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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는 급한데 전기는 안 온다, 데이터센터의 병목

류근웅류근웅 기자· 2026. 7. 15. AM 9:02:55· 수정 2026. 7. 15. AM 9:03:04

AI 데이터센터는 지금 두 개의 얼굴을 하고 있다. 투자자에게는 '전기만 있으면 돈을 찍어내는' 최고의 자산이고, 전력 당국에게는 좀처럼 풀리지 않는 숙제다. 수도권에 지으려는 사업자는 줄을 섰는데, 계통은 이미 포화 상태다. AI 붐이 정부가 관리하는 인프라의 속도를 앞질러 버린 셈이다.

승인률 1.9%, 줄만 서고 못 들어가는 사업자들

2026년 3월 누적 기준 수도권 전력계통영향평가 1차 기술검토 신청은 522건, 3만3592MW에 달했지만 최종 공급 승인을 받은 사업은 10건뿐이었다. 건수 기준 승인률이 1.9%라는 뜻이다. 2024~2025년 수도권 데이터센터 공급 물량의 임차 비중은 각각 99.7%, 99.4%였고 공실률은 5% 미만으로 역대 최저다. 수도권 데이터센터 평균 상면 임대료는 2019년 ㎾당 14만원에서 2025년 25만원으로 6년 사이 70% 넘게 뛰었다. 규제로 공급을 틀어막아 놓고 시장에는 가격으로 신호가 온 것이다.

서울 12%, 경북 200%가 보여주는 어긋난 지도

지역별 전력자급률은 서울 12%, 경기 62%인 반면 경북·전남은 200%를 넘는다. 발전은 비수도권에 몰려 있는데 데이터센터 수요는 수도권에 집중돼 송전망만으로는 메울 수 없는 구조다.

지역전력자급률
서울약 12%
경기약 62%
경북·전남200% 이상

사업자가 수도권을 고집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고객사와 인력, 네트워크 허브가 다 수도권에 있기 때문이다. 지방 이전을 유도하려는 정책 설계가 시장의 입지 논리와 부딪히고 있다.

미국도 못 피한 병목,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는 2025년 30GW에서 2030년 90GW 이상으로 급증할 전망이다. 버지니아 북부에서는 유틸리티가 신규 접속을 일시 중단하고 다년간의 송전 증설에 들어갔고, 텍사스 ERCOT의 대형부하 접속 대기 물량은 1년 만에 4배로 불어나 233GW를 넘겼다. 미국 전역의 발전·저장 접속 대기열은 2600GW에 달하고 대기 기간이 5년을 넘는 사례도 나온다. 시장이 자유롭고 자본이 풍부한 미국조차 그리드라는 물리적 병목 앞에서는 속도를 못 낸다는 뜻이다. 결국 문제는 이념이 아니라 인허가·계통·발전원 확보의 실행 속도다.

특별법과 SMR, 정부가 내놓은 답

정부는 2026년 6월 9일 'AI 데이터센터산업 진흥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했다. 2027년 3월 10일 시행 예정으로, 비수도권 데이터센터에 한해 전력계통영향평가 특례와 인허가 일괄처리, 재생에너지 직접 공급(PPA), 특구 지정 근거를 담았다. 같은 해 2월 12일에는 SMR(소형모듈원전) 특별법이 여야 합의로 국회를 통과해 5년 단위 기본계획과 특구 지정의 법적 틀을 마련했고, 부산 기장군이 국내 첫 i-SMR 건설 후보부지로 확정됐다. 방향은 맞지만 두 법 모두 혜택이 비수도권에 쏠려 있어, 정작 사업자가 몰리는 수도권의 승인 정체는 그대로 남아 있다.

규제로 막고 세금으로 유인하는 딜레마

비수도권 인센티브만으로 수도권 병목을 우회시킬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계통 공공성을 이유로 접속을 통제하는 접근은 안전판이 될 수 있지만, 시장이 원하는 곳에 공급을 열어주지 않으면 임대료 상승과 자산 희소화만 가속시킨다는 반론도 성립한다. 전력망을 공공재로 보고 국가가 배분을 조율해야 한다는 입장도 일리가 있다. 다만 그 조율의 속도가 시장의 속도를 못 따라가면, 결국 규제가 만든 희소성이 소수 사업자의 초과이익으로 돌아가는 역설이 반복될 뿐이다. 계통 승인 절차 자체를 얼마나 빨리 시장 친화적으로 손보느냐가 다음 국면의 관건이다.


분석 근거: 전기신문, 파이낸셜뉴스, 머니투데이, 한국데이터경제신문, KHARN, 에너지데일리, Belfer Center(하버드), EnkiAI. 공개 데이터·보도에 근거한 분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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