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3년 막은 칩, 중국은 90%를 스스로 만들었다
미국 정부가 엔비디아 최상위 칩의 대중 수출을 여러 해째 막았다. 결과는 목표와 정반대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올해 중국 AI 칩 시장의 90%가 중국산으로 채워질 것으로 내다봤다. 수출 통제는 중국을 멈추지 못했고, 대신 세계에서 가장 큰 잠재 시장을 화웨이에게 넘겼다. 그리고 그 파도는 이제 한국이 지키던 메모리 시장으로 넘어온다.
규제가 키운 자급률
트렌드포스 집계로 중국의 고성능 AI 칩 출하량은 연평균 83% 늘었고, 엔비디아와 AMD의 중국 점유율은 10%까지 떨어진다. SMIC와 상하이화홍반도체의 AI 칩 생산도 연평균 50% 성장해 올해 500만 개에 이른다. 투자은행 번스타인은 화웨이의 중국 시장 점유율이 내년 50%로 확대되는 반면 엔비디아는 한 자릿수로 밀려난다고 봤다. 규제 강도와 자급화 속도가 정확히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 셈이다.
| 지표 | 수치 | 전망 주체 |
|---|---|---|
| 중국 AI칩 자급률(2026년) | 90% | 트렌드포스 |
| 엔비디아·AMD 중국 점유율 | 10%로 하락 | 트렌드포스 |
| 중국 고성능 AI칩 출하 증가율 | 연평균 83% | 트렌드포스 |
| 화웨이 중국 점유율(내년) | 50% | 번스타인 |
열린 문, 닫힌 지갑
미국은 올해 초 H200의 대중 수출을 허용했다. 조건은 판매액의 25%를 수수료로 낸다는 것. 그런데 사줄 사람이 없다. 중국 정부는 일부 기술기업에 H200 구매 계획을 중단하라고 지시했고, 구매를 허용하더라도 자국 칩을 함께 사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문을 열었는데 손님이 들어오지 않는다. 칩 무역이 시장의 계산이 아니라 정부 간 협상 카드로 바뀌었다는 뜻이다.
전장이 칩에서 메모리로 옮겼다
AI 칩의 다음 병목은 HBM이다. 미국은 2024년 12월 고사양 HBM의 대중 수출을 제한했고, 이 제재의 직접 대상은 엔비디아가 아니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였다. 그 공백을 중국이 채운다. CXMT(창신메모리)는 자체 HBM3를 화웨이 칩에 결합했고, 중국 정부 지원 아래 'HBM 연합'까지 꾸렸다. 서울경제는 화웨이의 자체 HBM을 2028년 이후 한국 반도체의 구조적 리스크로 평가했다.
| 시점 | CXMT 글로벌 D램 점유율(옴디아·업계 전망) |
|---|---|
| 2025년 2분기 | 3.97% |
| 2025년 4분기 | 7.67% |
| 2029년 | 약 15% |
매일경제에 따르면 CXMT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1,100억~1,200억 위안으로 추산되고, 중국 증시 상장으로 설비 투자 재원까지 확보한다. DDR5 등 고부가 제품까지 나온 뒤다.
한국의 계산이 어긋나는 지점
미·중 어느 시나리오에서도 한국에는 온전한 이익이 없다. 중국 AI 칩이 늘어나도 한국 HBM은 대중 수출이 막혀 그 수요를 받을 수 없다. 반대로 규제가 풀리면 그 자리를 CXMT가 이미 차지하고 있다. 기술 통제는 상대를 멈추는 도구가 아니라 상대를 새 경쟁자로 만드는 도구였고, 그 경쟁자의 첫 수익 시장이 한국의 본진인 메모리라는 점이 문제다.
반론: 수량이 곧 품질은 아니다
공정하게 볼 반론도 있다. 중국산 칩의 성능은 여전히 미국 첨단 제품보다 낮다는 평가가 있고, 90%라는 자급률은 개수 기준이며 기술 격차의 해소를 뜻하지 않는다. 자체 HBM 양량까지는 시간이 걸린다는 관측도 있다. 규제 완화 시 중국산 범용 메모리 공급이 늘어 가격이 내려가면, 한국이 고부가 HBM으로 차별화 이익을 볼 수 있다는 해석도 성립한다.
다만 그 해석이 성립하려면 격차가 벌어져 있는 동안에만 가능하다. 점유율 표가 보여주는 것은 격차가 벌어지는 추세가 아니라 좁혀지는 속도다.
분석 근거: 트렌드포스 전망 인용 글로벌이코노믹 보도, 옴디아 집계 인용 조선비즈, 번스타인 전망 인용 전자신문, 연합뉴스(The Information 인용), 매일경제, 서울경제. 공개 데이터·보도에 근거한 분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