 있게 한 제도다. 그런데 반도체 생산라인은 설비 점검과 클린룸 공정 특성상 집중 근무가 불가피하다는 업계의 불만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팹(Fab) 증설 경쟁이 치열한 미국과 중국, 대만과의 경쟁에서 근무시간 규제가 투자 발목을 잡는다는 지적이 국내외 투자자들에게서 반복적으로 나왔다.

이런 배경에서 반도체 클러스터 지원을 목표로 한 메가특구법에 근무시간 예외 조항을 넣자는 입법 논의가 추진됐다. 반도체 연구·생산 시설을 특구로 지정해 각종 인허가를 일괄 처리하고 노동 규정도 완화하겠다는 취지다.

시행령 수정이라는 대안의 의미

이 대통령이 이날 제기한 것은 방식의 전환이다. "새 제도가 필요한가"라는 근본적 물음을 던지면서, 이미 시행 중인 제도의 시행령을 고치거나 특차 절차를 간소화하는 경로를 먼저 검토하라고 주문했다. 사실 메가특구법 자체에 특례 적용 대상 연구개발 시설에 대한 근무시간 유연화 장치가 이미 마련돼 있어, 입법 없이도 하위 규정만으로 상당 부분 해소가 가능하다는 게 정부 판단으로 풀이된다.

시행령 수정은 국회 표결 없이 행정 절차만으로 가능하다는 점에서 속도 면에서 이점이 크다. 법안이 통과되려면 상임위원회 심사와 법사위 체계·자구 심사, 본회의 표결을 모두 거쳐야 하지만 시행령은 입법예고와 규제심사 등을 거치면 된다. 반도체 투자 일정에 맞춰 제도를 조기에 안착시키려는 실용적 선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노동계와 산업계의 대립 구도

찬반 논쟁은 뚜렷하다. 산업계와 반도체 기업들은 연구개발과 생산 현장의 특수성을 감안하면 예외 적용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글로벌 경쟁에서 공정 대응 속도가 곧 경쟁력이라는 논리다. 실제로 주요국이 반도체 지원을 위한 규제 완화에 앞다투고 있어 한국만 규제에 묶여 있을 수 없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노동계는 반대한다. 제조업 전반으로 예외가 확대될 우려와 함께 과로 문제가 반도체 산업에서 이미 표면화된 상황에서 근무시간 확대는 노동자 건강권을 침해한다는 것이다. 여야 사이에서도 균형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는 시각이 적지 않아, 입법이 아닌 시행령으로 선회한 것 자체가 정치적 마찰을 줄이는 포석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향후 일정과 전망

당분간 관계 부처 간 협의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고용노동부가 근로기준법 시행령 수정 방안을, 산업통상자원부가 메가특구법상 특례 적용 절차를 각각 점검한 뒤 통합안을 마련하는 순서가 될 가능성이 크다. 대통령실이 "서로 깊이 논의해 보라"고 지시한 만큼 부처 간 의견 차이를 좁히는 조율 과정이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시행령 수정안이 마련되면 입법예고와 규제심사를 거쳐 연내 또는 내년 초 시행이 목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적용 대상을 반도체 연구·생산 시설로 한정할지, 특차 신청 절차를 어느 수준까지 완화할지를 두고 노동계 반발이 거세질 수 있다. 광주 클러스터를 시작으로 용인·평택 등 반도체 벨트로 예외 적용이 확산될지가 향후 관전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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