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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8일 입법 리포트: AI가 잡은 낭비 5628억

모민철모민철 기자· 2026. 10. 8. PM 5:48:50· 수정 2026. 10. 8. PM 7:52:31

130조원짜리 장부에서 5,628억원의 구멍이 드러났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8일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조달청 나라장터의 공공계약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약 5,628억원 규모의 세금 낭비 정황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나라장터는 정부와 공공기관이 물품이나 용역을 사들이는 온라인 쇼핑몰 같은 시스템이다. 이번 분석에 활용된 데이터의 규모부터가 이례적이다. 물품 약 105만 개, 납품 요구 약 280만 건, 전체 계약 규모는 약 130조원에 달한다. 사람이 일일이 훑을 수 없는 물량을 AI로 걸러냈다는 점이 이번 성과의 핵심이다.

피켓과 공모전, 앞뒤로 이어진 압박

데이터 분석 발표는 국회 재정경제위원회의 기획예산처 국정감사를 앞두고 나왔다. 이 의원은 국감장에서 국민의힘 의원들 자리에 놓인 '미래대응기금 철회' 피켓을 직접 살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미래대응기금은 정부가 추진하는 대규모 재정 기금으로, 야권은 그 재원 확보 과정에서 세금 낭비 우려를 제기해 왔다. 국감 직전에 낭비 정황을 공개한 것은 청문 회견의 무대를 만든 셈이다.

여기에 시민 참여 장치도 붙었다. 개혁신당과 이 의원은 국민 참여형 '내돈내찾(나랏돈 찾기)' 공모전을 진행하며 최고 1천만원의 상금을 걸었다. 전문가 조사에 시민의 눈을 더하겠다는 구상이다. 공모전을 통해 접수된 제보와 AI 분석 결과가 맞물리면, 단발성 폭로를 넘어 지속적인 감시 체계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5,628억원이 말해주는 것

이번에 잡힌 금액의 의미는 규모만큼이나 방식에 있다. 130조원이라는 계약 총액에서 5,628억원은 약 0.43%에 불과하다. 그러나 AI가 표면적으로 걸러낸 수치가 이 정도라는 점이 중요하다. 물품 단가 이상, 중복 구매, 시세와 동 떨어진 납품 요구 같은 패턴을 기계가 먼저 잡아내면, 감사 기관이나 국회가 들여다볼 사안의 우선순위가 명확해진다. 사람이 하던 단가 비교·이상 거적 탐지 작업을 알고리즘이 대신한다는 점에서, 국정감사의 방식 자체가 바뀔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나아가 이 같은 분석은 조달 제도 개선의 근거 자료로 쓰일 전망이다. 납품 요구 280만 건의 데이터가 특정 품목이나 특정 기관에 쏠려 있다면, 제도 개편 법안이나 조달청 예산 심사에 직접 반영될 수 있다. 이 의원이 재경위 국감 일정에 맞춰 결과를 공개한 것도 입법·예산 권한과의 연결을 염두에 둔 행보로 읽힌다.

재정 감시 경쟁이 몰고 올 변화

이번 사안의 파장은 조달 행정을 넘어 정치 지형에도 닿는다. 개혁신당은 원내 교센단체에 못 미치는 소수 정당으로, 법안 심사 영향력이 제한적이다. 대신 국감 자료와 데이터 분석으로 존재감을 만드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실제로 제22대 국회에서 조국혁신당 소속 의원 다수가 예산결산특별위원회와 교육위원회에 배정돼 국감과 예산 심사에 집중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예산 위원회가 중시되는 배경에는 이런 재정 감시 역량 경쟁이 자리 잡고 있다.

미래대응기금 철회 피켓이 상징하듯, 내년 예산 심사를 둘러싼 공방은 '돈을 어디에 얼마나 쓸 것인가'에서 '어떻게 아껴낼 것인가'로 무게가 옮겨가는 분위기다. 시민 참여형 공모전에 상금 1천만원을 거는 행태는 낭비를 찾아내는 일이 곧 정치 자산이 된다는 계산의 표현이기도 하다.

AI 국감, 이제 시작이다

남은 과제는 검증이다. AI가 짚어낸 5,628억원이 실제 부정이나 비리로 이어지는지는 감사원 감사와 국감 추궁을 통해 확인돼야 한다. 알고리즘이 오탐을 내놓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럼에도 130조원의 데이터를 통째로 분석해 근거를 만들어냈다는 사실 자체가 국정감사의 새 기준선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내돈내찾 공모전에서 제보가 이어지고, 그 결과가 법안 개정으로 이어진다면 세금 한 푼의 흐름을 시민이 직접 들여다보는 감시 구조가 자리 잡을 전망이다. 시간은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쓰느냐의 문제라 했던 말처럼, 130조원의 시간을 들여다보는 눈이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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