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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 패권 정점에서, 중국은 다른 판을 짠다

류근웅류근웅 기자· 8/13/2026, 9:02:09 AM· Updated 8/13/2026, 10:27:38 AM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지금 엔비디아 차세대 GPU '루빈'에 들어갈 HBM4를 놓고 역대급 호황을 누리고 있다. 그런데 같은 시각 중국은 광트랜시버 시장 60%를 이미 장악했고, 노광장비 국산화까지 밀어붙이고 있다. 한쪽은 정점에서 웃고 있고, 다른 한쪽은 그 정점 바로 아래 지형을 통째로 바꾸는 중이다. 이 둘은 사실 같은 전선이다.

HBM4, 지금은 명백히 한국의 시간이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와 5000억 달러(약 722조원) 이상 규모로 평가되는 초대형 협력 관계를 맺었고, 대형 하이퍼스케일 고객사 10곳과 장기 공급 계약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김재준 부사장은 올 하반기 HBM4 매출이 전체 HBM 매출의 60%를 넉넉히 넘어설 것이라고 언급했다. UBS는 SK하이닉스의 루빈 플랫폼 HBM4 점유율을 시장 예상치(50~54%)를 웃도는 약 70%로 추산했는데, 이는 외부 추정치일 뿐 회사가 직접 확인한 수치는 아니다. 확실한 건 두 회사 모두 HBM4 공급량과 가격을 대외비로 관리할 만큼 협상력을 쥐고 있다는 사실이다.

엔비디아도 마진을 양보하고 있다

푸본리서치 분석에 따르면 HBM4 원가는 GB당 31~32달러로 HBM3E(17~18달러)의 약 두 배다. 엔비디아 이외 GPU·ASIC 업체들은 GB당 35~36달러까지 지불해야 할 것으로 추산된다. 그럼에도 루빈의 예상 단가는 7만8000~8만 달러로 오르고 매출총이익률은 75~80%대를 유지할 전망이라, 원가 상승분을 고스란히 가격에 반영할 여력이 있다. 에프앤가이드 컨센서스는 관련 업계 영업이익이 2026년 657조원에서 2027년 941조원으로 43%가량 늘어날 것으로 본다. HBM 원가 협상의 주도권이 공급사 쪽에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중국은 다른 층위에서 이미 이겼다

AI 데이터센터의 또 다른 핵심 부품인 광트랜시버 시장에서 중국 기업 중제쉬촹은 2025년 매출 382억 위안(약 8조원, 전년 대비 60% 증가), 신이성통신기술은 248억 위안(약 5조2000억원, 2.9배 증가)을 기록하며 시장 점유율 60%를 확보했다. 상하이 아이싱나는 독자 개발 DUV 노광장비 양산에 들어가 연내 5대, 2027년까지 20대 생산을 목표로 잡았고, 선전 연구소는 전직 ASML 엔지니어들을 영입해 EUV 시제품을 시험하고 있다.

항목한국중국
우위 영역HBM4 (엔비디아 루빈용)광트랜시버, DUV 국산화
시장 점유율/규모SK하이닉스 루빈용 약 70%(UBS 추정)광트랜시버 시장 60%
최근 성장 근거HBM 매출 비중 60%↑(삼성 언급)중제쉬촹 매출 전년비 60%↑

균형을 위한 반론 — 우위는 영구적이지 않다

한국의 HBM 독주를 과장할 필요는 없다. 상류 광부품은 여전히 브로드컴·마벨·루멘텀 등 서방 기업이 쥐고 있고, 미국 FCC는 데이터 유출 우려로 중국산 광트랜시버 수입 금지를 검토 중이라 중국의 60% 점유율도 서방 규제 한 번에 흔들릴 수 있다. 반대로 한국 역시 안심할 처지는 아니다. 글로벌 인듐 생산의 70%를 쥔 중국이 2025년부터 수출 허가제를 강화하면서,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조달 비용이 오를 위험이 한국에도 그대로 넘어온다.

그래서 이 우위는 얼마나 갈까

HBM4의 고마진 구간은 루빈 양산 초기의 병목 국면에서 나온다. 병목이 풀리고 중국이 자국산 노광장비로 성숙 공정 자립도를 높이는 순간, 협상력의 무게중심은 소재·장비 쪽으로 다시 옮겨갈 수 있다. 한국이 지금 벌어들이는 이익을 다음 세대 패키징·소재 기술과 인듐 등 원료 다변화에 재투자하지 않는다면, 정점은 한 사이클로 끝날 수 있다. 지금의 호황은 실력의 증명이지 지위의 보장이 아니다.


분석 근거: 글로벌이코노믹, 머니투데이, 그리니드, 전자신문, 데일리안(뉴데일리) 보도 및 UBS·푸본리서치·에프앤가이드 컨센서스 자료. 공개 데이터·보도에 근거한 분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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