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beTimes

흉기 난동 법안 수십 건에 국회 문턱 넘은 건 둘뿐

모민철모민철 기자· 2026. 10. 15. AM 4:10:13· 수정 2026. 10. 15. AM 4:10:13

사건 발생마다 쏟아진 법안, 국회 문턱 넘은 것은 두 개뿐

무고비명(無差別) 흉기 난동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국회에 쏟아져 나온 처벌 강화 법안들 가운데 실제로 국회를 통과한 것은 공중협박죄와 공공장소 흉기소지죄 두 건에 그쳤다. KBS 보도에 따르면 불심검문을 강화하는 내용의 법안은 폐기됐고, 나머지 다수 법안도 계류 또는 폐기 수순을 밟았다. 사건 직후 국민적 분노와 정치적 압력에 밀려 만들어진 입법이 정작 제도화까지 이르지 못한 셈이다.

이런 흐름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과거에도 강력범죄가 발생하면 여야가 경쟁하듯 처벌 강화 법안을 발의해 왔다. 그러나 법제사법위원회 심사 단계에서 논란에 부딪히거나, 회기가 끝나면서 자동 폐기되는 사례가 반복돼 왔다. 발의 건수만 늘고 통과율은 낮은 이른바 입법 쇼 현상이 지적되는 이유다.

통과된 두 법안의 핵심 내용과 적용 대상

공중협박죄는 다수 사람이 있는 장소에서 사람을 협박해 공포감을 조성하는 행위를 새로 범죄로 규정한 것이다. 기존 협박죄는 개별 피해자의 고소를 요건으로 하는 경우가 많아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테러형 협박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신설됐다. 공공장소 흉기소지죄는 공중이 접근할 수 있는 장소에서 정당한 사유 없이 흉기를 소지하는 행위 자체를 처벌 대상으로 삼는다. 흉기를 휘두르기 전 단계, 즉 예비 단계에서 수사와 검거를 가능하게 하겠다는 취지다.

적용 대상이라는 점에서 두 법안은 공통점을 지닌다. 모두 공공장소라는 공간적 요건과 불특정 다수라는 객체 요건을 전제로 한다. 다만 흉기소지죄는 소지 자체를 처벌하는 만큼 일상적으로 흉기를 지니는 직업 종사자나 합법적 사유가 있는 사람과의 경계 설정이 실무상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불심검문 강화 법안은 왜 폐기됐나

폐기된 불심검문 강화 법안은 경찰이 공공장소에서 테러 우려 인력을 상대로 신분 확인 등을 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그러나 범죄 예방 효과가 불분명하다는 지적과 함께 국민의 신체 자유와 이동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형사소송법 체계에서 강제수사는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원칙으로 하는데, 불심검문 확대는 이 원칙의 예외를 넓히는 것이어서 법리적 논쟁을 피할 수 없었다.

여야 입장 차이도 갈림길이었다. 강력범죄 대응을 앞세운 측은 사전 예방의 필요성을 강조한 반면, 인권 보호 관점에서는 자의적 단속과 프로파일링 우려를 제기했다. 시민단체들 역시 광범위한 경찰 권한 확대는 오히려 불신과 갈등을 키울 수 있다고 비판했다. 결국 표결에 부치지 못하고 폐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입법 남발과 제도적 한계 사이, 남은 과제

전문가들은 사건 대응형 입법의 한계를 지속적으로 지적해 왔다. 감정이 격해진 시기에 형량을 높이고 범죄를 새로 만드는 방식은 재범 억제 효과가 제한적이며, 수사·기소 이후 교정과 재활 체계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처벌 수위를 높이는 것보다 위험 인력 조기 식별과 관리, 정신건강 대응 체계 정비가 범죄 예방에 더 직결된다는 분석이 형사정책 연구에서 반복적으로 나왔다.

향후 입법 절차를 보면, 계류 중인 처벌 강화 법안들은 국회 법사위원회 심사와 본회의 표결이라는 관문을 다시 통과해야 한다. 임기가 끝나는 국회에서 자동 폐기되는 법안이 늘어나는 관행을 고려하면 상당수가 재발의 필요성 자체를 검토받게 될 전망이다. 신설된 두 범죄의 적용 사례와 재판 결과가 쌓이면 형법 개정 논의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사건이 터졌을 때만 반응하는 입법이 아니라, 실효성과 인권 보장을 함께 검토하는 상시적 입법 검토 체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데일리 브리핑 구독

매일 아침 핵심 뉴스를 이메일로 받아보세요. 무료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