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전력 전쟁, 청구서는 누가 받나
AI 붐은 지금 두 개의 얼굴을 하고 있다. 한쪽에서는 챗봇과 에이전트가 공짜에 가까운 값으로 쏟아지고, 다른 쪽에서는 그 연산을 떠받치는 데이터센터가 삼키는 전력이 가정용 전기요금 고지서에 슬며시 올라타고 있다. AI가 눈에 보이지 않는 인프라 전쟁으로 번지고 있다는 뜻이다.
전력이 새 병목이 됐다
가트너는 2026년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량을 565테라와트시(TWh)로 전망했다. 2025년 447TWh보다 26.4% 늘어난 수치다. AI 서버 부문만 떼어놓으면 2025년 159TWh에서 2026년 195TWh, 2027년에는 243TWh로 뛴다. 전통 데이터센터가 10~25MW를 쓰던 시절은 지났고, 하이퍼스케일 AI 데이터센터 한 곳이 100MW 넘게 끌어다 쓴다. 반도체 성능 경쟁이 끝나자 전력 확보 경쟁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미국에서 이미 벌어진 일
전기요금 전가는 가설이 아니라 관측된 현상이다. 데이터센터 244곳이 몰린 일리노이주는 전기요금이 15.8%, 193곳이 있는 오하이오주는 12% 올랐다. 미국 평균 인상률 5.1%의 2~3배다. 원인은 명확하다. 전력망 운영사 PJM의 용량 확보 비용이 ㎿당 28.92달러에서 269.92달러로, 1년 새 열 배 가까이 뛰었고 이 비용은 가정용 요금으로 흘러갔다. 뉴욕주는 결국 데이터센터 신축을 1년간 중단하는 카드를 꺼냈다. 시장이 자원을 배분하지 못하면 정치가 개입한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다.
한국도 이미 요금이 움직였다
한국전력 기준 데이터센터 일반용 전기요금은 2025년 말 172.99원/kWh로, 4년 전 128.47원보다 35% 올랐다. 정부는 반도체·AI 데이터센터·피지컬 AI 3대 메가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메가특구법을 연내 제정해 인허가 절차를 단축하고 세제·재정 지원을 묶어 주기로 했다. 동시에 SMR(소형모듈원전)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해 대형 원전 중심 체제에서 분산형 원전 체제로 전환할 근거가 마련됐다. SMR은 공랭식 설계가 가능해 산업단지·데이터센터 인근, 내륙 배치도 가능하다는 점이 강조된다.
| 발전원 | 정산단가(원/kWh, 2024년) |
|---|---|
| 원자력 | 54.98 |
| 석탄 | 139.91 |
| LNG | 214.21 |
보조금이 아니라 원가가 답이다
메가특구법식 인허가 단축과 세제 지원은 유치 경쟁에서는 유효하지만, 전력 원가 자체를 낮추지는 못한다. 원자력 정산단가가 LNG의 4분의 1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신규 원전·SMR의 인허가 속도를 실제로 얼마나 당기느냐가 데이터센터發 전기요금 인상을 가정용 요금과 분리해낼 수 있는지를 가른다. 다만 SMR은 아직 상용 실적이 제한적이고, 원전 확대에는 안전성·부지 확보를 둘러싼 지역 반발과 규제 심사라는 현실적 장벽이 남아 있다는 반론도 정당하다.
데이터센터 전용 요금제를 별도로 설계해 원가를 반영하지 않으면, 한국도 일리노이·오하이오처럼 AI 붐의 비용이 조용히 가정으로 전가되는 경로를 따라갈 가능성이 크다. 유치 보조금 경쟁보다 원가 기반 요금 설계와 발전 인허가 개혁이 먼저 와야 하는 이유다.
분석 근거: 전기신문, 헬로티, 이투뉴스(etnews), 서울경제, 한국데이터경제신문, 디지털투데이·MS투데이·라디오코리아(미국 PJM·데이터센터 전기요금 보도), 한국전력·전력거래소(KOSIS) 공개 통계. 공개 데이터·보도에 근거한 분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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