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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삼키는 전기, 한전이 갚는 빚

류근웅류근웅 기자· 7/13/2026, 5:02:28 PM· Updated 7/13/2026, 6:35:48 PM

데이터센터 유치는 지역마다 반기는 호재지만, 그 전기 값을 누가 치르는지는 아무도 명확히 답하지 못한다. AI 붐은 지금 한국 전력망 앞에 두 개의 청구서를 동시에 내밀고 있다. 하나는 설비 투자 청구서, 다른 하나는 한국전력의 부채 청구서다.

데이터센터가 삼키는 전기, 6배로 불어난다

국내 데이터센터의 발전 소비량은 2024년 5TWh에서 2040년 31.6TWh로 여섯 배 넘게 늘어날 전망이다. 2029년까지 신규 건설을 신청한 데이터센터의 전력 용량만 4만9397MW에 달하는데, 이를 충당하려면 1GW급 발전기 53기와 배전단 변압기 7만7168MVA를 새로 지어야 한다. 전력거래소와 전기신문 등이 짚은 이 격차는 설비 증설이 수요 증가 속도를 못 따라가는 구조적 문제다. 정부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100GW 조기 구축과 새울 3·4호기 준공으로 대응한다는 계획이지만, 인허가와 송전망 건설 기간을 감안하면 당장의 병목은 해소되지 않는다.

한전은 흑자인데 빚은 왜 느나

한국전력은 2025년 연결 기준 영업이익 13조5248억원으로 전년 대비 61.7% 늘며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냈다. 그런데도 연결 부채는 205조7000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2021~2023년 역마진 국면에서 쌓인 별도 기준 누적 영업적자는 47조8000억원에서 39조1000억원으로 줄었을 뿐, 여전히 하루 이자 비용만 약 119억원이다.

항목수치
2025년 연결 영업이익13조5248억원(+61.7%)
연결 부채 총액205조7000억원
별도 기준 누적 적자39조1000억원
연간 이자 비용약 4조3000억원(일 119억원)
데이터센터 발전 소비량(2024→2040)5TWh → 31.6TWh

흑자와 부채가 동시에 불어나는 이유는 단순하다. 원가에 못 미치는 요금으로 눌러온 손실을 아직 다 회수하지 못한 상태에서, 데이터센터라는 새로운 대형 수요가 얹히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는 이미 요금을 분리했다

미국 PJM 지역의 용량경매 가격은 2024~2025년 MW-day당 28.92달러에서 2026~2027년 329.17달러로 약 10배 뛰었고, 버지니아주는 주거용 요금을 3.4% 내리는 대신 데이터센터 요금을 15.8% 올렸다. 미국 36개 주에서 데이터센터 전용 요금제 77개가 이미 시행 중이다. 일본은 탈탄소 전력을 100% 쓰는 데이터센터에 설비투자비의 최대 50%를 5년간 2100억엔 규모로 보조한다. 아일랜드는 데이터센터에 전력의 80%를 신규 재생에너지로 조달하도록 의무화했다. 한국의 일반용 전기요금은 173원/kWh로 4년 새 35% 올랐지만, 데이터센터를 따로 구분하는 요금 등급이나 인센티브 체계는 아직 없다.

뒤늦게 움직이는 정책, 속도가 관건이다

2026년 4월 14일 국회를 통과한 AIDC 특별법은 비수도권 데이터센터에 한해 재생에너지·LNG 발전사와 직접 전력구매계약(PPA)을 맺을 수 있는 특례를 담았다. 정부는 2026년 하반기부터 발전지와 소비지 간 거리·계통손실 비용을 반영하는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도 도입한다. 수도권은 5~10% 수준 요금 인상 요인이 발생하고, 전력 소비가 집중된 산업시설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수도권 이전을 검토하게 될 것으로 산업통상자원부는 보고 있다.

가격 신호를 늦게 준 대가

전력을 정치적으로 결정된 단일 요금에 묶어두면 수요가 어디로 몰릴지 시장이 미리 알려줄 방법이 사라진다. 데이터센터 전용 요금과 지역별 차등제는 뒤늦게라도 원가와 수요를 가격에 반영하겠다는 방향 전환이고, PPA 특례로 데이터센터가 발전 비용을 직접 지는 구조도 옳은 선택이다. 다만 지역균형발전이라는 정치적 명분이 앞서면 요금 차등의 폭이 원가 반영보다 작게 설계될 위험이 있고, 산업계는 급격한 요금 인상이 반도체·배터리 등 전력 다소비 업종의 투자 결정에 부담을 준다고 반박한다. 이 반론도 근거가 없지 않지만, 손실을 계속 부채로 이월하는 쪽이 결국 더 큰 청구서로 돌아온다는 계산은 바뀌지 않는다.


분석 근거: 한국데이터경제신문, 전기신문, 뉴스1, 머니투데이, 에너지타임즈, 에너지데일리, 전력거래소. 공개 데이터·보도에 근거한 분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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