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빠지는 공장에 걸어 들어오는 로봇, 한국의 계산
한국 공장은 지금 두 힘 사이에 서 있다. 한쪽에서는 사람이 빠져나가고, 다른 쪽에서는 기계가 걸어 들어온다. 미국 퍼소나 AI가 HD현대조선해양·HD현대로보틱스와 함께 올해 안에 이족보행 휴머노이드 시제품을 조선소에 투입한다.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가 인구 절벽 앞에 내놓은 답이 자동화다.
1,220대, 2위와 400대 격차
국제로봇연맹(IFR) 통계에서 한국은 제조업 종업원 1만 명당 산업용 로봇 1,220대로 세계 1위다(2024년 기준). 2위 싱가포르(818대)와 격차가 400대를 넘고, 독일(449대)·일본(446대)은 절반에도 못 미친다. 이 밀도는 2019년 이후 매년 평균 7%씩 불어났다. 세계 평균(132대)의 9배다. 밀도 1위는 이미 지난 이야기고, 지금 묻는 질문은 다음 판이다.
| 국가 | 로봇 밀도(만 명당) | 순위·추이 |
|---|---|---|
| 한국 | 1,220대 | 1위, 연평균 +7% |
| 싱가포르 | 818대 | 2위 |
| 독일 | 449대 | 3위 |
| 일본 | 446대 | 4위 |
| 중국 | 166대 | 22위, 연 +17% |
용접봉을 쥐는 로봇, 40톤 코일을 나르는 로봇
조선소 시제품은 올해 안에 현장에 들어가고, 2027년에는 자율 보행과 사람의 원격 지시를 결합한 검증으로 넘어간다. 포스코는 퍼소나 AI에 300만 달러를 출자했고, 20~40톤 강판 코일을 전용 지그로 옮기는 실증을 벌인다. 굳이 '두 발'인 이유는 단순하다. 용접 토치 같은 사람용 도구를 그대로 쥐고 울퉁불퉁한 현장을 돌아다니려면 사람의 형태가 가장 싸기 때문이다. 퍼소나 AI는 한국을 노동력 부족과 기술 수준을 다 갖춘 시장으로 꼽았다.
성장률 3.2%의 아래쪽에 있는 문제
아시아개발은행(ADB)은 9월 23일 한국의 2026년 성장률 전망을 3.2%로 올렸다. 4월 1.9%에서 7월 2.6%, 다시 3.2%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3.2%, 기획재정부는 3.0%를 찍었다. 엔진은 AI 반도체 수출이다. 문제는 이 성장에서 사람 손이 차지하는 비중이 갈수록 줄어든다는 점이다. 수출이 늘어도 고용이 같은 속도로 늘지 않으면 소비와 세수의 바닥은 얇아진다.
병역까지 움직인 인력 확보
병무처는 2027년부터 14년 만에 대기업 연구병역을 재개한다. AI 석사급 연구자 240명 규모로, 대기업 배정은 120명이다. 그런데 추천된 기업은 삼성전자·LG전자·삼성메디슨·HD현대로보틱스 4곳뿐이었고 요청 인원은 81명으로, 배정보다 39명이 적다. 문을 열어도 사람이 들어오지 않는다. 현장 인력은 로봇으로, 로봇을 만들 인력은 제도로 붙잡아야 하는데 둘 다 빡빡하다.
노조는 다른 계산을 한다
현대차 노조는 아틀라스 휴머노이드 투입에 일자리 감소를 이유로 반발해 왔다. 자동화가 정리해고로 이어진 역사를 노조가 기억하는 것은 당연하다. 퍼소나 AI 측은 자동화가 효율을 높여 고용을 늘린다는 연구를 근거로, 사람이 지시하고 로봇이 실행하는 '공유 자율성'을 내세운다. 어느 쪽이 이기는지는 통계가 아니라 현장에서 맺는 계약과 재교육 조항이 정한다.
1위는 대여가 아니다
로봇 밀도에서 중국은 166대로 22위지만 연 17%씩 늘고, 운용 대수는 약 200만 대로 세계 최다다. 2024년 전 세계에 설치된 로봇의 54%(29만5,000대)가 중국에 들어갔다. 규모의 힘은 밀도 격차를 좁힌다. 한국 제조업의 경쟁 조건은 '싸고 많은 노동'에서 '적은 노동으로 많은 생산'으로 이미 넘어왔다. 인구 통계는 되돌릴 수 없으니 남은 변수는 속도다. 로봇이 빈자리를 메우는 속도와, 그 로봇을 만들고 다룰 사람을 붙잡는 속도가 같은 시계를 써야 한다.
분석 근거: 코리아헤럴드(휴머노이드 조선·제철 도입 인터뷰, ADB 성장률 전망 상향, AI 병역특례 재개 보도), 국제로봇연맹(IFR) World Robotics 로봇 밀도 통계. 공개 데이터·보도에 근거한 분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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