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 '현대가 30년' 공헌인가 독점인가
대한축구협회를 둘러싼 현대가의 사유화 논란이 정몽규 회장의 거취 문제와 맞물려 한국 축구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1993년 정몽준 전 회장 체제부터 시작된 현대가의 지배력은 지난 30년간 한국 축구를 지탱해 온 핵심 동력이었으나, 최근에는 이를 독점적 폐해로 규정하는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공헌에 따른 기득권 인정과 민주적 행정 시스템 도입 사이에서 축구계는 현재 중대한 갈림길에 서 있다.
범현대가는 자생력이 부족한 국내 축구 환경에서 매년 1,500억 원 이상의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며 생태계의 버팀목 역할을 수행해 왔다. 울산 HD FC와 전북 현대 등 K리그 명문 구단 운영은 물론 2002년 한일 월드컵 유치와 파주 NFC 건립 등 인프라 구축 과정에서도 현대의 재정적 지원은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다른 대기업들이 스포츠 투자를 축소하는 흐름 속에서도 축구에 대한 헌신을 지속해 온 점은 현대가 축구계에서 주인 의식을 갖게 된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그러나 이러한 재정적 공헌이 협회의 행정적 독단이나 시스템 붕괴를 정당화하는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축구협회는 자체 수입 외에도 매년 수백억 원의 국민체육진흥기금과 정부 보조금이 투입되는 공공적 성격이 강한 단체이기에 특정 가문의 전유물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논리다. 최근 불거진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의 난맥상과 폐쇄적인 의사결정 구조는 장기 독점에 따른 조직의 고착화와 무능을 여실히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결국 한국 축구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현대가의 자본력과 전문적인 행정 시스템을 분리하는 구조적 쇄신이 시급한 시점이다. 현대가의 과거 헌신을 존중하면서도 협회 운영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기득권을 내려놓는 결단이 수반되어야 한국 축구의 미래를 도모할 수 있다. 과거의 공적이 미래의 발목을 잡는 덫이 되지 않도록 글로벌 표준에 부합하는 민주적 운영 체제를 안착시키는 것이 시급한 과제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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