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스테이블코인, 국회가 늦추는 사이 시장은 떠난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지금 법 없는 시장이다. 거래소마다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오가고 해외 발행사들이 원화 페그 상품을 저울질하는 동안, 정작 이를 담을 그릇인 디지털자산기본법은 발행 주체를 놓고 한국은행과 금융위원회가 부딪히며 반년 넘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규제가 늦어질수록 손해를 보는 쪽은 관료가 아니라 이 시장에 뛰어들 준비가 된 기업과 이용자다.
법이 없는 사이, 시장은 이미 벌어졌다
체이널리시스의 2025년 디지털자산 도입 지수에서 한국은 151개국 중 15위에 그쳤다. 시장조사기관 IMARC 전망에 따르면 2025~2033년 한국 디지털자산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은 2.94%에 불과한 반면 일본은 17.32%, 미국은 11.83%로 추산된다. 격차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은 기술력이 아니라 발행 기준조차 확정하지 못한 규제 공백이다.
| 국가 | 2025~2033 연평균 성장률(전망) |
|---|---|
| 한국 | 2.94% |
| 미국 | 11.83% |
| 일본 | 17.32% |
은행이냐 핀테크냐, 발행 주체 힘겨루기
한국은행은 은행이 지분 절반을 넘게 쥔 컨소시엄에만 발행을 맡기자는 입장이다. 은행은 이미 자본·외환 규제와 중앙은행 감독을 받고 있어 통화·금융 안정을 지킬 수 있다는 논리다. 금융위원회와 여당 일부 의원, 핀테크 업계는 은행 중심 구조로는 기술 혁신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다고 맞선다. 당초 10월 말을 목표로 했던 정부안 제출은 11월, 12월로 밀렸고 연내 발의가 사실상 어려워졌다는 보도가 나온다.
자본금 5억에서 50억으로, 문턱은 계속 높아졌다
민병덕 의원이 2025년 6월 발의한 초기 디지털자산기본법은 스테이블코인 발행자의 최소 자본금을 5억원으로 규정했다. 이후 논의 과정에서 전자화폐업 자본금 요건을 준용해 50억원으로 상향하는 안이 확정됐다. 준비자산은 발행액의 100% 이상을 은행 등 관리기관에 예치해야 하고 이용자에 대한 이자 지급은 금지된다. 안정성을 높이는 조치지만, 동시에 스타트업이 진입할 여지를 좁히는 조치이기도 하다.
미국은 법을 만들고 시장을 열었다
미국은 2025년 7월 GENIUS법을 시행하며 은행뿐 아니라 비은행 사업자에도 발행 자격을 열었다. 그 결과 스테이블코인 시장은 몸집을 키웠다. 2026년 6월 기준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시가총액은 약 314억 달러 규모이며 테더(USDT)가 59.2%, USDC가 23.8%를 차지해 두 사업자가 시장의 83%를 나눠 갖고 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이 구도에 자리를 잡으려면 법이 먼저 서야 한다.
반론도 있다, 한은의 우려는 근거가 있다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우려를 단순한 밥그릇 싸움으로만 볼 수는 없다. 스테이블코인이 예금을 대체할 만큼 커지면 은행의 자금 조달 기반이 흔들리고 중앙은행의 정책 파급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지적은 국제결제은행(BIS) 등에서도 반복적으로 제기돼 온 것이다. 신현송 전 BIS 이코노믹 어드바이저도 은행 중심 발행 필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 발행 주체를 넓히더라도 준비자산 관리와 상환 구조에 대한 감독은 별개로 촘촘해야 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결국 문제는 속도다
논쟁의 방향 자체는 틀리지 않았다. 문제는 결론에 이르는 속도다. 안전장치를 촘촘히 설계하는 동안 지방선거 일정까지 겹치며 입법은 계속 뒤로 밀렸고, 그 사이 달러 스테이블코인은 이미 한국 거래소 이용자들의 지갑을 채우고 있다. 시장의 완성도를 기다리다 법이 완성되는 시점에는, 원화가 아니라 달러가 이 판을 이미 장악하고 있을 가능성을 정책 당국은 얼마나 심각하게 계산하고 있는지 묻게 된다.
--- 분석 근거: 전자신문, ZDNet Korea, 헤럴드경제, 뉴스1, 디지털데일리, 이데일리, 이포커스, 코인데스크 등 공개 보도 및 체이널리시스·IMARC 자료에 근거한 분석이며, 편집 검토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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