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해커, AI 도구로 인증키 훔쳐 바이낸스서 가상자산 인출
북한 해커들이 인공지능(AI) 도구를 악용해 인증키(접속 권한을 확인하는 암호 열쇠)를 훔친 뒤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에서 가상자산을 인출한 것으로 밝혀졌다. 바이낸스는 3일(현지시간) 초기 조사 보고서를 내놓으며 공급망 공격(개발자가 쓰는 도구를 변조해 몰래 침투하는 공격)과 사회공학(사람의 심리를 이용한 공격)을 동원한 다단계 공격이 벌어졌다고 설명했다.
공격의 출발점은 지난 6월이었다. 해커들은 가상화폐 지갑 개발·운영을 담당한 바이낸스 엔지니어 A가 변조된 개발 도구를 내려받도록 유도했다. 바이낸스 보안팀은 이상 징후를 감지해 기기 교체와 인증 정보 갱신 등에 나섰지만, 지갑 인프라(시스템 기반 설비)팀 담당자들의 인적 정보는 이미 해커에게 노출됐다.
면접관·CEO로 위장한 기만전술
약 3개월 뒤 공격 방식이 바뀌었다. 해커들은 9월 구직 플랫폼을 통해 엔지니어 B에게 접근해 가짜 채용 절차를 진행했다. 1차 화상 면접에서 면접관으로 나선 인물은 B의 신뢰를 얻기 위해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까지 공유했다. 이어 2차 면접에서는 최고경영자(CEO)로 위장한 인물이 과제 수행 명목으로 악성코드가 담긴 소프트웨어를 B의 업무용 컴퓨터에 내려받게 했다. 이 악성코드는 보안 도구에 감지되지 않는 '제로데이' 취약점을 이용해 정상적인 개발 도구를 악성 버전으로 바꿔치기했다.
옵티미즘(이더리움 기반 레이어2 확장 블록체인 프로젝트)(OP) 4천420만 개
특히 이더리움 네트워크 공격에서는 'EIP-7702'라는 승인 권한이 악용됐다. 해커들은 미리 준비한 50개의 사전 서명으로 자산 인출에 대한 위임 인증을 받아 정상적인 출금 인프라를 우회했다. 바이낸스는 공격 시작 약 4시간 만인 30일 0시10분(한국시간 오전 9시10분)에 EIP-7702 위임 코드를 초기화해 추가 유출을 막았지만, 상당량의 가상화폐는 이미 인출된 뒤였다. 이번 사건으로 영향을 받은 가상자산은 총 63억4천만 달러(8조4천억원) 규모다. 이 가운데 28억5천만 달러(약 3조8천억원)는 거래소·발행사 공조를 통해 동결되거나 차단됐다. 바이낸스는 손실분을 자체 보유 자금과 이용자자산보호기금(SAFU), 선물 보험기금 등으로 98% 이상 벌충했다고 밝혔다. 바이낸스에 따르면 2026년 한 해 동안 북한 연계로 의심되는 사이버 위협 사례 57건이 탐지·차단됐다.
바이낸스는 침해된 지갑과 사내 AI 도구를 재건했으며 외부 독립기관과 보안 감사를 진행 중이다.
데일리 브리핑 구독
매일 아침 핵심 뉴스를 이메일로 받아보세요. 무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