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으로 버티는 나라살림, 청구서는 누가 받나
코스피가 7000선을 뚫는 동안, 나라 곳간은 정반대 방향으로 움직였다. 자산시장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데 국가채무는 처음으로 GDP의 절반을 넘어섰고, 세금은 3년째 걷힐 만큼 걷히지 않았다. 두 그래프가 이렇게 벌어진 해는 드물다.
3년 연속 세수펑크, 이제 겨우 진정 국면
기획재정부 집계에 따르면 국세수입은 2023년 본예산 대비 56조 4000억 원, 2024년 30조 8000억 원이 덜 걷혔다. 2025년에도 8조 5000억 원 결손이 났다. 결손 규모 자체는 줄었지만 3년 내리 예상치를 밑돈 건 처음이다. 환율 하락에 따른 부가가치세·관세 감소, 유류세 탄력세율 인하 연장, 소득세 환급 확대 같은 민생 조치가 세수 하락을 더 끌어내렸다.
2026년 국세수입은 390조 2000억 원으로, 전년보다 18조 2000억 원 늘 것으로 정부는 내다본다. 임금 상승과 취업자 증가로 소득세가 늘어난다는 계산이다. 관건은 이 전망이 또 한 번의 낙관적 추정으로 끝나지 않느냐는 것이다.
국가채무 1400조 시대, 숫자로 보는 속도
국가채무는 2026년 1413조 8000억 원, GDP 대비 51.6%로 처음 50%를 넘겼다. 1년 전 1301조 9000억 원(49.1%)에서 100조 원 넘게 불어난 수치다. 2026년 통합재정수지는 52조 7000억 원 적자(GDP 대비 -1.9%), 사회보장성기금을 뺀 관리재정수지는 107조 8000억 원 적자(-3.9%)로 잡혀 있다.
| 구분 | 2025년 | 2026년(전망) | 2029년(전망) |
|---|---|---|---|
| 국가채무 | 1301.9조 원 | 1413.8조 원 | 1788.9조 원 |
| GDP 대비 비율 | 49.1% | 51.6% | 58.0% |
3년 만에 GDP 대비 9%포인트 가까이 뛰는 속도다. 연평균 국가채무 증가율은 약 9%로, 세수 증가율을 웃돈다.
"OECD 평균보다 낮다"는 반론, 절반만 맞다
확장재정을 옹호하는 쪽은 2024년 기준 한국 총부채(49.7%)가 OECD 평균(109.1%)보다 훨씬 낮다는 점을 근거로 든다. 숫자만 보면 틀린 말은 아니다. 문제는 비교 대상이다. 미국·일본·영국처럼 기축통화를 발행하는 나라는 위기 시 자국 통화로 국채를 찍어 막을 수 있지만, 한국은 그 방편이 없다. 그래서 나온 것이 '비기축통화국' 비교군인데, 이 범주에서 한국은 17개국 중 3위권으로 전망된다는 분석이 나와 있다. OECD 평균과의 단순 비교는 한국이 처한 실제 제약을 가려버린다.
다만 이 반론에도 한계는 있다. 절대적 부채비율 50%대는 국채위기를 겪은 남유럽 국가들의 위기 진입 시점보다 여전히 낮고, 저성장·고령화로 복지지출이 구조적으로 늘어나는 국면에서 일정 수준의 국채 발행은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유효하다. 관건은 속도와 용처이지, 부채 자체가 아니다.
자산시장 호황이 재정 착시를 만든다
코스피 7000 돌파와 반도체·조선 수출 호조는 법인세·양도세 기반을 넓히는 호재다. 그러나 이 호황이 세수 전망치 달성을 자동으로 보장하지는 않는다. 2021년에도 자산시장 활황 속에 세수가 늘었다가 2022년 이후 반작용으로 대규모 결손이 발생한 전례가 있다. 지금의 증시 훈풍을 세수 계획의 안전판으로 여기는 순간, 다음 해 예산은 또 구멍이 날 위험을 안는다.
결국 문제는 지출 구조조정 타이밍
의무지출 비중이 계속 늘어나는 예산 구조에서, 세수가 기대만큼 걷히지 않으면 남는 선택지는 국채 발행뿐이다.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GDP 대비 4%에 근접한 지금, 다음 순서는 지출 항목별 우선순위 재조정과 세입 기반 안정화이지 낙관적 세수 전망의 반복이 아니다. 나라살림의 신뢰는 숫자가 맞아떨어질 때 쌓이고, 어긋날 때 가장 먼저 무너진다.
분석 근거: 한국경제, 뉴시스, 경향신문,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국회예산정책처(NABO), 세정일보. 공개 데이터·보도에 근거한 분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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