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19기분 전기가 4개월 만에 생겼다, 전력망 돈은 먼저 끊긴다
AI가 전기를 먹고 자란다는 말은 이제 감탄이 아니라 회계 항목이 됐다. 정부가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 과정에서 2040년 최대전력수요 전망을 4개월 만에 원전 19기분(26.6~26.8GW) 끌어올렸는데, 정작 그 전기를 실어 나를 전력망 투자 예산 55조7000억원은 2027년 말 한전채 발행 특례가 끊긴 뒤에야 집행된다. 수요는 하늘로, 돈은 땅바닥이다.
수요 전망, 4개월 만에 원전 19기분 폭증
정부는 지난 4월 3차 공개토론회에서 2040년 최대수요를 131.8~138.2GW로 제시했다가 8월 20일 5차 토론회에서 158.4~165.0GW로 올렸다(SBS 보도). 가동 중인 원전 26기 전체 출력과 맞먹는 규모다. 상승분은 성장률 가정을 손대서가 아니라 6월 29일 발표된 3대 메가프로젝트, 곧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일정 단축과 호남 신규 팹 4기가 몰고 온 실제 투자 계획이다.
| 구분 | 4월 전망 | 8월 전망 | 변화 |
|---|---|---|---|
| 2040년 최대전력수요 | 131.8~138.2GW | 158.4~165.0GW | +26.6~26.8GW |
| 수요관리 목표 | 16.8GW | 19.4GW | +2.6GW |
| AI데이터센터(2040년 반영분) | — | 11.9GW | 신규 계상 |
기업 계획 40GW, 정부 필터는 24GW
반도체 기업들이 주장한 수요는 약 40GW였지만 정부는 36.8GW를 심사해 2040년 수요에 24.3~24.6GW만 반영했다. AI데이터센터는 기업 계획 20.8GW 가운데 1단계 10.8GW만 인정해 11.9GW로 계상했고 2단계 10GW는 뺐다. 국내 데이터센터 수요가 현재 약 1GW라는 점에서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교수(제9차 전기본 운영위)는 15배 확장에 의문을 제기했다. 10월 26일 국회 국감에서도 AIDC 추계의 오락가락이 도마에 올랐다.
전력망 72조8000억의 77%는 사채 특례 끊긴 뒤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 국감(10월 26일)에서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한전의 15년 송변전 투자계획은 72조8000억원인데, 이마저 수요 상향분은 반영하지 않은 액수다. 투자액의 76.5%(55조7000억원)는 2027년 말 종료되는 전기요금함유 한전채('5배 사채') 특례 이후에 집행된다. 변전소 운영인력은 468명을 더 뽑아야 하는 형편인데 인당 담당 사업이 6건으로 불어나 557건이 지연 중이다.
| 항목 | 수치 |
|---|---|
| 한전 15년 송변전 투자계획 | 72조8000억원 |
| '5배 사채' 특례(2027년 말 종료) 뒤 집행 몫 | 55조7000억원(76.5%) |
| 한전 누적 부채(2026년 1분기) | 206조원 |
재생에너지 6배를 늘려도 절반을 못 채운다
정부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100GW, 2040년 220GW(현재 37GW)를 목표로 내걸었다. 그런데 공청회에서 제시된 계산으로는 100GW 재생에너지가 메가프로젝트의 연간 소비 전력 중 약 58%분에 그친다. 계통 안정 장비(HVRT)를 갖춘 태양광 인버터는 33.4GW 중 1.2GW(3.6%)에 불과하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2024년 415TWh에서 2030년 945TWh로 글로벌 데이터센터 전력소비가 연평균 15% 늘 것으로 본 이상, 공급원 다변화를 미룰 시간은 없다.
반론: 거품부터 걷어내면 순서가 바뀐다
환경단체와 일부 연구자는 확약되지 않은 기업 수요까지 세우면 신규 원전 정당화의 빌미가 되고, 공급 과잉은 결국 요금과 세금으로 돌아온다고 본다. 정부도 12차 계획에서 AIDC 전망치를 11.9GW보다 낮춰 조정할 방침이다. 수요 검증이 먼저냐 공급 결정이 먼저냐 — 12월 11~13일 마무리되는 신규 원전 공론화 시민참여단 숙의가 그 판가리를 앞두고 있다.
12차 전기본은 연말에서 내년 초 사이 국회에 보고된다. 고리·영덕·한빛에 원전 부지가 남아 있어 착공만 서두르면 3~4년을 아낄 수 있다지만, 전력망과 운영인력은 부지처럼 남아 있지 않다. 반도체로 벌어들일 돈이 전기요금과 한전채 이자로 새는 구조를 그대로 두면 이번 호황의 수혜자는 용인이 아니라 채권자가 된다.
분석 근거: SBS 뉴스(2026.8.29,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 5차 공개토론회), IEA 전력수요 전망 보도(연합뉴스 계열 아이티인사이트, 2026.8.24),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 자료(2026.10.26, 서울경제·에너지경제 보도), 한국전력 2026년 1분기 실적 발표. 공개 데이터·보도에 근거한 분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