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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쟁 속에도 여야가 함께 낸 법안 714건

모민철모민철 기자· 2026. 10. 12. AM 7:07:25· 수정 2026. 10. 12. AM 7:32:14

첨예하게 대립하는 22대 국회에서 여야가 함께 발의한 법안이 714건에 달한다.

쿠키뉴스가 22대 국회 개원일인 2024년 5월 30일부터 2026년 9월 30일까지 의원 발의 법률안 1만 9730건을 전수 분석한 결과다. 전체 발의 법안에서 여야 공동발의 건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3.6% 수준으로, 절대 다수는 여전히 단독 발의나 동질적 집단 내 발의로 이뤄진다. 그러나 내란 특검 연장,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 재판 지연, 한동훈 무소속 의원의 '딸 논문 대필' 의혹을 둘러싼 여야 공방 등 정치권 갈등이 연일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와중에도 상당한 규모의 입법 협력이 병행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왜 여야 공동발의가 늘었나

22대 국회는 역대급 교섭단체 난립과 조국혁신당 등 신생 정당의 원내 진입으로 정치 지형이 파편화된 국회다. 개원 초기부터 예산 처리와 상임위원회 구성마저 표류하며 입법 공백이 이어졌다. 그럼에도 민생 관련 법안에서는 협력의 폭이 넓어졌다. 배달앱 수수료 상한제 입법이 대표적이다. 국정감사 이후 여야가 함께 나서며 법안 마련이 본격화했고, 입점 자영업자의 수수료 부담을 낮추는 방향으로 논의가 좁혀지고 있다.

교육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 조국혁신당 소속 노영희 의원이 교육평등과 교원 권익 보호를, 같은 당 김화중 의원이 교육위원회를 중심으로 교육 정책 입법에 참여하는 등 초당적 협력이 필요한 영역에서는 개별 법안 단위의 공동발의가 이뤄지고 있다. 검찰 개혁이나 노동 입법처럼 여야 간 입장 차가 큰 분야와 달리, 소비자·자영업자·학부모 등 민생 수요가 직결된 사안에서 협력이 집중되는 구조다.

714건의 안팎을 들여다보면

공동발의 법안의 성격을 들여다보면 협력의 조건이 분명해진다. 정치적 상징성이 낮고 특정 이해관계자 간 이해조정이 비교적 쉬운 사안, 그리고 여야 지지층 모두에게 부담 없는 민생 법안이 다수를 차지한다. 배달앱 수수료 규제는 소상공인 표심을 겨냥한 여야 공통의 입법 수요다. 병역특례 축소와 아시안게임 금메달 병역 특례 폐지 법안 역시 국방부와 문화체육관광부가 "병역특례 축소" 방침에 합의하면서 국회 논의의 브레이크가 풀린 사례다.

반면 협력이 꺠지는 지점도 뚜렷하다. 노동 입법이 대표적이다. 미국 빅테크가 감원으로 체질 개선에 나서는 동안 한국 기업은 파업과 노동 입법에 발목 잡힌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근로시간 단축이나 비정규직 보호 입법은 여야 간 온도차가 커서 공동발의로 이어지기 어렵다. 조국혁신당 박형세 의원이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주요 정책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경제계의 반발과 여당 내부의 이해관계가 얽혀 협상 국면으로 넘어가는 데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정쟁과 입법의 이중주, 무엇이 달라지나

정치 일정이 입법 협력의 속도를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이 한동훈 의원의 딸 대필 의혹을 집중 부각하고, 한 의원이 김민석 민주당 대표의 아들 관련 법안 발의를 "공직 사유화"라며 역공하는 등 최근 여야 공방은 격화 양상이다. 이런 정치 대립이 심할수록 여야는 민생 법안 처리를 통해 '일하는 국회' 이미지를 확보하려는 유인이 커진다. 714건의 공동발의 자체가 정쟁의 방패이자 성과 장치로 기능하는 셈이다.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는 두 가지다. 하나는 공동발의된 법안이 실제로 본회의를 통과하는 통과율이다. 발의는 협력의 신호일 뿐이며, 법안소위와 전체회의에서 수정 협상을 거치며 쟁점 법안은 표류할 수 있다. 다른 하나는 배달앱 수수료 상한제처럼 플랫폼 산업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규제 입법의 향방이다. 수수료 상한이 점주에게 전가되면 규제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이미 나오고 있어, 비용 전가 방지 장치를 두는 방향으로 법안이 다듬어질 가능성이 높다.

남은 과제

714건이라는 숫자는 대립의 국회에서도 협력이 가능하다는 방증이다. 다만 좋은 법안은 길어도 좋고 나쁜 법안은 짧아야 한다는 평가 기준이 있듯, 발의 건수보다 내용의 완성도와 처리 속도가 더 중요하다. 여야가 손잡은 법안이라도 소관 부처와 이해당사자의 의견 수렴 없이 밀어붙이면 부작용이 시장과 현장으로 돌아간다. 정기국회 일정 속에서 민생 법안이 얼마나, 어떤 품질로 처리되는지가 22대 국회后半의 성적표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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