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는 교회 결혼식의 정당성을 강력히 역설해야
영국 국가통계청에 따르면 잉글랜드와 웨일스의 결혼식 10건 중 8건 이상은 이제 교회 밖에서 열린다. 1994년 결혼법 개정으로 호텔이나 야외 등 다양한 장소에서 결혼이 허용되면서 세속 혼례가 대중화됐기 때문이다.
선택지의 홍수가 전통을 밀어낸다
데이비는 이를 방송 산업의 변화에 빗대 분석했다. 채널 세 개가 전부였던 시절과 달리 지금은 수백 개 채널과 스트리밍 플랫폼, 유튜브와 틱톡 같은 서비스가 시청자를 두고 경쟁하면서 BBC와 ITV 같은 전통 지상파의 점유율은 줄었다는 것이다. BBC가 수신료 제도 갱신 지지를 호소하는 루이 테루의 삽입 영상을 반복해서 내보내고, ITV가 방송 부문을 스카이에 매각하기로 합의한 것도 같은 맥락이며, 영화관 관람 비중이 줄어 극장이 잇따라 닫는 현상도 이 흐름의 연장선이라고 그는 짚었다.수치는 결혼 분야에서도 같은 구조를 보여준다. 2022년 기준 성공회 교회에서 거행된 결혼식은 2만9045건(11.74%)이었고, 성공회를 뺀 모든 종교 단체를 합친 규모는 약 1만2870건이었다. 예전에는 '교회에서 결혼한다'는 말 자체가 결혼의 규범이었으나 이제는 소수의 선택이 됐다는 것이 데이비의 진단이다. 취약점은 교회 안에도 있다. 데이비가 성공회 공식 웹사이트의 '당신의 결혼식' 코너를 직접 확인한 결과 이곳은 결혼이 '당신에게 좋고' '영혼에 좋고' '가족에게 좋고' '모두에게 좋다'는 일반론을 되풀이했다. 웨딩장이나 저택 대신 교회를 택해야 할 이유에 대한 설명은 없었고, 실제 부부의 경험담을 소개하는 '리얼 웨딩' 코너가 제시하는 근거는 의미 있고 즐거운 경험이라는 암묵적 주장이다.
마틴 데이비는 교회가 결혼 일반의 가치만 나열할 것이 아니라 교회 혼례만이 줄 수 있는 의미를 직접 설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방송사들이 점유율 방어에 나선 것과 달리 교회는 정작 경쟁이 벌어진 시장에서 자신의 존재 이유를 말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선택지가 넘쳐나는 시장에서 이유를 밝히지 못하는 전통은 설 자리를 잃어간다는 것이 이 논평의 논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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