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소송법 개정 국회 통과 78년 만에 수사기소 분리 완수
78년 만에 수사·기소 분리 완수와 남은 숙제
지난 3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대한민국 형사사법체계의 근본적인 변화를 촉발하고 있다. 검사의 수사권과 보완수사권을 전면 폐지하는 이번 법안은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약 1년 2개월 만에 추진된 검찰개혁 속도전의 마침표로 평가된다. 1948년 정부 수립 이후 78년간 이어지던 기소권과 수사권을 한몸으로 쥐었던 검찰의 독점적 권한은 이로써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되었다. 수사는 경찰이, 기소는 검사가 전담하는 수사·기소 분리 원칙이 법적으로 확립된 것이다. 그러나 개정안의 통과는 동시기 정치권의 거센 충돌을 촉발했다. 야당은 헌법소원과 재의요구권 행사를 촉구하며 법안의 위헌 소지를 강하게 제기하고 있어, 향후 입법 절차와 헌법 판단에 청신호가 켜진 상황이다.
법안의 핵심 내용과 위헌 논쟁
개정 형사소송법의 가장 핵심적인 골자는 검사의 직접적인 수사권과 경찰이 신청한 영장을 검사가 청구하는 보완수사권을 완전히 삭제하는 것이다. 경찰은 독자적으로 영장을 청구할 수 있는 권한을 확보하게 되며, 검사는 오로지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권한만 보유하게 된다. 이로 인해 검사의 권한이 혁신적으로 축소되었으며, 사법경찰관의 증거 수집 권한이 법적으로 완전히 독립하게 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사법 체계에서 검찰의 영향력을 최소화하여 수사의 편의성과 공정성을 도모하려는 입법 취지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 법안을 둘러싼 찬반 논쟁은 극에 달했다.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은 3일 위헌 주장에 대해 턱도 없는 소리라며 일축했다. 한병도 민주당 원내대표 역시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놓고 탄핵까지 운운하며 거부권 행사를 겁박하는 야당의 태도를 비판했다. 이와 동시에 이재명 대통령은 남미 순방 일정을 마치고 3일 귀국하는 길에 해당 개정안에 대해 재의요구권을 행사하지 않을 뜻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본회의 통과 후 15일 이내에 법안을 공포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반면 국민의힘은 청와대 앞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개최하며 재의요구권 행사를 공식 촉구했다. 국민의힘은 위헌성이 농후하다며 공포 즉시 헌법소원을 청구할 방침이다.
야당의 반발과 시장의 불안감 확산
수사권 폐지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수사권 공백과 부작용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범죄 수사 현장에서 검사의 지휘가 배제됨에 따라 수사의 방향성을 둘러싼 경찰과 검찰 간의 마찰이 가중될 수 있다. 또한 대규모 사건이나 복잡한 경제 범죄에서 증거 수집과 공소 유지 사이의 연계성이 떨어질 우려도 존재한다. 이러한 부작용을 차단하기 위해 더불어민주당 법제사법위원회는 살인, 강도 등 7대 중대 범죄의 경우 무조건 검찰에 사건을 송치하도록 강제하는 전건송치 법안의 신속한 처리를 약속했다. 민주당은 늦어도 다음 달 안에 후속 입법을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오기 전까지는 형사 소송 절차를 전면 개편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반박하고 있다. 제도의 급격한 변화는 수사 기관의 역할 혼선을 초래하고 궁극적으로는 범죄 피해자의 권익 보호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입법적 후속 조치와 형사 사법 체계의 전망
이재명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고 개정안을 즉시 공포할 경우, 새로운 수사·기소 체계는 빠르면 이르러 공식적으로 가동될 전망이다. 이미 국무회의를 통해 법안 의결 절차가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정부의 공포 시점과 맞물러 경찰청 내부에서는 영장 청구 권한 행사를 위한 전담 부서 신설 및 실무 매뉴얼 마련 등 행정적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반면 야당이 예고한 헌법소원 심판 과정은 판례를 통한 헌법적 안정성 확보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수사권 독립이 헌법에 보장된 검찰의 권한을 침해하는지 여부는 향후 대법원 판례를 통해 최종적으로 답습될 것이다.
결과적으로 190여 건에 달하는 후속 입법과 7대 범죄 전건송치 법안의 처리 결과가 형사 사법 체계의 안정적인 정착 여부를 가를 것이다. 검사의 권한 축소와 경찰의 책임 강화라는 대원칙은 수립되었으나, 이를 뒷받침할 세부적인 법적 기반 마련은 여전히 미완의 숙제로 남아 있다. 여야 합의와 국민적 공감대 형성 없이는 새로운 수사 시스템이 실제 범죄 억제와 공정 사법 구현이라는 본래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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