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 한국 반도체 명암을 가르다
미국의 관세 카드는 지금 한국 산업을 정반대로 흔들고 있다. 같은 실리콘을 다루는 두 업종인데, 하나는 관세 덕에 웃고 다른 하나는 관세 앞에서 숨을 고른다.
폴리실리콘, 12월 4일부터 가격 바닥이 생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8월 6일 수입 폴리실리콘과 파생제품에 최저수입가격(MIP)과 관세를 동시에 매기는 포고문에 서명했다. 시행일은 12월 4일이며, 폴리실리콘은 kg당 21달러, 잉곳·웨이퍼는 kg당 100달러의 가격 하한선이 붙는다. 태양전지는 W당 0.22달러, 모듈은 W당 0.38달러가 최저가격이고 여기에 15% 관세가 추가된다. 중국산 저가 폴리실리콘이 사실상 미국 시장에서 밀려나는 구조다.
태양광은 웃고, 메모리는 계산기를 두드린다
말레이시아 자회사 OCI테라서스에서 연 3만5000톤 규모로 비중국 폴리실리콘을 생산해 온 OCI홀딩스와, 조지아주에서 태양광 셀을 만드는 한화큐셀은 이번 조치로 가격 경쟁력을 지킬 근거를 얻었다. 반면 메모리 반도체는 다른 문제에 걸려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반도체 완제품에 최대 100% 관세를 예고하면서 미국 내 생산시설 건설을 확약한 기업만 면제하겠다고 밝혔다.
| 품목 | 조치 내용 | 시행 시점 |
|---|---|---|
| 폴리실리콘 | kg당 21달러 최저수입가격 | 2026.12.4 |
| 잉곳·웨이퍼 | kg당 100달러 최저수입가격 + 15% 관세 | 2026.12.4 |
| 태양전지·모듈 | W당 0.22~0.38달러 최저가격 + 15% 관세 | 2026.12.4 |
| 반도체 완제품 | 최대 100% 관세 예고, 美 현지 생산 확약 기업 면제 | 미정 |
면제받는 유일한 방법은 결국 미국행이다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100% 관세를 맞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근거는 두 회사가 이미 미국에 짓고 있는 공장이다. 삼성전자는 텍사스 테일러에서 최첨단 파운드리 팹을 가동 준비 중이고,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주에 첨단 패키징 거점을 세우는 중이다. 관세를 피하는 길이 곧 대미 투자 확대라는 뜻이고, 이는 국내 설비 투자가 미국으로 옮겨가는 비용이기도 하다.
그래도 숫자는 아직 한국 편이다
산업통상자원부 집계에 따르면 7월 반도체 수출액은 410억1000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178.8% 늘었다. 16개월 연속으로 해당 월 기준 최대 실적을 갈아치웠고, 두 달 연속 400억달러를 넘겼다. 7월 전체 수출액은 988억9000만달러로 6월(1022억5000만달러)에 이어 월 기준 역대 2위다. D램 고정가격 반등과 HBM 수요가 이 실적을 끌어올렸다. 관세 리스크가 예고된 와중에도 현재 수출선은 아직 꺾이지 않았다는 뜻이다.
관세가 만드는 새로운 지형, 시장이 먼저 움직인다
관세는 정부가 시장가격에 인위적으로 개입하는 조치이고, 그 비용은 결국 소비자와 하위 공급망 기업이 나눠 진다. 한화큐셀·OCI처럼 미리 비중국 공급망과 미국 현지 생산을 갖춰둔 기업은 관세를 방패로 쓰지만, 뒤늦게 대응해야 하는 중소 부품업체는 원가 상승을 고스란히 떠안는다. 정부 개입이 필요하다는 반론도 있다 — 국내 생산기반이 미국으로 빠르게 이동할 경우 협상력과 고용 모두 흔들릴 수 있어 통상 당국의 사전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다만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이미 스스로 현지 생산을 확대해 온 사실은, 정부 개입보다 기업의 이해타산이 관세 리스크에 더 빠르게 반응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분석 근거: 한국경제, 서울경제, 이투데이, 파이낸셜뉴스, MBC뉴스, 머니투데이, 산업통상자원부 수출입 통계. 공개 데이터·보도에 근거한 분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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