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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공정 멈춘 반도체, 승부처는 '유리 한 장'으로 옮겼다

류근웅류근웅 기자· 2026/9/21 9:05:21· Updated 2026/9/21 12:58:11

반도체 경쟁의 무대가 나노 미터 싸움에서 유리 한 장으로 옮겨 가고 있다. AI 칩이 커질수록 칩을 감싸는 패키지 기판이 열과 압력을 견디지 못하는 탓이다. 이번 주 국내에서만 9000억원 넘는 돈이 유리기판에 쏠렸다. 미국·대만·중국도 같은 판에 올라섰다.

유리가 기존 기판을 밀어내는 이유

지금 패키지 기판은 플라스틱 계열 유기 소재로 만든다. 면적이 넓어지면 열팽창으로 휘고 정밀 회로 구현에 한계가 온다. 유리기판은 열팽창률이 낮고 평탄도가 높아 대면적·고집적 패키지에 맞다는 평가를 받는다. 비즈니스포스트가 16일 전한 대만 디지타임스 분석은 엔비디아·인텔의 패키징 대형화에 상용화가 속도를 붙이고 있다고 짚으며, 양산 본격 시점을 2027년으로 내다봤다.

국내 돈은 이미 움직였다

SKC는 올해 1조1671억원 유상증자로 확보한 자금의 절반가량인 약 5900억원을 향후 3년간 유리기판에 넣는다. 제이앤티씨는 21일 경북도·김천시와 양해각서를 맺고 김천에 3470억원 규모 TGV 유리기판 생산라인을 짓는다. 2027년부터 2030년까지 투자되며 430여명을 뽑는다. 소재·장비 중소기업도 움직인다. 애니캐스팅은 6~7월 나눠 75억원을 유치해 안산 팔곡산업단지에 도금 파일럿 라인을 만든다.

기업투자·동향내용
SKC약 5900억원(3년)유상증자 자금 절반을 유리기판에 투입
제이앤티씨3470억원(2027~2030)김천 TGV 생산라인, 430여명 고용
애니캐스팅75억원 유치안산 도금 파일럿 라인
삼성전기2025년부터파일럿 라인, 7월 스미토모화학과 합작법인

한국이 샘플을 보내는 동안, 대만은 동맹을 맺었다

SKC 자회사 앱솔릭스는 시험 양산 단계에 들어가 AMD·아마존 등 미국 고객사에 샘플을 공급 중이다. 관건은 고객사 승인이다. 대만은 속도가 다르다. 이노룩스는 6월 TSMC·이비덴과 CoPoS 파트너십을 맺고 사각형 유리 인터포저 생산을 분담한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BOE가 510x515mm 기판 파일럿 라인을 완성하고 유리 코어 샘플을 고객에 보냈지만 양산은 빨라야 2028년 이후로 본다고 21일 짚었다. 이 평가에서 전략이 '분명하다'고 나온 곳은 BOE와 이노룩스뿐이었다.

국가주요 플레이어상황
한국앱솔릭스·삼성전기시험 양산·샘플 공급 단계
대만이노룩스·TSMC·이비덴CoPoS 동맹으로 역할 분담
중국BOE510x515mm 파일럿, 양산 2028년 이후
일본소재 강자유리·금속 소재로 공급망 장악

2027년 관문 앞에서 냉정해야 할 것

낙관만 할 판은 아니다. 시장 자체가 아직 상용화 전이다. 디지타임스가 제시한 양산 시점도 2027년이고 BOE는 2028년 이후로 늦춰진다. 샘플 공급이 고객사 승인과 물량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투자는 회수 경로를 잃는다. 유기 기판이 당분간 주력으로 남는다는 점에서 특정 기술에 자금이 쏠리는 집중 리스크도 있다. 이번 투자 흐름이 거품인지 실체인지는 2027년 인증 결과가 판가름한다.

유리에 걸린 것, 반도체만이 아니다

주목할 지점은 이 흐름을 민간 판단이 만들었다는 사실이다. 대기업 유상증자, 지방산단 투자, 벤처 자금 유치가 제각각 유리기판으로 모였다. 디스플레이 팹의 패키징 전환 같은 구조조정 옵션도 시장 안에서 논의된다. 남은 과제는 정부 보조가 아니라 수도권 밖 투자가 라인 가동까지 막힘없이 이어지게 하는 인프라와 인허가다. 유리 한 장이 반도체 지도를 다시 그리는 동안, 한국의 숙제는 기술이 아니라 속도다.


분석 근거: 서울경제, 신아일보, 비즈니스포스트, 전자신문, ZDNet Korea. 공개 데이터·보도에 근거한 분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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