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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증] '성평등 법안 0건'은 사실이다. 그럼 가정폭력처벌법 전부개정은 어디로 갔나

류근웅류근웅 기자· 2026/9/2 14:00:52· Updated 2026/9/2 14:04:57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를 겨눈 가장 날카로운 통계는 이것이다. "대표발의 116건 가운데 성평등가족위원회 소관 법률안은 단 한 건도 없었다." 임종득 의원실이 낸 자료이고, 복수 매체가 그대로 받아 썼다.

본지는 국회 의안정보 원본으로 이 수치를 검증했다. 사실이다. 그런데 여기서 끌어낸 결론은 데이터가 지지하지 않는다.

68건이 어느 상임위로 갔나

22대 국회에서 후보자가 대표발의한 법안은 68건이다. 소관위원회별로 나누면 이렇다.

소관위건수
행정안전위원회26
법제사법위원회9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9
국회운영위원회5
재정경제기획위원회5
보건복지위원회4
정무위원회3
그 외 5개 위원회7
성평등가족위원회0

성평등가족위 0건은 맞다. 참고로 22대에서 이 위원회 소관으로 접수된 법안은 213건이다. 위원회가 비어 있어서 0건인 것이 아니다.

그런데 그 68건 안에는

발의일법안소관위
2025-09-08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전부개정법률안법제사법위
2025-09-08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법제사법위
2025-09-08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법제사법위
2025-09-03생활동반자관계에 관한 법률안법제사법위
2024-09-11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법 개정안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
2024-06-17아동수당법 개정안보건복지위

가정폭력, 스토킹, 전자장치 부착, 생활동반자 — 모두 법무부 소관이라 법제사법위원회로 간다. 남녀고용평등법은 고용노동부 소관이라 환경노동위원회로 간다. 아동수당법은 보건복지부다.

여성가족부 소관 법률이 아니면 성평등가족위원회 통계에 잡히지 않는다. '성평등 법안 0건'은 후보자가 무엇을 했느냐가 아니라 정부 부처가 어떻게 나뉘어 있느냐를 보여주는 숫자다.

내용을 보면 더 분명하다. 가정폭력처벌법 전부개정안은 처벌 대상을 혈연과 혼인으로 묶인 '가정' 안의 폭력에서 '친밀한 관계'를 이용한 폭력으로 확대하는 안이다. 젠더폭력 입법으로는 무게가 상당하다. 스토킹처벌법 개정안은 '대안반영폐기'로 처리됐는데, 이는 폐기가 아니라 다른 법안에 내용이 흡수돼 실제 입법에 반영됐다는 뜻이다.

표결로 본 성향도 같은 방향

본지는 22대 본회의 기명표결 52만건을 분석해 의원 285명의 이념 좌표를 산출했다. 표결 행태만으로 사회 의제와 경제 의제 두 축의 위치를 추정한 값이다.

후보자의 사회축 좌표는 285명 가운데 14위로, 상위 5%에 해당하는 진보 성향이다. 여성계 의제를 주도해온 다른 의원들과 견줘도 더 진보 쪽에 위치한다.

"성평등 감수성이 부족하다"는 프레임은 적어도 표결 기록으로는 뒷받침되지 않는다.

다만 여성계가 문제 삼은 지점은 따로 있다

여성계의 지명 철회 요구는 입법 실적이 아니라 특정 사안에 대한 입장에서 나왔다.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에 찬성했다는 것이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등은 "검사 보완수사권 폐지를 강하게 주장했던 인사"를 성평등부 장관으로 지명한 데 대해 취약계층 보호를 우려한다는 성명을 냈다.

본지는 이 지적을 본회의 표결 기록으로 확인했다.

날짜안건표결
2025-02-27형사소송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찬성
2025-12-12형사소송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찬성
2026-03-20공소청법안(대안)찬성
2026-07-31형사소송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찬성

여성계의 지적은 사실에 근거한다. 그는 검찰개혁 관련 법안에 일관되게 찬성했다.

앞서 본 이념좌표와 나란히 놓으면 그림이 분명해진다. 그는 전반적으로 상위 5%에 드는 사회진보 성향이면서, 동시에 여성계가 반대한 사안에서는 찬성표를 던졌다. 두 사실은 함께 성립한다. 이것이 청문회에서 실제로 다뤄져야 할 쟁점이다.

그렇다고 전문가는 아니다

반대 방향도 데이터가 말해준다.

후보자의 소속 상임위는 행정안전위원회 하나다. 대표발의 68건 중 26건, 38%가 행안위 소관이다. 지방재정, 경찰 조직, 집회시위 관련 입법이 그의 주력이었다. 성평등가족위원회에서 활동한 적은 없다.

두 가지가 동시에 사실이다. 그는 성평등 관련 입법을 했고, 그 분야가 그의 전문 영역은 아니었다.

통계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다만 다 말하지도 않는다

'116건 중 0건'은 조작된 숫자가 아니다. 실재하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 숫자만으로는 후보자가 가정폭력처벌법을 전부개정하려 했다는 사실도, 스토킹처벌법 개정 내용이 실제 입법에 반영됐다는 사실도 알 수 없다.

인사청문회에서 물어야 할 것은 "왜 성평등 법안이 0건이냐"가 아니라, 여성가족부 소관이 아닌 곳에 흩어져 있는 젠더 입법을 부처 수장으로서 어떻게 묶어낼 것이냐여야 한다. 그것이 이 통계가 실제로 가리키는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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