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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 '쓰는' 단계를 넘어선다

모민철모민철 기자· 2026. 7. 4. AM 12:49:17· 수정 2026. 7. 4. AM 2:33:54

AI 활용 시대는 끝났다. 이제는 AI를 당연한 듯 여기고 이를 기반으로 모든 것을 설계하는 'AI 네이티브'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 이는 AI가 우리 삶과 업무의 근본적인 전제가 되는 새로운 전환을 의미한다.

7월 3일 서울 코엑스에서 '메타콘 2026' 행사가 열렸다. 현대자동차, 케이뱅크, 앤트로픽 등 다양한 분야 기업과 전문가들이 참석했으며, 이들은 AI가 기업 운영의 전제가 되었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맹성현 KAIST 명예교수는 AI 전환(AX)이 단순히 기존 업무에 AI 기능을 얹는 'AI+X'를 넘어, 사업 구조 자체를 AI 중심으로 재편하는 'X+AI'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AI를 도구로 보지 않고 동료처럼 업무 분장 및 책임 구조를 다시 설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AI를 도구 구매 차원을 넘어 조직 문화와 업무 방식을 근본적으로 재설계하는 'AI Native' 시대를 맞이할 준비가 필요하다. 이는 AI 기반의 업무 혁신 및 기업 운영 방식의 전면적인 변화를 의미한다. AI 전환, 즉 AX(AI Transformation)는 단순히 겉에 기능을 붙이는 일이 아니라 AI가 판단과 실행 과정 자체에 깊숙이 관여하는 것을 의미한다. 맹 교수는 기존 사업에 AI 기능을 더하는 'AI+X'와 사업 구조 자체를 AI 중심으로 재편하는 'X+AI'를 구분했으며, 진짜 변화는 후자에 있다고 강조했다. 챗봇 추가나 문서 요약은 앞선 방식에 해당하고, 제조 공정, 보험 심사, 고객 응대, 금융 서비스의 흐름 자체를 바꾸는 것이 후자에 속한다.

앤트로픽의 장동진 아키텍트는 소프트웨어가 도구에서 동료로 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료로서 AI는 업무 분장, 회의 방식, 책임 구조까지 재정립하게 만든다. AI가 실행을 맡고 사람은 방향 설정과 결과 판단에 집중하며, 사람의 역할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변화한다. 세일즈포스의 주드 우메 디렉터는 'AI 덕분에 사람이 무엇을 더 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결정과 책임은 여전히 사람의 몫이지만, 사람은 더 이상 모든 일을 직접 처리하는 존재가 아니라 AI와 함께 일의 구조를 설계하는 역할로 나아간다.

많은 기업이 AI를 단순한 도구 구매 문제로 여긴다. 딜로이트의 제시카 김 파트너는 AI 도입으로 실제 재무 성과와 ROI를 달성한 기업이 5%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기술 부족보다는 AI를 RPA와 같은 또 하나의 IT 프로젝트로 여긴 것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무엇을 해결할지 정의하지 않고, 데이터를 정제하지 않으며, 현업을 배제한 채 도구부터 구매하는 방식이 실패를 야기했다. SAP의 정수지 어드바이저는 AI가 목적이 되는 순간 실패가 시작된다고 진단했다. AI 도입은 현장의 구체적인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수단이어야 한다. 문제를 풀기 위해 AI를 사용하는 기업이 성공하는 반면, AI를 도입하기 위해 문제를 찾는 기업은 실패한다.

AI 담론은 성능 경쟁에서 비용 문제로 이동하고 있다. 기업 현장의 질문은 'AI를 도입할 것인가'가 아니라 '얼마의 비용으로 얼마나 안정적으로 실행할 것인가'로 바뀌었다. KT의 이진형 본부장은 AI 토큰 예산이 단순 비용 변수를 넘어 성능 변수가 되었다고 설명했다. 토큰 단가 하락은 사용량 폭발을 동반하는 제번스의 역설을 낳는다. LG CNS의 진요한 센터장도 이러한 현상이 기업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운영 측면에서의 승부가 갈린다. 어떤 업무에 큰 모델을, 어떤 업무에 작은 모델을 적용할지, 어느 단계는 자동화하고 어느 단계는 사람이 검증할지 등의 판단이 경쟁력이 된다. AI는 구매하는 순간 끝나는 기술이 아니며, 도입보다 운영이 더 어려운 과제라고 진 센터장은 분석했다. 케이뱅크가 제시한 초개인화 금융 역시 이러한 흐름에 속한다. 김홍종 팀장은 은행이 지점, ATM, 모바일 시대를 지나 초개인화 금융과 에이전틱 뱅크로 나아간다고 설명했다. AI가 전제될 때, 고객의 상황, 행동, 선호를 실시간으로 읽고 대응하는 초개인화는 단순 마케팅 문구를 넘어선 시스템이 된다. 이는 은행뿐 아니라 미디어, 유통, 교육, 의료 등 다양한 산업에서 나타날 수 있는 변화다.

이날 모든 발표는 결국 '문화'라는 한 지점으로 귀결됐다. 딜로이트, SAP, 세일즈포스, 케이뱅크 등은 AI를 IT 프로젝트가 아닌 비즈니스 트랜스포메이션으로 정의했다. 아무리 좋은 기술이라도 현업에서 사용하지 않으면 아무런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 현업이 문제를 정의하지 않으면 AI는 엉뚱한 답을 내놓는다. 김홍종 팀장은 현업과 AI 조직이 함께 문제를 정의하고, 실험하며, 실패하고, 개선하는 문화가 AI 전환의 지속을 위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조직 문화의 변화 없이는 AI 도구 도입만으로는 진정한 혁신을 이룰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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