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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이익변경금지 원칙과 형량 유지 법리 총정리

송시옥송시옥 기자· 2026. 8. 15. PM 8:35:03· 수정 2026. 8. 15. PM 11:20:32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피고인이 항소를 제기했다고 하자. 항소심이 형량을 8개월로 그대로 두고 집행유예만 없애 실형을 선고하면 그 판결은 위법하다. 형사소송법 제376조가 정한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이 걸림돌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이 원칙은 숫자로 표시되는 형량뿐 아니라 집행유예, 형의 종류, 몰수와 추징 같은 처분 전부를 기준으로 삼으며, 피고인이 단독으로 항소한 사건에서 항소심 재량의 상한선을 확실하게 그어 준다.

항소권을 지키는 헌법적 안전판

원칙의 취지와 조문 구조

형사소송법 제376조는 문장 하나로 요약된다.

"피고인이 상소한 사건에 대하여는 불이익하게 판결의 변경을 하지 못한다." — 형사소송법 제376조

취지는 단순하다. 항소했다가 오히려 형이 무거워질 위험이 있다면 피고인은 판결의 잘못을 바로잡을 기회를 스스로 포기할 수밖에 없다. 이는 헌법이 보장하는 재판청구권과 상소권을 형해화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입법자는 이런 위축 효과를 차단하기 위해 피고인의 상소에 대해서는 원심보다 나쁜 결론을 내리지 못하도록 금지했다.

판례가 확장하는 보호 범위

대법원 판례(2018도17849 등)는 이 원칙을 형량의 숫자 비교에 한정하지 않는다. 집행유예를 취소하고 실형으로 바꾸는 것, 벌금형을 징역형으로 전환하는 것을 모두 금지된 불이익 변경으로 본다. 원심이 벌금 100만 원을 선고했는데 항소심이 징역 1년을 선고하는 구조는 형의 종류 자체가 신체 구속으로 바뀌므로 허용되지 않는다. 반대로 원심의 징역형을 항소심이 벌금형으로 바꾸는 것은 피고인에게 이익이 되는 변경이므로 아무 제약을 받지 않는다.

무엇이 불이익인가 — 실무 판단 기준

숫자가 같아도 불이익이 되는 경우

실무에서는 실질적인 지위 변화를 기준으로 삼는다. 원심이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는데 항소심이 같은 8월 형에 집행유예를 붙이지 않는다면 표면상 형량은 유지됐어도 실질적으로는 불이익이다. 형량이 8월에서 10월으로 늘어나는 경우는 물론이고, 면소 판결을 유죄로 뒤집는 경우, 선고하지 않았던 몰수 1천만 원을 추가하는 경우도 모두 금지된다. 형의 양이 같아도 재산상 부담이 새로 붙으면 불이익 변경에 해당한다는 게 판례의 태도다.

형량 유지에 대한 흔한 오해

불이익변경금지 원칙 때문에 형량이 유지된다는 통상의 이해는 방향이 반대다. 정확한 법리는 형량을 그대로 유지하더라도 피고인에게 불리한 조건을 덧붙이면 안 된다는 것이다. 예컨대 1심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사건에서 항소심이 형량 1년은 유지하되 집행유예 기간을 1년으로 줄이면 집행유예 실효 위험이 커지므로 원칙 위배다. 형량을 유지한 채 사회봉사명령을 새로 추가하는 방식 역시 부가적 부담을 늘리는 것이어서 허용되지 않는다.

누가 상소했는가가 결과를 가른다

피고인 단독 항소의 절대적 상한

이 원칙이 작동하는 전제는 피고인이 상소를 제기했고 검사는 상소하지 않은 경우이다. 피고인만 항소한 사건에서 항소심이 내릴 수 있는 결론은 원심 형량의 유지 아니면 취소 후 감경, 집행유예 인정 등 이익 방향의 변경뿐이다. 원심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하는 길은 어떤 이유로도 열려 있지 않다.

검사 항소와 쌍방 상소

검사만 항소한 사건에서는 사정이 완전히 달라진다. 피고인이 상소하지 않았으므로 이 원칙의 보호를 받지 못하며, 항소심은 원심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할 수 있다. 피고인과 검사가 모두 항소한 쌍방 상소 사건 역시 대법원 판례에 따라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 검사의 불복 의사가 존재하는 이상 항소심에 형을 높일 권한이 인정되기 때문이다. 결국 검사의 항소 여부가 가중 판결의 가능 여부를 가른다.

부대상소의 제한적 허용

피고인의 항소 뒤에 검사가 부대상소를 제기한 경우에는 해석이 갈린다. 판례는 부대상소가 있으면 원심보다 형량을 높이는 것을 가능한 것으로 보지만, 학설은 부대상소의 항소이유가 배척되면 형량을 유지해야 한다는 견해와 함께 원칙 적용을 제한적으로 풀어야 한다는 주장을 함께 제기한다. 실무에서는 부대상소의 이유가 인정되지 않으면 원심 형량이 그대로 유지되는 흐름이 우세하다.

절차적 함의와 실전 주의사항

약식명령과 정식재판의 함정

약식명령에 대한 정식재판 청구는 성질상 항소와 다르게 평가된다. 정식재판 절차로 넘어가는 과정에서는 항소 때와 달리 형이 무거워질 수 있다는 해석이 법률 실무에서 제기되어 왔다. 벌금형 약식명령을 받은 피고인이 정식재판을 청구하기 전에는 형량 상승 위험을 별도로 검토해야 한다. 반면 항소 절차에 들어간 사건이라면 피고인 단독 항소라는 전제가 유지되는 한 형량 상승을 염려할 필요가 없다.

항소 결정 전에 확인할 세 가지

첫째, 검사의 항소 여부부터 확인해야 한다. 검사가 함께 항소하면 피고인의 항소가 있어도 형이 높아질 여지가 생긴다. 둘째, 불이익의 범위를 형량 숫자에 한정하지 말고 집행유예, 몰수, 부가처분 전반을 함께 따져야 한다. 셋째, 항소심에서 형량 유지가 예상되더라도 집행유예 기간 단축이나 새로운 부가처분 같은 우회적 불이익이 붙지 않는지 살펴야 한다.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은 항소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장치인 만큼, 그 보호 범위를 정확히 아는 것이 항소 전략의 출발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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