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머노이드 97%를 가져간 중국, 1,000대를 목표로 하는 한국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의 지도가 반년 만에 다시 그려졌다. 올해 상반기 전 세계에 출하된 휴머노이드의 97%가 중국 기업 제품이었다. 같은 시기 한국 정부가 세운 국산 휴머노이드의 생산 목표는 2029년 연 1,000대다. 시장이 커지는 속도와 정부 계획의 시계 단위가 어긋나는 지점에서 한국의 처지가 드러난다.
97%는 점유율이 아니라 지형이다
조사기관 스마트 애널리틱스 글로벌(SAG) 집계로 2026년 상반기 글로벌 휴머노이드 출하는 전년 동기 대비 272% 늘었고, 그중 97% 이상이 중국 업체 몫이었다. 1위는 상하이의 지위안로봇(AgiBot)으로 반기 약 8,400대를 출하해 점유율 44%를 기록, 전년까지 1위였던 항저우 유닛리를 제쳤다. SCMP는 이를 상장 추진과 맞물린 양산 경쟁의 결과로 전했다. 참고로 2025년 연간 세계 판매는 IDC 집계 약 1만8,000대였다. 반년 만에 시장의 크기 자체가 바뀌었다는 뜻이다.
| 구분 | 시점 | 수치 |
|---|---|---|
| 글로벌 출하 증가율 | 2026년 상반기(전년 동기 대비) | +272% |
| 중국 업체 점유율 | 2026년 상반기 | 97% 이상 |
| AgiBot 출하량 | 2026년 상반기 | 약 8,400대(점유율 44%) |
| 한국 정부 생산 목표 | 2029년 | 연 1,000대 |
테슬라조차 만들지 못한 물량
미국의 대항마도 빠르지 않다. 일론 머스크는 올해 1월 실적 발표에서 옵티머스 생산이 '짜증 날 만큼 더디게'(agonizingly slow)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3세대 모델의 양산 개시 목표는 연말이다. 2025년에는 중국의 희토류 자석 수출 통제가 생산 일정을 밀어낸 전력도 있다. 물량 경쟁에서 미국이 중국보다 뒤처진 상태이고, 격차는 좁혀지지 않고 벌어지는 방향이다.
밀도 1위, 양산 꼴찌
한국은 국제로봇연맹(IFR) '세계 로보틱스 2025'에서 제조업 로봇 밀도가 근로자 1만 명당 1,220대로 세계 1위다. 반도체·전자·배터리 공장이 세운 산업용 자동화의 성적표다. 그러나 이 숫자는 2족 보행 휴머노이드와는 다른 시장의 이야기다. 정부 문서가 스스로 인정한 휴머노이드 핵심부품 국산화율은 45%다. 로봇을 가장 많이 쓰는 나라가 로봇을 만들지는 못하는 구조다.
5조5천억의 설계도, 어긋난 시계
정부는 2030년까지 휴머노이드에 2조3천억 원, 피지컬 AI에 2조8천억 원 등 5조5천억 원을 투입해 부품 국산화율을 80%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2029년 연 1,000대 생산이 목표고, 정부가 2027년 250대부터 2030년까지 총 1,080대를 직접 구매해 대학과 국책연구기관에 보급한다. 초기 수요를 정부가 만든다는 접근이다. 다만 AgiBot이 반년에 8,400대를 파는 시장에서 '2029년 연 1,000대'는 경쟁의 출발선이 아니라 관전석 번호에 가깝다. 목표치의 보수성이 오히려 민간 투자 판단의 눈금을 낮출 수 있다.
반론: 부품으로 이기는 시나리오는 살아 있다
골드만삭스는 한국이 2035년까지 세계 휴머노이드 생산량의 30%를 차지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액추에이터·정밀 부품 제조 역량과 조선·자동차·디스플레이라는 대형 수요처가 근거다. 반도체에서 이미 증명했듯 후발 주자가 부품과 장비로 판도를 무너뜨리는 경로가 실재한다. 중국의 저가 완성품 공세가 계속될수록 오히려 부품 공급망의 가치는 커진다.
완성품 점유율이 아니라 '무엇으로 이기는가'의 정의가 먼저다. 중국은 물량으로, 미국은 자본으로 시장을 만들고 있다. 한국이 고를 수 있는 자리는 부품·장비·플랫폼 중 하나다. 5조5천억 원의 방향이 그 선택과 정렬되는지가 지금 결정해야 할 문제고, 2029년의 목표치는 그 선택이 맞았는지를 판정하는 눈금이 될 것이다.
분석 근거: SCMP, Smart Analytics Global, IDC, 국제로봇연맹(IFR) 세계 로보틱스 2025, 정책브리핑(korea.kr), Reuters, 더구루. 공개 데이터·보도에 근거한 분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