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토류 0.1%의 칼날 — 유예가 끝나면 한국에 남는 것
관세 폭탄이 오가던 미중 무역전쟁은 휴전 상태다. 그러나 휴전이 끝낸 건 소음뿐이다. 중국이 쥔 희토류 수출통제는 살아 있고, 그 칼날은 이달 만료되는 1년짜리 유예 뒤에 그대로 대기하고 있다. 문제의 조항은 숫자 하나로 요약된다 — 0.1%.
0.1%의 지렛대가 하는 일
중국 상무부는 2025년 10월 공고 61호·62호로 희토류 통제를 확장했다. 핵심은 역외 적용이다. 중국산 희토류가 금액 기준 0.1% 이상 들어간 제품, 중국 기술로 만든 제품은 중국 밖에서 생산됐어도 수출에 베이징의 승인이 필요하다. 미국이 반도체에 써 온 '역외생산품 규제'를 광물로 옮긴 셈이다. 이 규정은 미국의 100% 관세 위협에 대한 중국의 대응으로 나왔고, 작년 11월 미중 합의로 일부만 1년간 정지됐다.
70·90·93 — 세 숫자로 보는 독점
국제에너지기구(IEA) 집계에서 중국의 점유율은 압도적이다.
| 공급단계 | 중국 점유율 |
|---|---|
| 채굴 | 약 70% |
| 제련·분리 | 약 90% |
| 완성 영구자석 | 약 93% |
독점은 곧 레버리지다. 뉴욕타임스 보도를 인용하면 F-35 전투기 1대에 사마륨 자석 약 22.7kg(50파운드)이 들어간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KF-21과 천궁-II 지대공 미사일이 사마륨-코발트 자석에 의존한다. 최기일 한국국방산업연구원 원장은 "천궁에 쓰이는 사마륨-코발트는 대체재가 없다"며 국내 제조사들은 약 1년치 비축분으로 버틴다고 짚었다.
휴전 중에도 현장은 흔들렸다
통제의 실효는 한국에서 이미 확인됐다. 현대차는 중국산 영구자석 공급 차질로 차량 개발 단계의 시험용 샘플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고, 인력을 중국에 파견해 조율했다(매일경제 펄스). 회사 측은 양산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2024년 10월 전 사업부에 내린 '탈중국' 조달 지침이 보여주듯 리스크는 상수로 자리 잡았다. 한국에너지경제연구원 석주현 연구위원은 공급망 내 한국 기업들이 승인 지연으로 출하와 공급계약, 생산계획까지 차질을 겪는다고 분석했다.
한국 기업들의 답: 우회가 아니라 역공
한국의 대응은 관세가 아니라 공장이다.
| 기업 | 프로젝트 | 일정 |
|---|---|---|
| LS케이블앤시스템 | 미국 버지니아 완성형 영구자석 공장 | 2027년 말 생산 개시 |
| LS에코에너지 | 호주 리너스와 방산용 희토류 금속 대량생산 | 협정 체결, 추진 중 |
| 포스코 인터내셔널 | 인디애나 연산 3,000t 분리·정제 합작 | 2027년 하반기 파일럿, 2028년 양산 |
| 한국아연 | 폐자석 재활용·정제(알타리소스 제휴) | 2027년 상업 가동 |
미국 수출입은행 120억 달러 규모의 '프로젝트 볼트' 비축 프로그램과 한국이 의장국인 FORGE 협의체가 이 흐름을 떠받친다. 미국 의회는 자석 가치사슬 세액공제 법안(Magnets Value Chain Support Act)까지 추진 중이다.
반론 — 유예는 연장될 수 있다
낙관 근거도 분명하다. 중국 상무부는 민수용 수출은 심사 뒤 승인한다는 입장이고, 현장의 부족을 일시적 수급 불균형으로 보는 시각도 업계에 있다. 비중국 공장의 원가가 중국산을 못 따라가면 완성업체의 발길은 결국 돌아선다. 다만 올해 7월 중국이 미국 기업 10여 곳을 수출통제 목록에 올린 것은 규제가 완화가 아니라 정교화되는 방향임을 보여준다.
코리아 패싱이냐, 유일한 대안이냐
성균관대 박기순 교수는 미·EU 바이어가 한국을 거치지 않는 '코리아 패싱'을 경고하면서도, 제련·정제 기술에서 한국이 사실상 유일한 대안이라고 짚었다. 위협과 기회가 같은 문장에 들어 있는 셈이다. 희토류 무기화를 끝내는 힘은 선언이 아니라 2027년부터 돌아가야 할 공장들의 수율과 원가에서 나온다. 유예 만료를 달력으로 세는 이번 한 달은 그 준비가 어디까지 왔는지를 묻는 시간이다.
분석 근거: 한국중앙일보(중앙일보 영문판), 매일경제 펄스, Crowell & Moring, 유럽의회 브리핑, IEA 통계. 공개 데이터·보도에 근거한 분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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