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 주52시간 예외에 시행령 수정 지시
이재명 대통령이 반도체 업계의 주 52시간 예외 요구에 대해 새 입법보다 기존 시행령 수정을 먼저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23일 오후 청와대에서 주재한 회의에서 이 대통령은 전남·광주 반도체 클러스터 등 메가 특구를 지원하기 위한 '초광역특구법(메가특구법)'에 노동시간 예외 조항을 넣는 문제와 관련해 "기존 제도 시행령을 수정하거나, 절차를 쉽게 하는 방법이 있는지 서로 깊이 논의해 보라"고 밝혔다. 이는 국회 입법을 통한 특례 신설에 앞서 행정 조치로 해결 가능한지를 먼저 따져보라는 취지로 풀이된다.
왜 다시 불거졌나
현행 근로기준법은 주 52시간을 초과하는 노동을 금지하고 있다. 연장근로는 주 12시간까지로 제한되며, 위반 시 사업주에게 형사처벌이 적용된다. 반도체 제조는 설비 가동이 멈추지 않는 연속공정 산업이라 짧은 기간에 집중되는 설비 점검과 정밀 공정 특성상 유연한 노동시간 조정이 필요하다는 것이 업계의 장기적 요구였다.
문제는 특례 적용 절차다. 기존 노동시간 특례는 정부가 지정하는 특별연장승인 절차를 거쳐야 하며, 업계는 이 과정이 실질적 투자 일정에 발맞추기 어렵다고 지적해왔다. 전남·광주에 조성되는 대규모 반도체 클러스터는 수십조 원대 민간 투자가 예고된 국가 전략사업인 만큼, 공사와 가동 시점에 맞춘 인력 운용 규제 완화 요구가 입법 국면으로 이어진 것이다.
법안의 핵심과 대상
쟁점이 된 메가특구법은 광역 단위 산업 클러스터에 인허가·규제 특례를 일괄 적용하는 골자다. 여기에 반도체 연구·생산 인력에 대한 주 52시간 적용 예외 조항을 넣을지가 핵심 쟁점으로 부상했다. 적용 대상은 특구 내 반도체 설비 투자 기업과 연구개발 인력으로 한정되는 방안이 거론됐다.
이 대통령의 지시는 접근 방식의 전환을 시사한다. 특례를 법률에 새로 명시하지 않더라도, 근로기준법 시행령과 관련 고시의 해석·운용을 바꾸는 방식으로 상당 부분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특별연장승인의 요건과 절차를 간소화하면 국회 논의를 기다리지 않고도 조기 시행이 가능하다. 행정 입법은 국회 표결 없이 추진되므로 입법 공백 기간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노동계와 산업계의 시각 차
산업계는 환영한다. 반도체 경쟁국들이 규제 완화를 앞세워 투자 유치 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시점 지연이 곧 경쟁력 상실로 이어진다는 논리다. 특히 클러스터 조성 초기에는 집중 공사와 시운전 인력 수요가 급증하므로 절차 간소화가 실질적 효과를 낸다는 평가다.
노동계는 우려를 표한다. 장시간 노동은 근로자 건강권을 직접 침해하며, 연속공정 특수성이 곧 과로 정당화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시행령 수정은 국회 심의와 청문 과정 없이 이뤄지는 만큼 노동자 보호 장치가 취약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정부는 예외 승인 기간 상한과 건강검진 등 안전장치 유지 방안을 함께 설계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게 됐다.
입법 절차와 향후 전망
메가특구법 자체는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 심사를 앞두고 있다. 노동 예외 조항을 법안에 포함할지, 분리할지는 여야 협의 대상이다. 국민의힘은 규제 특례 확대에 largely 우호적이지만, 노동시간 완화의 범위를 두고 이견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 조국혁신당 등 야당 일부는 사법·노동 개혁 논의와 별개로 장시간 노동 확대에 신중한 입장을 견지해왔다.
당분간 관료 정책 조정이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 지시에 따라 고용노동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시행령 수정안의 법적 실효성과 절차 설계를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별연장승인의 사전 요건을 사후 확인으로 전환하거나, 반도체 클러스터를 승인 대상에서 제외하지 않는 방식 등이 거론될 수 있다.
시행령 수정이 조기에 마무리되면 메가특구법에는 노동 조항을 축소한 형태로 반영될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시행령만으로 유연성 확보가 불충분하다는 결론이 나면 특례 신설 논의가 국회로 되돌아온다. 어느 경로든 반도체 투자 일정과 노동 보호 수준의 균형이 입법·행정 양쪽에서 동시에 검증받는 과정이 될 전망이다.
데일리 브리핑 구독
매일 아침 핵심 뉴스를 이메일로 받아보세요. 무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