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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율 반등, 정책의 승리인가 착시인가

류근웅류근웅 기자· 2026. 8. 6. PM 1:02:27· 수정 2026. 8. 6. PM 3:26:07

합계출산율 0.78명. 2022년 세계 최초로 국가 단위 출산율이 0.7명대에 진입했을 때 대한민국은 '소멸'이라는 단어를 국가 통계로 확인했다. 그런데 2026년 상반기 숫자가 심상치 않다. 1~5월 누적 출생아가 전년보다 15.2% 늘었고, 혼인 건수는 3년 연속 증가세다. 정부는 16년간 280조 원을 저출산 대응에 쏟아붓고도 성과가 없다는 비판을 받아왔던 터라, 이 반등이 정책의 결실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로 잠깐 올라온 숫자인지부터 따져봐야 한다.

숫자는 분명히 오르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5년 혼인 건수는 24만 326건으로 전년 대비 8.1%(1만 8천 건) 늘었고, 조혼인율은 4.7건으로 전년보다 0.4건 상승했다. 2022년 19만 1,690건으로 36년 만에 최저치를 찍은 뒤 2023년부터 3년 연속 증가다. 2026년 1~5월 출생아 수는 12만 2,694명으로 2019년(13만 4,433명) 이후 최대 규모이자 통계 작성 이래 최고 증가율을 기록했다. 월별 합계출산율도 1분기 0.95명, 4월 0.93명으로 2025년 잠정치 0.80명을 웃돈다.

280조 원이 만든 건 무엇인가

문제는 이 반등을 정부 정책의 성과로 곧바로 연결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2006년 이후 16년간 저출산 대응 예산은 약 280조 원에 달했지만, 그 기간 합계출산율은 오히려 1점대에서 0점대 후반으로 떨어졌다. 출생아 1인당 지원금이 465만 원에서 6,669만 원으로 14배 불어나는 동안에도 추세는 반대로 갔다. 예산이 늘어난 만큼 출산율이 따라 오르지 않았다는 사실은, 현금성 지원 확대만으로는 결혼과 출산의 결정 구조를 바꾸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에코붐 세대, 반등의 진짜 엔진일 수 있다

최근 반등의 유력한 설명은 인구구조다. 1990년대 초중반 태어난 이른바 '에코붐 세대' 여성들이 주 출산 연령대에 진입하면서 모수 자체가 늘었다는 것이다. 이는 정책이 사람들의 마음을 바꿔서가 아니라, 원래 그 나이대 인구가 일시적으로 많아졌다는 인구통계학적 요인에 가깝다. 실제로 최근 10년간 유소년 인구는 24.9% 줄고 고령 인구는 62.0% 늘어난 추세는 그대로다. 코호트 효과가 지나가면 숫자는 다시 꺾일 가능성이 있다.

정책이 전혀 무의미했다고 보기도 어렵다

반론도 있다. 신생아 특례대출처럼 체감도가 높은 정책이 최근 결혼·출산 결정에 실제로 영향을 준 사례로 꼽힌다. 코로나19로 미뤄졌던 결혼이 한꺼번에 이뤄지는 이연 효과, 부동산·고용 시장의 국지적 개선도 겹쳤을 수 있다. 여러 요인이 동시에 작용한 결과를 정책 효과 0 또는 100으로 단정하는 것은 무리이며, 에코붐 효과와 정책 효과를 분리해 측정한 공식 통계는 아직 없다.

구분2022년2025년2026년(1~5월)
합계출산율0.78명0.80명(잠정)0.85~0.95명(월별)
혼인 건수19만 1,690건24만 326건(+8.1%)-
누적 출생아--12만 2,694명(+15.2%)

다음 정책은 현금이 아니라 구조를 겨눠야 한다

일몰제를 도입해 효과 낮은 사업을 정리하겠다는 정부 방침은 방향은 맞다. 관건은 예산 규모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수도권 집중, 임대주택 공급, 중소기업·비정규직의 육아휴직 사용률 같은 구조적 변수에 재정을 재배치하는 일이다. 에코붐 효과가 소진되는 2020년대 말 이후에도 반등세가 유지되는지가 이번 정책의 진짜 성적표가 될 것이다. 숫자 하나에 일희일비하기보다 다음 통계청 발표에서 코호트 효과를 뺀 순수 정책 효과를 어떻게 가려낼지 지켜볼 일이다.


분석 근거: 통계청 출생·사망통계, 세계일보, 전국인력신문, 국회도서관 국가전략정보포털, 시사IN. 공개 데이터·보도에 근거한 분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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