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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폭력 법안 32건 국회에서 3년째 잠들다

모민철모민철 기자· 2026. 10. 18. PM 6:25:24· 수정 2026. 10. 18. PM 6:25:24

참극이 부를 때마다 입법은 제자리걸음

가정폭력 피해자 보호를 위한 법안 32건이 국회에서 3년 넘게 표류하고 있다. 잇따른 가정폭력 참극을 계기로 경찰이 가해자 격리와 피해자 보호 강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정작 이를 뒷받침할 법안들은 발의된 뒤 심사조차 받지 못한 채 잠들어 있다는 것이 연합뉴스 보도가 가리키는 핵심이다. 제도의 사각지대가 반복된 비극의 배경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국회에 계류 중인 관련 법안은 모두 32건에 이른다. 가정폭력처벌법 및 가정폭력방지법 개정안들이 주류를 이루며, 피해자에 대한 접근금지 강화, 긴급임시조치 실효화, 가해자 상담·치료 이수 의무화 등이 골자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들 법안은 여야 대치와 입법 일정 지연 속에 계류 상태로 머물러 있다. 과거에도 가정폭력 사건이 사회적 이슈로 부상할 때마다 국회는 대책 마련을 다짐해 왔지만, 여론이 가라앉으면 논의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법안의 핵심 내용과 적용 대상

계류 중인 법안들이 공통적으로 겨냥하는 것은 사건 발생 직후 피해자를 보호하는 장치다. 현행 긴급임시조치는 가해자가 접근금지 명령을 어겨도 제재가 미미해 실효성 논란이 지속돼 왔다. 이에 법안들은 접근금지 위반 시 제재를 강화하고, 임시조치 기간 연장, 피해자 보호시설 확충, 가해자에 대한 치료 프로그램 이수 의무 등을 담고 있다.

적용 대상은 배우자를 비롯한 가족 구성원은 물론, 사실혼 관계와 이혼 후 접촉까지 포괄하는 방향으로 확대가 논의되고 있다. 이는 이별 후 스토킹이 가정폭력으로 이어지는 사건이 반복되면서 나온 요구다. 가해자 격리가 늦어지는 사이 피해자가 위험에 노출되는 구조를 바꾸겠다는 취지다.

찬반 논쟁과 정치적 계산

입법 지연의 배경에는 정치 일정이 자리한다. 현재 국회의 초점은 조희대 대법원장 탄핵 논의와 선거관리위원회 특검, 검찰 조작기소 특검 등 정치적 사법 이슈에 쏠려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조 대법원장 탄핵 추진을 공식화하고 국민의힘은 이재명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면서 여야 대치가 격화된 상황에서, 민생 입법의 우선순위는 뒤로 밀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가정폭력 법안 자체에 대한 반대가 크다기보다, 심사할 틈이 없다는 것이 보도가 보여주는 실태에 가깝다. 다만 접근금지 위반에 대한 형사처벌 강화가 과잉 처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신중론도 존재해 왔다. 시민단체와 피해자 지원 활동가들은 매번 참극 뒤에 "이번에야말로 입법하라"고 촉구해 왔지만, 그 목소리는 국정 청문의 소음 속에 묻혀왔다. 권력을 향해 진실을 말하는 이를 누르려는 시도는 늘 있어 왔다는 말처럼, 힘없는 피해자의 목소리가 제도에 담기기까지는 더 많은 압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전망과 과제

전망은 밝지만은 않다. 정기국회 일정이 특검·탄핵 등 정치 이슈로 채워지는 상황에서 법사위원회와 여성가족위원회의 법안 심사가 언제 본격화될지는 불투명하다. 32건 가운데 상당수는 발의 후 3년이 넘도록 폐기되지 않고 계류 상태로 남아 있어, 다음 국회에서 자동 폐기되거나 재발의를 기다리는 수순을 밟을 가능성도 있다.

그럼에도 대안은 있다. 여야가 정쟁 이슈와 무관하게 합의 가능한 민생 법안부터 패스트트랙으로 묶어 처리하는 방식이다. 가해자 격리와 피해자 보호 강화는 여야 모두 반대할 명분이 약한 영역이어서, 정치적 합의 난이도가 상대적으로 낮다. 참극이 반복될 때마다 "국회가 호통쳤다"는 평가를 이제는 입법 성과로 바꿀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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