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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채무 1400조 시대, 재정준칙은 없다

류근웅류근웅 기자· 2026/7/16 17:02:19· Updated 2026/7/16 17:02:28

코스피가 7000선을 뚫고 축포를 터뜨리는 사이, 나라 곳간은 정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 자산시장은 낙관을 말하는데, 정부의 곳간 장부는 매년 100조원 넘게 구멍이 나는 쪽으로 기울어 있다. 2026년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국가채무는 사상 처음 GDP의 절반을 넘어섰고, 이 흐름을 멈출 법적 장치는 여전히 국회 서랍 속에 있다.

숫자로 보는 나라살림, 51.6%라는 마지노선

기획재정부가 편성한 2026년도 예산은 총지출 728조원으로 올해보다 8.1% 늘었고, 총수입은 674조2000억원으로 3.5% 증가하는 데 그쳤다. 지출이 수입보다 두 배 넘게 빠르게 느는 구조다. 그 결과 국가채무는 1413조8000억원까지 불어나며 GDP 대비 51.6%를 기록해, 올해 49.1%에서 1년 만에 50%선을 처음 넘어섰다.

기획재정부 중기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이 비율은 2027년 53.8%, 2028년 56.2%를 거쳐 2029년 58.0%까지 오른다. 국가채무 절대액도 2029년 1788조9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연도국가채무(조원)GDP 대비 비율
20251301.949.1%
20261413.851.6%
2027(전망)1532.553.8%
2028(전망)1664.356.2%
2029(전망)1788.958.0%

적자국채 110조, 이자만 34조 넘게 나간다

2026년 관리재정수지는 GDP 대비 -4.0%, 금액으로는 109조원 적자로 짜였다. 이 적자를 메우려 정부는 적자국채를 새로 찍어야 하고, 2026년 국고채 총발행한도는 225조7000억원, 이 중 순증 발행분만 109조4000억원이다.

빚이 쌓이면 이자도 따라 는다. 국채 이자상환 예산은 34조4220억원으로 편성됐는데, 이는 국채 평균 조달금리를 3.4%로 가정한 수치다. 실제 4월 평균 조달금리는 이미 3.6%로 뛰었고, 이후 시장금리가 더 오른 점을 감안하면 이 이자 청구서는 예산안보다 커질 가능성이 높다.

재정준칙은 왜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나

재정적자를 GDP의 3% 이내로, 국가채무를 GDP의 45% 이내로 묶는 재정준칙 법안은 국가재정법 개정안 형태로 국회에 여러 차례 발의됐다. 이미 국가채무비율이 51.6%로 이 상한선을 넘어선 상황에서도, 법안은 여전히 강제력 없는 논의 단계에 머물러 있다.

재정준칙이 없다는 것은 지출을 늘릴 때 브레이크가 없다는 뜻이다. 선거철마다 반복되는 확장재정 공약, 추경 편성이 관성화된 지금 구조에서는 적자 폭을 스스로 제한할 장치가 사실상 부재하다.

"선진국보다 낮다"는 반론, 얼마나 타당한가

확장재정을 옹호하는 쪽은 한국의 부채비율이 여전히 낮다는 점을 근거로 든다. IMF 기준 선진국 평균 부채비율은 110% 안팎이고, 일본은 230%, 미국은 124%, 이탈리아는 137%에 이른다. 이 비교만 보면 한국의 51.6%는 확실히 여유가 있어 보인다.

이 반론에는 맹점이 있다. 기축통화국인 미국, 엔화 표시 국채 대부분을 자국민이 보유한 일본과 달리, 한국은 기축통화국이 아니고 국채 시장에서 외국인 비중과 시장금리 변동에 훨씬 민감하다. 절대 수준의 여유보다 증가 속도가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2025년 49.1%에서 2029년 58.0%까지, 4년 만에 9%포인트 가까이 오르는 속도는 선진국 평균 대비 낮은 절대치라는 안도감을 상쇄한다.

2029년 58%, 그 다음 청구서는 누가 받나

국가채무는 정치인의 임기 안에서는 잘 보이지 않지만 이자 부담과 상환 의무로 다음 세대, 다음 정부로 넘어간다. 지금처럼 재정준칙 없이 지출 증가율이 수입 증가율의 두 배를 넘는 구조가 이어지면, 2029년 58%는 상한선이 아니라 통과점이 될 수 있다. 시장금리가 3%대 중반에서 더 오를 경우 이자상환 예산 34조원은 훨씬 빠르게 불어난다.

작은 정부와 재정 규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매번 선거 논쟁에서 뒷전으로 밀리는 사이, 청구서의 크기만 확정되고 있다.


분석 근거: 기획재정부 2026년도 예산안 및 국가재정운용계획, 한국경제, 경향신문, 헤럴드경제, 아주경제, 코리아타임스, IMF Global Debt Monitor 2025. 공개 데이터·보도에 근거한 분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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