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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익률 80%의 축제, 수율 60%의 현실 — 한국 반도체 두 얼굴

류근웅류근웅 기자· 11/1/2026, 9:08:35 AM· Updated 11/1/2026, 9:09:30 AM

한국 반도체는 지금 두 개의 얼굴을 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3분기 매출 104조 6000억 원으로 단일 분기 처음으로 100조 원을 넘겼고, 영업이익률은 80%에 달했다. 6개 분기 연속 사상 최대 실적이다. 같은 산업 안의 파운드리는 반대편에 서 있다. 삼성전자는 차세대 1.4nm 공정 도입을 2029년으로 3년 밀었고, 2nm 수율은 대량 생산의 문턱으로 통하는 70%에 못 미치는 60% 안팎으로 알려져 있다. 같은 지수에서 춤추는 두 회사, 체질은 정반대다.

100조 원 분기의 안쪽

숫자부터 짚자. SK하이닉스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28%, 영업이익(83조 3000억 원)은 632% 늘었다. 삼성전자도 29일 발표한 3분기 매출 195조 3000억 원, 영업이익 107조 4000억 원으로 분기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양사를 함께 끌어올린 엔진은 HBM4다. SK하이닉스는 3분기에 HBM4 양산에 들어갔고, 4분기엔 HBM3E 물량을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수요의 출처도 분명하다. 엔비디아의 데이터센터 매출이 한 분기에 890억 달러(전년 동기 +117%)로 불었고, 3분기 매출 가이던스는 1080억 달러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의 선언—"컴퓨트가 곧 매출"—중 상당분이 한국 메모리 기업의 이익률로 옮겨 적힌 셈이다.

항목수치비고
SK하이닉스 3분기 매출104조 6000억 원전년 동기 +328%
SK하이닉스 3분기 영업이익83조 3000억 원이익률 80%, 전년 동기 +632%
삼성전자 3분기 영업이익107조 4000억 원매출 195조 3000억 원, 분기 사상 최대
엔비디아 데이터센터 매출890억 달러FY27 2분기, 전년 동기 +117%

80% 이익률은 희소성의 가격표

제조업의 문법 안에서 이익률 80%는 존재하지 않는 숫자다. 그 숫자가 성립한 이유는 하나,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간다는 것이다. 시장은 부족분을 가격에 새겨 넣었고 그 프리미엄이 고스란히 이익률이 됐다. 주목할 점은 SK하이닉스가 이 특수를 사이클이 아니라 계약으로 굳힌다는 것이다. 핵심 고객 14곳과 2027~2028년 생산능력의 절반을 넘는 물량을 장기계약(LTA)으로 잠갔고, 2026회계연도까지 약 100조 원(배당 30조 원 이상 + 자사주 60조 원 이상)의 주주환원도 발표했다.

파운드리는 축제 밖에 서 있다

같은 지수 안에서 파운드리는 다른 시간대에 산다. 삼성전자는 NGL 2026 컨퍼런스에서 1.4nm 도입을 2029년으로 3년 연기한다고 밝혔다. 하이나(High-NA) EUV 장비가 양산 요건에 못 미친다는 판단에서다. 2nm 공정을 3년간 유지하는 길을 택했지만 비교 대상은 가혹하다. TSMC는 1.6nm A16 공정의 2026년 하반기 양산 준비를 이미 선언했다. 가동률은 회복 조짐을 보인다. 현재 70~80% 수준에서 하반기 100%를 목표하는데, 2024년 일부 4·5nm 라인이 50% 밑으로 떨어졌던 것과 비교하면 나아진 것이다. 다만 그 수요의 상당분도 HBM4 베이스다이처럼 메모리 특수에서 나온다. 메모리가 파운드리를 먹이는 구조라면, 축제의 식탁과 주방은 다른 곳에 있는 셈이다.

삼성 파운드리상태
1.4nm 도입2029년으로 3년 연기
2nm 수율약 60% (대량 주문 문턱은 약 70%)
가동률70~80%, 2026년 하반기 100% 목표
TSMC 경쟁 공정A16(1.6nm), 2026년 하반기 양산 준비

"이번엔 다르다"는 반론의 숫자

이 특수가 거품이라는 회의에 반론도 숫자를 갖고 있다. SK하이닉스는 2027년 DRAM 수요가 20%대 중반까지 늘고 이 공급 부족이 2028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본다. 장기계약으로 향후 2년 치 물량의 절반 이상을 이미 확보한 상태여서, 과거처럼 가격이 한순간에 무너질 여지가 좁아졌다는 논리다. 그러나 시장에는 더 오래된 문법이 하나 있다. 80% 이익률은 반드시 새로운 공급을 부른다는 것. 경쟁사의 설비투자와 신규 진입이 희소성을 잠식해온 게 메모리 산업의 반복된 궤적이고, 계약은 하락의 폭을 완화할 수는 있어도 방향을 바꾸지는 못한다.

특수의 이익을 어디에 쓰느냐

그래서 오늘의 숫자들이 던지는 질문은 하나로 좁혀진다. 100조 원대 이익과 100조 원 환원이 파운드리 격차를 줄이는 쪽으로 쓰이는가, 아니면 배당과 소각으로 소진되는가. SK하이닉스는 2027년 설비투자를 크게 늘린다고 밝혔고, 삼성전자도 2026년 한 해 110조 원 규모의 시설투자·연구개발 계획을 로이터가 보도했다. 기술주권은 정부 보조금이 아니라 호황기 이익의 재투자 방향에서 결정된다. 수요 쪽 검증 시점도 정해져 있다. 엔비디아가 11월 17일 발표할 3분기 실적에서 가이던스 1080억 달러가 확인되지 않는 순간, 80% 이익률의 산수도 함께 다시 쓰인다.


분석 근거: SK하이닉스 2026년 3분기 실적 발표(인베스팅닷컴 실적설명 전문), 엔비디아 FY2027 2분기 실적발표 및 3분기 컨퍼런스콜 공지(엔비디아 뉴스룸), 삼성 파운드리 1.4nm 연기 관련 NGL 2026 보도(Electronics Weekly), 삼성 파운드리 가동률·수율 보도(Design&Reuse), 삼성전자 3분기 실적 발표 관련 국내외 보도(아리랑뉴스 등). 공개 데이터·보도에 근거한 분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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