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김윤영이 오늘 말한 것을, 2018년 그 문서는 이미 적어뒀다
김윤영 전 노동당 여성위원장이 1일 소셜미디어에 글을 올렸다. 자신도 문제의 비공개 조직에서 활동했고,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를 비롯한 기본소득당 주요 인사들이 그 조직에 함께 있었다는 내용이다. 그는 조직 내 성차별적 문화와 그에 대한 문제제기가 어떻게 다뤄졌는지도 함께 밝혔다.
실명으로 나온 증언이다. 출처 없이 떠돌던 온라인의 주장과는 성격이 다르다.
그런데 그가 말한 내용은, 8년 전 문서에 이미 적혀 있다.
본지는 2018년 7월 4일자 노동당 진상조사위원회 보고서 원문 전문을 확보했다. 이 문서는 지금도 노동당 홈페이지에 공개되어 있으나, 발표 이후 8년간 어느 언론도 그 내용을 보도하지 않았다.
본지는 보고서에 실명으로 기재된 재정 지원자를 김모씨로 표기한다. 그는 공직자가 아닌 개인이며, 본지가 반론 기회를 제공하는 절차를 거치기 전이다. 다른 매체가 이미 실명으로 보도한 것과는 별개로 본지의 기준을 적용한다.
보고서에는 전용 장이 있었다
보고서 목차는 이렇게 구성돼 있다.
2-1. 이가현 알바노조 위원장의 문제 제기 2-2. 언더조직의 존재 여부 2-3. 언더조직은 다른 조직에 어떻게 개입했나 2-4. 언더조직이 낙태 금지, 혼전 순결 등을 강요했나
조사위원회는 위원장 홍세화, 위원 성춘일 변호사(민변)와 오창익(인권연대)으로 구성됐다. 2018년 2월 26일 노동당 중앙당 대표단회의 결정에 따른 공식 기구다.
네 번째 장 전체가 조직 내 여성 통제 문제에 배정돼 있었다.
문서가 기록한 것
보고서는 조직이 구성원에게 혼전 순결과 낙태 금지를 요구했다는 문건의 존재를 다뤘다. 당사자 진술도 실려 있다.
박정훈은 "여성들이 낙태를 하고 이러면 몸에 안 좋고 활동을 쉬게 되니 그런 걸 피하는 게 좋다"는 차원에서 제시한 '해결책'이었다고 진술했는데, 처음 언더조직에 들어온 사람에게는 폭력적이고 억압적일 수 있다고 인정했다.
조사위는 강요 여부를 이렇게 판단했다.
"문건에 실린 혼전 순결, 낙태금지의 요구가 구성원들에게 얼마나 진지하게 받아들여졌을지, 그리고 실제 생활규율로 강요되었는지의 여부는 정확하게 가늠할 수 없지만, 위계 구조를 통해 후배들에게는 강요로 느껴졌을 가능성을 부인할 수 없다."
이가현 당시 알바노조 위원장의 진술에 따르면 지침은 그것만이 아니었다. 보고서는 "모텔에 가면 안 된다거나 '연애 사업을 하지 말라'는 등의 지침이 있었다"고 적었다.
가장 무거운 진술
보고서에 실린 이가현의 진술 가운데 한 대목은 김 전 위원장이 오늘 제기한 문제와 정확히 겹친다. 알바노조 위원장 자리에 출마하게 된 경위를 설명하는 부분이다.
"위원장 자리가 공석이 되었다. 나에게 출마하라고 했다. 위기의 순간에서야 등장할 기회가 생기는 여성. 유리바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계속해서 나를 설득했다. 언더조직원이 아니어도 괜찮다고, 본인이 언더조직과 이야기 할 테니 너는 지금 알바노조에 필요한 여성주의 이미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허수아비가 아니냐고 물었다. 그런 역할도 중요하다고 답했다."
"위원장에 출마했고 당선됐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나도 모르는 사업들이 진행되고 나도 모르는 입장문이 홈페이지에 올라갔다."
조직이 여성을 어떤 용도로 배치했는지에 대한 당사자 진술이 8년 전 당 공식 문서에 이미 남아 있었다.
돈은 한 사람에게서 나왔다
보고서에서 가장 분량이 실린 부분은 재정이다.
"조사위원회는 관계자들의 진술을 통해 노동당 내 구 사회당계 핵심인물로 김모씨(전 노동당 전국위원)가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는 노동당과 여러 단체에 적지 않은 재정을 지원했는데, 이가현의 문제제기 이후 노동당 내에서 논란이 일어나자 탈당하였다."
"김모씨는 알바노조 3명분의 인건비를 매달 부담했다. 그 금액은 구교현, 박정훈 등이 매달 김모씨를 만나 직접 현찰을 수령하는 방식으로 전달되었다. 김모씨는 이 외에도 알바노조에 스타렉스 차량을 구입하여 주는 등 다양한 지원을 했다."
"당은 김모씨로부터 재정적 지원을 받았다는 점에 대해서 자성해야 한다. (…) 김모씨의 탈당 이후 당에 재정 위기가 왔다는 것은 그만큼 당이 김모씨의 재정적 지원에 크게 의존했다는 점을 드러낸다."
조사 방식에도 차이가 있었다. 보고서는 관계자들을 여러 차례 대면 조사했다고 밝히면서, 한 사람에 대해서만 다르게 적었다. "김모씨에 대해서는 서면 조사를 진행하였다." 돈을 낸 사람은 서면, 활동가 3인은 대면이었다.
그가 위원회에 낸 입장문에 대한 조사위의 평가는 이렇다. "그의 입장문에는 개인적 소회가 담겨 있을 뿐, 언더조직과 관련된 질문에 대해서는 답변하지 않았다."
조사위의 결론
"언더조직이 존재했다는 점은 이가현, 구교현, 박정훈, 최기원의 진술과 언더조직에 참여했던 다른 사람들의 증언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조사위는 관련자 3인에 대해 당기위원회 회부를 건의했다. 다만 당기위가 실제로 어떤 징계를 내렸는지는 결정문도 보도도 확인되지 않는다.
권고 사항에는 이런 대목도 있다. "당 대표는 언더조직의 존재와 김모씨의 재정적 지원으로 인해 당의 민주적 운영 원리가 간접적으로 침해된 것을 인정하고 당원들에게 공식 사과할 것."
그리고 8년간, 아무도 이 결론을 쓰지 않았다
2018년 2월 이가현 위원장의 폭로는 프레시안, 아시아경제, 뉴스1, 서울신문 등 최소 6개 매체가 보도했다.
그러나 다섯 달 뒤 나온 조사 결과는 어느 언론에도 실리지 않았다. 본지가 확인한 범위에서 2018년 7월 4일 보고서 발표를 다룬 기사는 한 건도 없다. "조직은 존재했다", "재정 의존이 확인됐다", "낙태 금지와 혼전 순결 요구가 강요로 느껴졌을 가능성을 부인할 수 없다"는 결론은 당원게시판에만 남았다.
폭로는 뉴스가 됐고 결론은 뉴스가 되지 않았다. 그 사이 8년이 지났고, 이제 같은 조직에 있었던 또 한 명의 여성이 다시 말하고 있다.
이 문서에 없는 것
다만 문서가 말하지 않는 것도 분명히 해야 한다.
첫째, 보고서 전문에 용혜인 후보자의 이름은 단 한 번도 등장하지 않는다. 배우자 박기홍의 이름도, 신지혜 전 기본소득당 대표의 이름도 없다. 본지가 원문을 기계적으로 검색한 결과 각각 0회다. 김 전 위원장이 오늘 제기한 것은 이 문서에 담기지 않은 별개의 증언이다.
둘째, 폭로 당사자인 이가현 위원장 본인도 청년좌파 전 대표들을 "C씨와 D씨"로만 지칭했다. 당의 공식 답변도 같은 표기를 따랐고, 그 신원은 어떤 1차 자료로도 공개된 적이 없다.
셋째, 보고서는 김모씨를 "언더조직 수장"으로 단정하지 않았다. "구 사회당계 핵심인물"이자 재정 지원자로 규정했을 뿐이다. 조직의 안가 운영 책임자는 가명으로만 등장하며 재정 지원자와 연결되지 않는다.
넷째, 어떤 회사 이름도 문서에 나오지 않는다.
시점 관계
김모씨는 2018년 탈당했다. 용혜인 후보자가 노동당 대표에 당선된 것은 그로부터 9개월 뒤인 2019년 1월 27일이고, 같은 해 8월 12일 탈당해 이듬해 기본소득당을 창당했다. 후보자가 맡은 것은 그의 돈으로 굴러가던 당이 아니라, 그가 떠나 재정이 무너진 당이었다.
겹치는 구간은 있다. 후보자는 2013년부터 알바연대와 알바노조에서 활동했고, 이는 그가 알바노조에 재정을 지원하던 시기와 겹친다. 다만 그가 인건비를 부담한 상근자 3명이 누구인지는 보고서에 이름이 나오지 않는다.
사건은 끝났지만 사람들은 남았다
당시 조사 대상이었던 이들은 지금 한국 플랫폼노동 운동의 중심에 있다. 알바노조 1기 위원장 구교현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라이더유니온지부 지부장이다. 2기 위원장 박정훈은 라이더유니온 초대 위원장을 거쳐 현재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 겸 노동안전보건위원장으로, 신문에 노동 칼럼을 쓴다.
정작 아르바이트노동조합 자체는 사실상 활동을 멈췄다. 홈페이지 게시판은 2020년 1월 이후, 소셜미디어 계정은 2019년 4월 이후 갱신이 없다. 해산이나 통합을 알린 공지는 없다.
용혜인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는 아직 열리지 않았다. 김 전 위원장은 후보자에게 답을 요구했고, 후보자는 아직 답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