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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이익 107조에 주가는 빠졌다…AI 메모리 호황의 역설

류근웅류근웅 기자· 2026/11/4 9:03:52· Updated 2026/11/4 11:47:50

삼성전자는 10월 29일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내놓고 주가가 빠졌다. 3분기 그룹 영업이익 107조4000억원, 1년 전 같은 분기(12조2000억원)의 아홉 배에 가깝다. 그런데 발표 다음날 주가는 장중 6.2%까지 하락했다. 역대급 호황과 하락 장세가 하루에 겹친 이유를 뜯어보면, AI 메모리 붐이 걸어온 체증이 그대로 드러난다.

이익의 99%가 반도체 한 척에 실렸다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은 106조5000억원으로 전년 동기의 15배 수준이다. 그룹 이익의 사실상 전부를 반도체가 벌었다는 뜻이다. 문제는 LSEG 집계 애널리스트 추정치(107조3000억원)에 미세하게 못 미쳤다는 점이었다. 차이는 작지만, 기대치를 넘어서는 실적에 길들여진 시장은 그 틈을 팔 이유로 삼았다.

항목2026년 3분기비고
그룹 영업이익107조4000억원전년 동기 12조2000억원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106조5000억원전년 대비 약 15배
휴대폰 사업8000억원 적자메모리 원가 급등 여파
연간 설비투자76조8000억원전년 대비 62% 증가

하이닉스와의 온도차가 진짜 이유다

하루 전 실적을 낸 SK하이닉스는 DRAM과 HBM이 2029년까지 매진이고 품귀는 2030년까지 이어진다고 밝혔다. 삼성은 내년 HBM이 매진됐고 공급 부족이 2028년까지 갈 수 있다고만 했다. 모닝스타는 삼성의 전망이 하이닉스보다 "조금 덜 낙관적"이었다고 짚었다. 주주환원에서도 갈렸다. SK하이닉스가 약 750억 달러 규모 환원 정책을 내놓은 사이, 삼성은 결정을 1월로 미뤘다. CLSA 산지브 라나는 시장이 추가 자사주 매입이나 배당을 기대했는데 회사가 이를 미뤘다고 지적했다.

초호황이 안에서 적자를 만든다

흥미로운 대목은 휴대폰 사업이 8000억원 적자를 냈다는 것이다. 메모리 가격 급등이 자사 스마트폰 원가를 눌렀다. 잘나가는 반도체가 같은 회사 폰 사업의 수익을 갉아먹는 구조다. 파운드리는 매출이 늘었지만 여전히 적자다. 테일러 팹이 내년 테슬라 칩을 양산한다는 카드는 있어도, 지금 이익은 온전히 메모리에 의존한다.

10월 수출 259% 증가 뒤의 두 가지 단서

로이터가 11월 1일 보도한 10월 수출 통계는 호황의 규모를 보여준다. 반도체 수출이 564억4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59.4% 늘었고, 컴퓨터는 496.6% 급증했다. 전체 수출 1152억8000만 달러, 증가율 93.7%는 1974년 이후 최대다. 단서가 두 개 있다. 추석 연휴 시점 탓에 가동일수가 작년보다 많았다는 통계 효과, 그리고 이 숫자가 '수출액'이지 물량이 아니라는 점이다.

품목10월 수출액전년 동기 대비
반도체564.4억 달러+259.4%
컴퓨터—+496.6%
전체 수출1152.8억 달러+93.7% (1974년 이후 최대)

2029년 레드오션 경고는 살아 있다

호황의 영구화를 단정할 근거는 없다. 기획재정부 이형일 장관은 10월 17일 CNBC 인터뷰에서 "수요와 공급의 격차가 여전히 크다"며 성장세가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했지만, 같은 인터뷰에서 반도체 주가가 증시 변동성을 키운다는 점도 인정했다. 매일경제는 10월 16일 칼럼에서 신규 공급이 쏟아지면 2029년 메모리 시장이 레드오션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을 소개했다. 삼성이 생산량의 60~70%를 2030년까지 장기계약으로 묶으려는 것 자체가 사이클 하락에 대한 방어다. 설비투자를 62% 늘린 만큼, 공급 확대가 사이클을 끊는다는 반도체 산업의 오래된 문법이 다시 작동할 가능성은 지워지지 않는다.

수혜가 국가 단위로 커진 만큼 내리막의 크기도 국가 단위로 커진다. 반도체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한국이 어느 나라보다 크고, 실적 발표 하나로 지수가 흔들리는 구조는 이제 기업 리스크가 아니라 국가 리스크다. 107조의 실적 다음날 주가가 6% 빠질 수 있다는 사실이야말로 이 호황이 안고 있는 가장 정직한 숫자다.


분석 근거: 로이터, CNBC, Yahoo Finance, 매일경제. 공개 데이터·보도에 근거한 분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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