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만 움직인다, 멈춰선 지방소멸 시계
국내 인구이동은 1974년 이후 가장 적었다. 그런데 유일하게 이동률이 늘어난 연령대가 있다. 20대다. 다들 짐을 풀고 눌러앉는 동안 청년들만 계속 짐을 쌌고, 그 발걸음은 대부분 서울과 수도권으로 향했다. 지방은 그 결과를 소멸위험지수라는 숫자로 받아들고 있다.
이동은 멈췄는데 청년만 움직인다
국가데이터처가 2026년 1월 29일 발표한 2025년 국내인구이동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이동자는 611만 8천 명으로 전년보다 16만 6천 명(2.6%) 줄어 1974년 통계 작성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연령별 이동률은 20대가 24.3%로 가장 높았고, 전년 대비 이동률이 오른 유일한 연령대이기도 했다. 같은 기간 비수도권에서 수도권으로 41만 9천 명이 이동한 반면 수도권에서 비수도권으로는 38만 명이 이동해, 수도권 순유입 흐름은 여전히 살아 있다. 다른 세대는 이동을 멈췄는데 청년만 움직이는 나라, 그것이 2025년 인구이동의 요약이다.
절반 넘는 시군구가 이미 '위험' 단계
한국고용정보원 집계 기준 2026년 7월 전국 소멸위험지수는 0.522로 '주의' 단계다. 230개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141곳(61.5%)이 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된다. 이 지수는 20~39세 여성 인구를 65세 이상 인구로 나눈 값으로, 0.5 미만이면 소멸위험지역, 0.2 미만이면 고위험으로 본다.
| 단계 | 지자체 수 | 비중 |
|---|---|---|
| 보통(위험 아님) | 5곳 | 1.6% |
| 주의 | 84곳 | 36.8% |
| 위험 | 73곳 | 31.9% |
| 고위험 | 68곳 | 29.7% |
전국 20~39세 여성은 586만 명대, 65세 이상은 1,123만 명대로 이미 역전 폭이 크다. 기초자치단체 10곳 중 6곳이 '주의' 이상이라는 건, 지방소멸이 특정 산간·도서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뜻이다.
1조 원을 풀어도 못 막는 이유
정부는 2022년부터 매년 1조 원 규모의 지방소멸대응기금을 인구감소지역 89곳과 관심지역 등에 배분해왔다. 그런데 국회예산정책처가 2024년 11월 낸 보고서를 보면, 첫 배분분 2조 6,406억 원의 집행률은 2024년 6월 기준 45.6%에 그쳤다. 인구감소지역 관련 예산 9조 원대 가운데 약 6조 원은 해당 지역과 직접 관련이 없거나 취지에 맞지 않는 사업에 쓰인 것으로 파악됐다. 89개 지정 지역 중 2040년까지 인구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26곳에 불과하다.
기금이 일자리를 대신하지 못한다
청년들이 남긴 이동 통계는 정책보다 정직하다. 비수도권에서 수도권으로 옮긴 사유 1위는 '직업'이었다. 시설을 짓고 축제를 여는 예산으로는 이 흐름을 되돌리기 어렵다는 뜻이다. 소멸 위험이 높은 지역일수록 규제와 행정 비용이 상대적으로 커, 민간 투자가 들어갈 유인 자체가 약한 경우가 많다. 예산을 지역에 뿌리는 방식보다 기업이 지방에서 채용하고 투자할 유인을 세제·규제 쪽에서 만드는 편이 청년 이동 통계를 바꾸는 데 더 직접적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크다.
다른 쪽 셈법도 있다
반론도 있다. 지정 지역 89곳 가운데 51곳은 지정 전후로 연평균 인구증가율 자체는 개선됐다. 행정안전부는 2026년도 개선방안에서 집행 실적과 성과가 부진한 지자체의 배분액을 감액하고 성과 중심으로 기금을 재배분하겠다고 밝혔다. 예산 배분 방식을 손보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인구 정책은 원래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오래 걸린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청년 이동률만 오르는 인구이동 통계와 61.5%에 이른 소멸위험지역 비율은 같은 현상의 양면이다. 지역에 돈을 더 넣는 문제가 아니라, 그 돈이 일자리로 전환되는 통로가 막혀 있다는 문제다. 다음 인구이동통계에서 20대 이동률이 꺾이는지, 소멸위험지수가 0.522에서 더 내려가는지가 이 정책의 성적표가 될 것이다.
분석 근거: 국가데이터처(통계청) 2025년 국내인구이동통계, 한국고용정보원 소멸위험지수, 국회예산정책처 보고서,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베이비뉴스. 공개 데이터·보도에 근거한 분석입니다.
쿠팡 파트너스 활동의 일환으로 일정 수수료를 제공받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