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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의 16년 만의 멕시코 국빈방문

송시옥송시옥 기자· 2026. 9. 26. PM 6:03:55· 수정 2026. 9. 26. PM 6:03:55

16년 만의 국빈방문, 숫자가 말해주는 무게

이재명 대통령이 멕시코를 상대로 포괄적 무역협상의 서막을 열었다. 이 대통령은 멕시코 일간지 엘우니베르살과의 서면 인터뷰 및 현지 일정에서 "멕시코와 포괄적 무역협정 논의를 조속히 재개해야 한다"고 밝혔다는 것이 현지 소식통을 통해 확인된다. 한국 대통령의 멕시코 국빈방문은 16년 만이다. 짧게는 외교 행사로 보이지만, 그 간격 자체가 한·멕시코 경제관계가 제도적 틀 없이 얼마나 오래 방치돼 왔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번 방문은 유엔총장 일정과 한·미 정상회담을 마친 뒤 이어진 미주 외교의 연장선상에 있다. 이 대통령은 2025년 9월 23일(현지시각) 뉴욕에서 멕시코시티로 이동해 국빈방문 일정을 시작했으며, 차폘테펙 공원 애국영웅탑 헌화, 상원 지도부 접견, 동포 간담회로 이어지는 빽빽한 일정을 소화했다. 특히 이히니오 마르티네스 미란다 멕시코 상원의장을 만나 AI·방산 등 정상회담 후속 조치와 전략적 동반자 관계 발전을 위한 의회 차원의 협조를 당부한 것은, 통상 협상이 행정부만의 몫이 아니라 의회 비준이라는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관세 시대의 생존 전략

핵심은 경제다. 이 대통령은 멕시코 진출 한국 기업 간담회에서 관세 부담을 두고 기업 애로사항을 직접 경청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재계 총수급이 간담회에 동행한 것에서 알 수 있듯, 멕시코에 진출한 한국 기업 규모와 이해관계가 결코 작지 않다. 북미 시장 진입 교두보로서 멕시코의 위상이 커진 상황에서 관세 장벽은 기업 입장에서 생존 문제나 다름없다.

여기서 눈여겨볼 대목이 하나 있다. 이 대통령은 엘우니베르살 서면 인터뷰에서 한·멕시코 자유무역협정(FTA) 재개에 대해서는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공식 석상에서 내놓은 성과는 한·멕시코 투자보장협정 개정 합의였다. "원유·핵심자원 등 공급망 협력"이라는 표현이 붙은 이 합의는 FTA보다는 한 단계 낮은 제도적 틀이지만, 협상 테이블에 다시 앉았다는 신호 자체로 읽힌다. 포괄적 무역협정 논의 재개 촉구와 투자보장협정 개정이 함께 나온 것은, 큰 틀을 열어두고 협상 가능한 것부터 쌓아가는 단계적 접근으로 풀이된다.

관세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쌍무간 제도 장치의 값어치는 올라간다. 미국 중심의 통상 질서가 흔들리는 국면에서 멕시코가 분산 투자처로 부상한 만큼, 한국 입장에서는 대미 통상 리스크를 흡수할 우회 통로를 다지는 셈이다. 16년의 공백이 아쉬웠던 만큼, 이번 국빈방문은 그 빈자리를 메우는 첫 단추라는 평가가 나올 법하다.

경제 넘어 문화로, 동포사회까지

외교의 스펙트럼도 넓었다. 이 대통령은 '멕시코 K-박람회'를 찾아 K-콘텐츠의 현지 저변을 확인했고, 스테이 키즈 공연장을 찾아 관객들과 만났다. 김혜경 여사가 동행한 가운데 박진영 프로듀서가 멕시코에서 관람한 K팝 공연은 문화 수출의 현장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작은 서울'로 불리는 소나 로사를 찾아 한인동포와 소통하고, 동포 만찬간담회에서 "2030년 6월 2일을 넘기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라며 연임 의사가 없음을 재차 밝힌 것도 이번 방문의 개인적·정치적 맥락을 이해하는 열쇠다.

임형섭 주멕시코 대사 등과 함께 동포사회를 직접 찾은 일정에서 이 대통령은 재외동포 투표권 문제에 대해서도 "투표권 행사 못하는 건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경제협정이 무역 장벽을 낮춘다면, 이런 발언은 제도 밖에 남아 있는 권리의 사각지대를 드러낸다는 점에서 무게가 다르다.

남은 과제와 전망

물론 숙제는 남아 있다. 포괄적 무역협정 재개는 상호 관세 체계와 산업 보호 정책이 얽힌 협상인 만큼 단기간에 타결되기 어렵다. 멕시코 역시 자국 시장 보호와 외국인 투자 유치 사이에서 저울질하는 입장이기에, 한국이 원하는 수준의 시장 개방을 일방적으로 얻어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투자보장협정 개정 합의를 실질 이행으로 연결하고, 의회 비반 분위기를 다져가는 것이 향후 관건이 될 전망이다.

다만 방향은 잡혔다. 미국에 이은 멕시코 국빈방문은 통상 포트폴리오를 분산하겠다는 전략적 판단의 산물로 보인다. 기업의 관세 애로를 정상 차원에서 직접 챙기고, AI와 방산, 핵심자원 공급망이라는 미래 협력 품목까지 명시한 점은 단순 의례 방문과 결이 다르다. 16년 만의 문을 다시 연 만큼, 이 문이 닫히지 않도록 후속 협상의 속도를 어떻게 유지하느냐가 다음 관전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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