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조 '국가대표 AI', 사흘짜리 패닉이 답했다
중국 스타트업 문샷AI가 오픈소스 모델 '키미 K3'를 공개한 지 사흘 만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시가총액은 곤두박질쳤다가 그보다 더 크게 튀어 올랐다. 시장이 반나절 만에 스스로 오답을 정정하는 동안, 정부는 3조5000억원짜리 GPU 베팅을 앞두고 있다. 같은 사건을 보고 민간은 가격으로, 정부는 예산으로 답을 냈다는 게 이번 소동의 진짜 요점이다.
사흘 만에 뒤집힌 공포
7월 16일 공개된 키미 K3는 파라미터 2800억 개, 컨텍스트 윈도 100만 토큰짜리 오픈웨이트 모델이다. 7월 19일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가 주간 기준 10% 빠지고 삼성전자(-5.20%)와 SK하이닉스(-4.45%)가 동반 급락했지만, 사흘 뒤인 7월 22일 삼성전자는 5.79%, SK하이닉스는 7.84% 반등하며 코스피가 매수 사이드카를 발동시켰다. 외국인은 이날 오전에만 SK하이닉스에 1조6053억원을 순매수했다.
| 구분 | 7월19일 하락 | 7월22일 반등 |
|---|---|---|
| 삼성전자 | -5.20% | +5.79% |
| SK하이닉스 | -4.45% | +7.84% |
|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주간) | -10% | - |
패닉이 착각한 지점
블룸버그는 키미 K3의 대형 파라미터와 긴 컨텍스트가 오히려 메모리 수요를 늘린다고 짚었다. 중국 모델이 싸다는 사실이 곧 반도체 수요 감소를 뜻하지 않는다는 셈법이다. 실제로 같은 오픈웨이트 진영에서 키미 K2.6은 Artificial Analysis Index 54점으로 딥시크 V4-Pro(52점), 알리바바 Qwen 3.6 Plus(49점)를 앞섰고, SWE-Bench Pro 코딩 성능에서는 딥시크 V4-Pro가 87%를 기록했다. 저비용 모델의 확산은 컴퓨팅 총수요를 줄이는 쪽이 아니라 늘리는 쪽으로 작동했다는 게 사흘 만의 반전이 보여준 그림이다.
3.5조원짜리 국가대표 베팅
같은 시기 배경훈 부총리는 "현행 독자 모델 지원으로는 최상위 AI 개발에 한계가 있다"며 프론티어급 모델 개발을 별도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엔비디아 차세대 루빈 GPU 1만 장 구매에만 3조5000억원이 든다는 계산이 나왔고, 이는 현재 독자 파운데이션 모델 참여 기업이 받는 B200 GPU 500~735장과는 자릿수가 다른 규모다. 정부는 출연금 대신 지분 투자나 특수목적법인 설립 방식을 검토하며 투트랙 전략을 짜고 있다.
반론: 안보·주권 비용은 시장이 셈하지 않는다
최상위 AI를 해외 빅테크에 전량 의존하면 접근 제한이나 가격 통제에 노출된다는 반론은 근거가 있다. 중국 상무부가 자국 최상위 모델의 해외 유출을 통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프론티어 AI가 순수 상품이 아니라 전략자산으로 다뤄진다는 방증이다. 이 경우 예산은 손익이 아니라 옵션 가치로 평가해야 한다는 주장도 성립한다.
시장은 이미 가격을 냈다
다만 이번 사태에서 가격을 가장 빠르게, 가장 정확하게 재조정한 주체는 정부가 아니라 외국인 투자자와 코스피였다. 정부 예산은 한번 배정되면 사흘 만에 되돌리기 어렵고, 6개월 단위 평가로 탈락 기업을 걸러내는 현재의 독파모 사업도 성과가 확인되기까지 수년이 걸린다. 3조5000억원을 프론티어 모델 하나에 묶기 전에, 오픈웨이트 경쟁이 이미 검증한 시장의 가격 신호를 얼마나 무시할 수 있는지부터 따져볼 일이다.
분석 근거: 매일신문, 머니투데이, 헤럴드경제, 뉴스핌, 파이낸셜뉴스 보도. 공개 데이터·보도에 근거한 분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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