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직 결원율 34%에 가축방역 최전선이 무너진다
구멍 뚫린 가축방역 현장
가축방역의 최전선을 지켜야 할 수의직 공무원 3명 중 1명이 채워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입법조사처가 28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수의직 공무원 결원율이 34%를 넘어선 것이다. 이는 행정안전부와 농림축산식품부 통계를 종합한 수치로, 지자체가 아닌 중앙부처 소속 수의직을 두고 집계된 결과다.
문제는 방역 수요와 인력 공급이 정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다. 구제역,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등 가축전염병 발생 빈도와 규모는 갈수록 커지는 반면, 현장을 책임질 수의사 인력은 충원되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조류인플루엔자가 겨울철마다 반복 유행하면서 살처분과 이동통제, 농장 검사 등 방역 업무가 폭증했음에도 이를 감당할 조직 인력은 오히려 비워가는 상황이다.
왜 수의사는 공직을 외면하나
결원의 배경에는 보수와 근무 여건의 격차가 자리 잡고 있다. 수의사 자격을 보유한 인재는 동물병원 개원이나 제약·사료·바이오텍 기업 등 민간 부문으로 이탈할 수 있는 선택지가 많은 데다, 공공부문 보상 수준은 이를 따라가지 못한다. 이에 더해 가축전염병 발생 시 현장에 투입되는 초동 방역 업무는 감염 위험과 함께 상당한 신체적·심리적 부담을 수반한다.
지방분권 이후 시군구 단위 가축방역 업무가 지자체로 이관된 구조적 요인도 지적된다. 지자체 재정 여건에 따라 수의직 신규 채용이 미뤄지면서 지역별 방역 공백의 편차가 커진 것이다. 입법조사처 역시 이 같은 인력 공백이 가축전염병 확산에 대비한 초기 대응 체계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34% 결원이 만드는 방역 취약점
34%라는 수치는 단순한 행정 통계로 넘기기 어렵다. 가축전염병 방역의 핵심은 발생 초기 24~48시간 안에 이뤄지는 역학조사와 이동 제처이다. 이 시간대에 현장 수의사가 부족하면 살처분 규모가 커지고, 방역 비용은 국가와 농가 부담으로 전가된다. 과거 구제역 대유행 당안 수조 원대의 직접 피해가 발생한 전례를 고려하면, 인력 결원은 잠재적 재정 리스크이기도 하다.
경제적 파급도 크다. 우리나라 축산물 수출입은 검역 요건과 직결되어 있어 방역 신뢰도가 흔들리면 수출 국가들이 수입 제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 닭고기와 돼지고기 수출 물량이 늘어나는 시점에서 방역 인프라 부족은 산업 경쟁력 저하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입법 대응과 향후 과제
국회 차원의 대응 요구도 커질 전망이다. 수의직 공무원 처우 개선을 담은 공무원 보수 규정 개정, 가축방역 전담 조직에 대한 정원 확보 법제화, 수의사 국가장학금 의무복무 확대 등이 검토될 수 있는 대표적 방안이다. 아울러 민간 수의사를 방역 상황에 신속히 투입할 수 있는 비상 동원 체계의 법적 근거 마련도 과제로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입법조사처의 이번 자료가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와 정기국회 논의에서 수의직 인력 확보 관련 법안 발의의 근거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재정을 수반하는 처우 개선안은 기획재정부와의 협의라는 관문을 통과해야 해서 단기적 해결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가축전염병이 계절적 유행을 거듭하는 이상, 인력 공백 해소 속도가 곧 방역 실패의 확률을 결정한다는 지적이 힘을 얻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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