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사권 폐지, 78년 만에 수사와 기소 완전 분리 원칙 도입
78년 만의 사법체계 전환…수사와 기소의 완전 분리
1954년 형사소송법이 제정된 이후 가장 큰 틀의 사법체계 변화가 단행됐다. 지난달 31일 국회 본회의는 검사의 수사권과 보완수사권을 전면 폐지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수사는 경찰이 전담하고 검사는 기소 여부만 결정하는 이른바 '수사·기소 완전 분리' 원칙이 78년 만에 법적 토대를 마련한 셈이다. 이로써 그동안 형사 사법 드라마의 단골 소재로 묘사되던 '직접 현장을 누비며 수사하는 검사'의 모습은 공식적으로 사라지게 됐다.
이번 입법은 이재명 정부 출범 직후부터 추진해 온 검찰개혁 속도전의 최종 결실이다. 정부 출범 후 약 1년 2개월 만에 관련 법안의 국회 문턱을 넘으며 사법 역사에 큰 획을 그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주도로 처리된 이번 개정안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등 권력 비리 범죄의 직접 수사를 포함하여 모든 수사 권한을 경찰로 일원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수사개시의 독점권을 가졌던 기소 전 수사 구조가 종결됨에 따라 사법 체계의 핵심 축이 재편되는 의미를 지닌다.
찬반 교차하는 권력 형평성 논쟁과 정치권의 대립
법안 통과 과정에서는 정치권과 시민사회의 뜨거운 공방이 이어졌다. 여당은 독점적 권력으로 군림해 온 검찰의 폐해를 막고 권력 기관의 견제와 균형을 확립하기 위한 필수적인 입법 조치라는 입장이다. 거대 야당이나 권력 핵심 인물에 대한 편향적 수사를 막고 약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수사와 기소가 엄격히 분리되어야 한다고 규정했다. 이에 대해 야당인 국민의힘은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명백한 위헌 소지가 존재한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국민의힘은 즉각 헌법소원 청구를 예고하며 대정부 압박에 나섰다.
제3지대의 정치 세력 역시 날카로운 비판을 제기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보완수사권 폐지 법안이 결과적으로 약자를 무장 해제시키고 강자는 벌을 받지 않게 만드는 구조를 낳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이재명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 즉시 거부권 행사를 공식 촉구하며 법안 거부를 요구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다수 의석을 바탕으로 통과된 법안의 민의를 존중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국민의힘은 보완수사권 존치 여론에는 침묵하던 청와대가 법안 처리 즉시 존중 입장을 밝힌 것을 두고 개탄스럽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사법 체계의 근간을 뒤흔드는 입법인 만큼 법적 효력이 발생하기 전까지 헌법재판소의 최종 판단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는 야당의 주장이 거세지고 있다.
수사 권한 일원화가 몰고 올 사법 시장의 파급 효과
수사권이 완전히 경찰로 이관됨에 따라 수사 인력과 장비 운영 등 경찰 조직의 예산 및 인프라가 대폭 확장될 전망이다. 동시에 검찰청 내부의 수사 조직 인력 감축 및 부서 개편이 불가피해졌다. 과거 검사가 직접 영장을 청구하고 물증을 확보하던 권한이 경찰로 넘어가면서 경찰의 1차적 사건 처리 비중이 현재보다 훨씬 높아질 것이다. 수사 과정에서의 인권 침해 소지나 경찰의 과도한 권한 집중을 통제할 추가적인 감시 기구 신설 논의도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권력 비리 사건 등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특수 수사 분야에서 경찰의 역량이 부족할 경우 실질적인 사법 정의가 무너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다. 수사의 질적 저하를 막기 위해 수사 기관의 전문성 제고와 인력 양성을 위한 단기적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또한 경찰에 집중된 막대한 수사 권한을 견제할 독립적인 감독 장치가 법적으로 명확히 규정되지 않으면 권력 남용의 새로운 온상으로 변질될 위험도 내포하고 있다.
후속 입법과 헌법재판소 판단에 쏠린 이목
이재명 대통령은 남미 순방을 마치고 귀국하는 일정에도 불구하고 해당 개정안에 대해 재의요구권을 행사하지 않을 방침을 최종적으로 확정했다. 본회의 통과 후 15일 이내에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경우 법안은 정식으로 공포되어 효력을 발휘하게 된다. 더불어민주당은 보완수사권 폐지에 따른 잠재적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늦어도 다음 달 안에 190여 건의 후속 입법을 일괄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수사 피해자 구제 제도와 권리 침해 구제 절차를 고도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야당의 핵심 후속 대응 카드는 '7대 범죄 전건송치' 법안의 신속한 처리다. 민주당 법제사법위원회는 살인, 강도 등 중대 범죄의 경우 수사 결과를 무조건 검사에게 넘기도록 의무화하는 방안을 최대한 빨리 처리하겠다고 선언했다. 중대 범죄에 대한 경찰의 종결 수사 권한을 원천적으로 차단하여 범죄 피해자의 불안감을 해소하겠다는 목적이다. 개정 법률의 위헌 논란이 헌법재판소로 이관될 경우 최종적인 효력 판단까지는 상당한 사법적 공백기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사법 체계의 근본적인 전환이 향후 국민의 일상과 권력 기관의 생태계에 어떠한 변화를 야기할지 제도적 정착 과정을 예의주시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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