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HBM에 TSMC 칩이 들어간다…엔비디아가 정한 새 규칙
삼성전자가 만드는 차세대 HBM 밑단에 경쟁사 TSMC의 칩이 들어간다. 엔비디아가 설계를 정하고 공정까지 지정하는 맞춤형 메모리 'NVHBM' 시대가 열리면서, 메모리 반도체의 경쟁 조건이 뒤바뀌었다.
엔비디아가 설계를 정하고 공정까지 찍었다
엔비디아는 지난 8월 26일 기술 블로그로 맞춤형 HBM 'NVHBM'을 공개했다. GPU에 있던 메모리 컨트롤러를 HBM 스택의 베이스다이로 옮겨 밴딩을 끊어내는 구조다.
| 지표 | NVHBM 목표(엔비디아 발표) |
|---|---|
| 대역폭 | 표준 HBM4E 대비 최대 +30% |
| 전력 소비 | 최대 −15% |
| 물리계층(PHY) 면적 | 표준 HBM 대비 −60% |
문제는 성능이 아니라 조건이었다. 엔비디아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에 "베이스다이는 TSMC 3나노, 코어다이는 1c D램"이라는 같은 처방을 내렸다. 공급사마다 제조 방식이 달라 성능이 들쭉날쭉해지는 걸 막겠다는 취지다. 서울경제는 18일 삼성전자 DS부문이 내부 검토 끝에 이 요건을 수용했다고 단독 보도했다. 삼성전자와 TSMC는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수율 90%와 60% 사이에서 내린 결정
| 구분 | 내용 |
|---|---|
| 엔비디아 지정 베이스다이 공정 | TSMC 3나노(업계 추정 수율 90% 이상) |
| 삼성 자체 대안 | 파운드리 2나노 SF2(업계 추정 60% 안팎) |
| 내년 HBM 수요(UBS 추정) | 615억 Gb, 올해보다 +91% |
| 내년 신규 출하(UBS 추정) | 546억 Gb, 수요의 10%가량 부족 |
수율 숫자는 업계 추정이지만 격차의 방향은 분명하다. 자체 공정으로는 맞춤형 물량을 감당할 확신이 서지 않았다는 계산이다. 삼성은 표준 HBM과 엔비디아 외 고객용은 자체 4나노 베이스다이를 유지하는 '투트랙'을 택했다. 올해 2월 HBM4를 세계 최초로 양산 출하(11.7Gbps)한 회사가 정작 맞춤형 시장에선 경쟁사 공정을 빌리는 역설이 여기서 나온다. SK하이닉스는 2024년부터 TSMC에 베이스다이를 맡겨 왔으니, 이번 결정은 삼성이 하이닉스가 걸어 온 트랙 위로 올라선 셈이기도 하다.
하이닉스는 자기 규격으로 맞선다
하이닉스의 다음 카드는 규격이다. 안현 사장은 14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SEDEX 2026에서 HBM보다 용량을 10배 이상 키우는 'HBF'를 개발 중이라 밝혔다. 최종 규격은 내년 1월, 구글 등 고객과 함께 확정한다. 대역폭은 절반 수준으로 줄이는 대신 용량으로 AI 추론의 병목을 푸는 설계다. 안현 사장은 2030년 AI 인프라 성능이 20배로 커진다며 HBM 너머의 계층을 미리 깔아 두겠다고 말했다. 엔비디아의 처방을 받아들이는 삼성과 자기 이름의 규격을 만드는 하이닉스, 두 회사의 답이 갈렸다.
표준화의 대가, 그리고 반론
이 흐름을 반가워만 할 일은 아니다. UBS 추정대로 내년 수요가 출하를 10%가량 앞지르는 공급 부족이라면 장기계약이 쏟아질 수밖에 없고, 연합뉴스TV가 전한 시장 전망은 내년 HBM 평균판매가격이 121% 오르는 것이다. 시장이 이만큼 팽팽한데 모든 공급자의 베이스다이가 한 파운드리로 모이는 구조는 그 자체로 취약하다. 중국 CXMT의 3분기 매출이 전년보다 6배 안팎으로 불어난다는 추정이 나오자 삼성전자·SK하이닉스 주가는 한 주간 각각 17.8%, 24.3% 빠졌다. 단일 표준에 몸을 맡긴 공급자의 협상 카드는 이 국면에서 얇아진다. 표준화가 주는 품질 균일화의 이득이 그 대가를 웃도는지는 아직 증명되지 않았다.
'양산 1등'에서 '규격 1등'으로
한국 반도체의 우위는 줄곧 공장에서 나왔다. 남들보다 빨리, 싸게, 많이 찍는 능력이 국부였다. 그 우위의 자리가 이제 설계 회의로 옮겨 간다. NVHBM에서 표준을 쥔 쪽은 엔비디아였고, HBF에서 규격안을 내놓는 쪽은 하이닉스다. 칩의 값어치를 정하는 문서를 누가 쓰는가가 다음 10년의 순위를 가른다. 내년 1월 HBF 규격이 나오기 전까지 한국 메모리의 승부처는 공장이 아니라 규격 문서다.
분석 근거: 서울경제·재경일보·이포커스(2026.10.18~19 보도), 한국경제·뉴스핌·디일렉(SEDEX 2026 발표 보도), 연합뉴스TV(HBM 가격 전망). 공개 데이터·보도에 근거한 분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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